장미의 열반 - 김아타 산문
김아타 지음 / 박하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장미의 열반>은 김아타 작가가 작업 과정에서 세상과 만나고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관계에 던진 생각들을 담아낸 책이라 할 수 있다. 장미의 열반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을 통해서 다른 작품들을 나름대로 이해해 볼 수 있었다. 

 작가는 매일 같은 시간 하루에 한 컷씩 장미가 만개했다가 이내 시들어 바싹 말라버리는 장면을 찍게 된다. 무슨 생각에서인지 향이 사라지고 바싹 마른 장미를 불태웠을 때 뇌를 마비시킬 듯한 강렬한 향기를 맡는다. 색, 향, 형태 같은 장미에 대해 갖고 있던 관념을 해체했을 때 멈춰있던 생각이 한발 더 나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아타我他. 즉 나와 타자, 나와 세계와의 직접적인 만남의 관계를 처음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여기서 작가는 어떤 것을 보는 것만으로 안다고 생각했던 것이 얼마나 잘못된 일인가를 깨닫게 된다. 그 이후에 그는 세상을 향해 끊임없이 새로운 화두를 던지고 더듬어 보면서 무한한 새로운 세상에서 나를 일깨우는 작업을 해나간다.  그 중에서 '존재하는 모든 것은 사라진다'는 것을 표현해낸 해체 시리즈가 인상적이었다. 해체의 모든 과정은 생과 사를 아우르는 치열한 투쟁의 연속이만, 지나고 보면 모두 자연스러울 뿐이다. 

 '얼음의 독백'은 마오쩌뚱, 마릴린먼로, 아타 등의 초상을 얼음 조각으로 만들어 녹아가는 과정을 장시간 노출로 찍어나간다. 그리고 다시 녹아내린 물을 108개의 유리잔에 담는다든지, 1000개의 그릇에 담아 새로운 풀꽃을 피우는데 이용하기도 한다. 마오쩌뚱이라는 딱딱한 관념이 녹아내려 야윈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물이 된 것을 다시 풀꽃이라는 생명으로 표현해낸 것은 경이롭기까지 했다. 

 그는 사진은 눈에 보이는 대상의 기록하고 재현해낸데서 그치지 않는다. 오랜 방황과 고민 끝에서 나온 나만의 법을 통해서 관조, 몰입, 해체의 과정을 통해 나와 세상은 다가서는 모습을 제시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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