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과 노교수 바움가트너는 10년 전 아내를 잃었다. 노년의 삶을 좀더 함께 할 줄 알았던 아내는 바다의 파도에 휩쓸려 생을 마감했다.그녀를 잃은 상실감은 말로 다 할 수 없지만 마냥 자기 연민에 빠져 있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금의 그의 삶이 비참하고 형편없고 산산조각 난 것처럼 느껴지는건 사실이다.아내의 죽음을 애도하고 상실감을 이겨내려고 하고 그런 과정들을 사유하듯 소설은 흘러간다.소설에는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렇다고 해서 특별한 스토리가 있는건 아니지만, 등장인물들과 바움가트너 사이에 연결은 디테일하고 긴밀하여 화려한 기승전결 없이도 소설을 즐기기에 충분하다. 이런점이 폴 오스터의 글이 매력적이고 거장이라고 불릴 수 있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그야말로 글빨이 끝내주니깐..내 삶과 빗대어 바움가트너의 삶을 들여다 볼 수밖에 없었다.우리 부부도 점점 죽음을 향해 가고 있고, 둘 중 먼저 세상을 뜨는 사람이 생길테고 남겨진 한 사람은 바움가트너처럼 남은 생을 살테니깐..평생 반려자였던 배우자의 상실과 이제는 늙어 말을 잘 듣지 않는 몸뚱아리를 잘 쓰다듬으며 생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살아내야하는 것이 소설 속의 이야기로만 치부되지 않는다. 곧 있을 우리 부부의 이야기다.소설 초입 부분에 일련의 일어나는 생활 속 일들에서 바움가트너의 생각과 행동에서 왠지모를 공감대가 생겼다. '그래..나도 곧 바움가트너 같은 모습이겠지?'하면서 읽었다고나 할까.폴 오스틴의 다른 작품들을 읽고 싶은 욕구가 매우 크게 요동쳤다. (어랏? 몇 권은 가지고 있네)많은 독자들이 열광하는 이유를 알게해주고 그 세계로 발을 들어놓게 해준 @openbooks21 께 감사드린다. 도서를 지원받아 지극히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p.30그건 그때고 이건 지금이다, 그는 혼잣말을 한다. 지금 당장은 절뚝거리며 느릿느릿 조심스럽게 걸어 부엌에 가고, 그곳에 닿기 전에 쓰러지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할 수밖에 없다.📌p.68바움가트너는 지금도 느끼고 있고, 지금도 사랑하고 있고, 지금도 살고 싶어 하지만 그의 가장 깊은 부분은 죽었다. 그는 지난 10년간 그것을 알고 있었으며, 지난 10년간 그것을 알지 않으려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