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의 배신 - 열심히만 하면 누구나 다 잘할 수 있을까?
김영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 노력의 배신

저자: 김영훈

출판사: 21세기 북스

 


가독성 ★★★★★

유익함 ★★★★★

흥미도 ★★★★★

난이도 ★★☆☆☆(비전공자 기준)


 


무슨 뜻인지 잘 모르더라도,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개념을 처음 듣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1993년 미국 한 주립대 교수가 처음 발표했고, 2008년 말콤 글래드웰이라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에 의해 전 세계적으로 광풍을 일으킨 개념이다. 개념은 엄청 간단하다. 누구라도 하루 3시간씩 10년 노력하면 누구나 전문가가 된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 책은 말콤 글래드웰의 개념을 정면으로 반박한 책이다. 그전에 먼저, 나는 교수가 쓴 책 중에서 이렇게 재밌는 책은 거의 처음 읽어본다. 저자는 연세대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데, 읽다 보면 교수가 썼다는 것을 종종 망각할 정도로 재밌게 술술 읽힌다.


 <노력의 배신>이라는 제목에서 유추 가능하듯, 이 책은 말콤 글래드웰처럼 미친듯한 노력을 통해 뭔가를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책이다. 특히, 우리나라를 ‘노력 신봉 사회’로 지칭하며, 우리나라에서는 무엇이든 열심히 하면 뭔가를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이 있지만(저자는 대표적인 예로 미국의 SAT시험과 한국의 수능시험을 언급한다), 실상은 유전적으로 타고난 사람, 훨씬 훌륭한 환경에서 자라난 사람을 노력만으로 결코 이길 수 없다고 주장한다. 특히, 아무리 미친 듯이 노력하는 사람이라도, 유전적 특질+최적화된 환경적 요소를 갖춘 전혀 노력하지 않는 사람을 결코 이길 수 없다고 주장한다.


 누구나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암묵적으로는 재능과 소질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는 있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이런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내뱉기에는 너무나도 힘들다. 예를 들어 수능 만점자가 인터뷰를 통해 만점의 비결에 대해 ‘그냥 타고난 거죠’라고 이야기하면 욕을 바가지로 먹을 가능성이 크다.


 저자는 노력의 영향력이 특히 학업에서 크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미시간주립대 심리학과 잭 햄브릭 교수의 방대한 연구결과(88개 세부분야에 11,135명의 참여자를 대상으로 실험함)에 의하면 모든 분야에서 타고난 영역이 존재하지만, 그 ‘노력의 영향력’이 그나마 게임이나 음악에서는 20~30%대로 큰 편이다. 하지만 학업에서는 고작 4% 수준에 불과하다. 다시 말하면, 공부를 잘하는 것과 노력은 ‘거의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최선의 노력으로 공부를 잘하게 된다는 것은 우리의 착각이자, 인지적 환상이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누군가는 이 책을 읽고 상당히 불편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음치가 아무리 노력한들 소찬휘나 김경호처럼 노래할 수 없고, 박치가 아무리 노력한들 BTS처럼 춤을 출 수도 없다. 요즘 글쓰기 강좌가 무진장 많은데, 아무리 훌륭한 교사한테 글쓰기 수업을 수년간 듣는다 한들, 김진명, 이문열 작가처럼 글을 쓰기는 매우 어렵다는 것을 누구나 안다. 운동도 마찬가지다. 모든 아이가 4~5살부터 스케이트나 축구를 시작한들, 누구나 김연아, 손흥민처럼 될 수 없다는 것을 모든 이들이 알고 있다. 게다가 이처럼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노력을 하기 때문에 평범한 사람이 노력을 통해 이들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수많은 사례를 통해 증명한다.


 물론 저자가 ‘노력 따위 중요하지 않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노력을 해도 분명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아무리 노력해도 유전적 재능과 최적의 환경적 요소를 갖춘 사람을 이기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하는 것뿐이다.



* 출판사 21세기북스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적은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