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불량주부 명랑제주 유배기
김보리 지음 / 푸른향기 / 2022년 3월
평점 :
제목: 불량주부 명랑제주 유배기
저자: 김보리
출판사: 푸른향기
가독성 ★★★★★
유익함 ★★★★☆
흥미도 ★★★★★
난이도 ★★☆☆☆(비전공자 기준)
<푸른향기 서포터즈 6기 활동- 1편>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책 제목을 어떻게 지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늘 한다. 과장을 좀 보태면 글을 쓰는 것만큼이나 제목을 짓는 게 더 힘들 때도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제목부터 독자를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이런 제목을 뽑아내기 위해 저자와 출판사는 얼마나 큰 고민을 했을까? 그런데 이 책을 읽다 보니 굳이 큰 고민을 하지 않아도 책 제목을 정할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내용 전체를 요약하면 곧 ‘불량주부 명랑제주 유배기’가 된다.
이 책은 한 달간 제주도에 유배(?)를 떠난 한 중년 주부의 이야기다. 저자 스스로 본인의 나이를 계속 책 곳곳에 언급하다 보니 나이가 머릿속에 각인되는데, 나이를 언급하지 않았다면 전혀 나이가 가늠이 안 될 정도로 글을 정말 맛깔스럽게 썼다. 글 자체에는 연륜이 묻어 있어서 분명 나이 지긋한 분이 썼을 거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동시에 표현력이나 위트를 보면 20~30대 젊은 사람이 썼다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저자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어린 시절부터 책과 가까이 한 티가 팍팍 났다.
이 책은 일부러 핫플레이스를 소개해주는 일반 여행책이 아니다. 곳곳에 사진이 있지만, 핫플레이스와는 거리가 먼 그냥 일상 사진(예를 들어, 김밥과 막걸리, 본인 배낭, 자전거 등)도 꽤 많이 들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워낙 잘 쓰기도 하고, 문장 하나하나에 저자 나름의 철학이 스며들어 있어서 제주도를 다시 한번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저자가 들린 장소를 가게 되면 이 책 생각이 더 많이 날 것만 같다.
이 책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챕터 끝에 아주 짤막한 문구로 적힌 ‘잘한 일’과 잘못한 일‘이다. 문장도 아니고, 아주 짧은 문구로 그날그날 잘한 일과 잘못한 일을 적어 놓은 부분인데 저자 특유의 위트가 묻어 있다 보니 챕터 마다 ’이번에는 어떤 문구가 적혀 있을까?‘와 같은 기대까지 하게 만든다.
책 마지막에 프롤로그 같은 에필로그에는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를 그리워하며 여러 장을 친구에 대한 이야기로 할애했는데, 저자의 슬픔 감정이 너무나도 쉽게 전달되어서 읽기가 쉽지 않을 정도였다. 챙겨주지 못해 미안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저자의 글을 보며, 한편으로는 저자 같은 친구가 있어서 친구분도 하늘에서 행복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답답한 코로나 시국에 가슴 뻥 뚫리는 글을 읽을 수 있어서 뜻깊었다.
어느새 나도 제주도에 다녀온 느낌이 든다.
* 푸른향기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적은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