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개 좀 빌려줘 사계절 1318 문고 136
이필원 지음 / 사계절 / 2022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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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평: 공상적인 소재들이 6개의 단편 소설에 등장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판타지적인 느낌도 있지만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라 그렇게 이질적인 느낌이 들지 않은 게 참신했다. 또한 6편의 이야기는 각기 다른 내용을 담고 있지만 공통된 정서인 청소년기의 외로움을 담고 있다. 공상적 소재와 외로움이라는 정서가 뒤섞여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꽉찬 느낌이다.

 

1. 지우개 좀 빌려줘 : 우성이 좋아하는 같은 반 여학생이 고래란다. 둘의 감정이 샘 솟는데 고래는 바다로 돌아가야 하니 이별을 해야 한다. 하지만 그 이별은 슬프기만 하지 않는, 뭔가 희망적인 느낌이 들었다. 믿기지 않는 전개가 참 새롭다. 다만 개연성이 조금만 더 탄탄했으면 하는 개인적인 아쉬움이 있었다.

 

2. 안녕히 오세요 : 작가는 지구의 종말에 대해, 또 무조건 지구를 탈출하려는 누군가의 꿈에 대해 고민해 본 듯하다. 지구를 떠나기 위해 앞다투어 나갔는데, 외계인들에 의해 잡혀 먹히는 설정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파괴되어 가는 지구를 떠나는 것이 진정한 해결책이 아니라고, 지키는 게 답이라고 작가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듯하다.

 

3. 호랑님의 생일날이 되어: ‘지우개 좀 빌려줘처럼 평범한 사람 같이 보이는 존재가 호랑이란다. 호랑이의 생일에 초대되어 간 고운은 거기서 호랑이에게 특별한 선물을 받게 된다. 항상 자신감이 없고 외로운 고운에게 네가 믿고 아끼는 너는 한계가 없을 거야. 정말이야.” 라며 고운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지며 위로한다.

 

4. 우는 용: 부모님과의 갈등을 겪지 않는 청소년은 없을 것이다. 부모도 그런 아이들을 감당하기 힘이 들고, 아이들도 부모에게 애증의 감정을 갖게 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이 소설에서는 엄마와의 갈등을 겪는 주인공이 죽음을 앞에 두고 자신이 엄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깨닫게 된다. 너무 단순한 줄거리 같지만 가슴 뭉클한 결말이 가슴에 남는다.

 

5. 호박 마차: 여기서는 도깨비라는 소재가 등장한다. 자신도 모르게 성매매에 가담하게 된 윤희는 절망과 자기 부정의 시간을 겪게 되고, 길가에 있던 호박마차(포장마차) 주인에 의해 자신을 따라다니는 도깨비의 존재를 알게 된다. 한 마디로, 외로움으로 나약해진 윤희가 귀신에 씌어서 절망적인 상황에 처했음을 보여준다. 맞다... 아이들의 비행은 분노, 두려움, 외로움 등을 견디지 못해서 발생하고 그것을 누군가 감싸 안을 때 비로소 도깨비에게 해방되는 것 같다. 이런 작가의 표현이 죄책감에 허덕이는 청소년 아이들에게 위로가 되길...!

 

6. 우주장: 할머니의 죽음, 그리고 할머니를 누구보다 그리워하는 손녀의 사랑을 담았다. 할머니를 사랑하지만 엄마 편에 설 수 밖에 없었던 지난 시절을 가슴 아파하며 할머니가 평소 원했던 장례식을 우주장으로 치러드리기 위해 화장된 할머니의 유해를 가지고 떠난다. 의도치 않게 우발적으로 사랑하는 이들에게 상처 주고 돌이켜 후회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 사랑하는 이가 내 곁을 떠나기 전에 최선을 다해야지하는 또 한 번의 결심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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