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몰래 피우는 담배 위픽
임솔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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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목부터 이미 독자에게 이중적인 긴장을 던진다. ‘엄마’라는 절대적인 존재와 ‘담배’라는 은밀한 행위가 충돌하면서, 작품은 가족이라는 제도 안에서의 긴밀함과 불화, 애정과 균열을 동시에 드러낸다.

이 소설 속에서 담배는 단순한 흡연 행위가 아니라, 말해지지 못한 감정과 억눌린 욕망의 은유처럼 다가온다. 가족은 가장 가까운 관계이지만, 그만큼 말하지 못하는 것들이 쌓이고, 그 틈이 곪아 들어간다. 인물들은 그 틈새에서 서로를 응시하지만 끝내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바로 그 지점에서 담배는 ‘숨겨진 언어’가 된다. 몰래 피우는 담배 한 개비는 숨죽여 살아가는 마음의 고백이자, 존재 증명의 행위로 읽힌다.

“사람은 가장 가까운 이에게 가장 많은 것을 숨긴다”는 듯한 소설의 정서는 묘하게 쓸쓸하면서도 보편적이다. 누구나 가족 안에서 말하지 못하는 무언가를 품고 살아간다. 작가는 그것을 비극적으로만 다루지 않는다. 오히려 은폐된 진실 속에서조차 서로를 지탱하는 힘을 발견한다. 담배 연기처럼 일시적이고 희미한 것 같지만, 그 순간이 인물들에게는 삶을 버티게 하는 작은 틈이 된다.

작품의 강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가족의 애증을 단순한 갈등 구도가 아니라, 이해 불가능성과 연대 가능성이 공존하는 장으로 보여준다는 점이다. 독자는 인물들의 숨겨진 행위를 따라가며, 가족이라는 울타리의 양면성을 다시 성찰하게 된다.

저자의 문장은 차분하면서도 파문을 남긴다. 담담하게 흘러가는 이야기 속에서, 내 자신이 감춰온 비밀스러운 마음과 마주하게 된다. 그 만남이 불편하면서도 묘한 위안을 주는 것이 바로 이 소설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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