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난다, 화가 나! 제제의 그림책
티머시 내프먼 지음, 조 버저 그림, 노은정 옮김 / 제제의숲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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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자녀들에게 감정 조절하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평안이는 요즘 짜증이 많다.

툭하면, "엄마, 짜증나."이다.


최근 한달 동안 평안이의 하루 소변 보는 횟수가 많이 늘었다.

짧으면 소변 본지 5분도 채 안되서 또 소변을 본다.

병원에 가서 검사를 했는데 아무 이상이 없는 정상이었다.

의사선생님께서 심리적인 이유이니 뭐라고 하지 말라고 하셨다.

하지만 아이가 밤에 자다가 화장실에 가고 나도 잠을 깨고 푹 자지 못한 상태에서 아이의 심리를 보듬어 준다는 것이 요즘 참 어렵게 느껴진다.

평안이가 짜증을 내면 내 짜증도 같이 따라 오고, 화도 쑥쑥 쌓인다.


​그러다가 만난 책 『화가 난다, 화가 나!』

표지에 화 난 아이의 모습이 리얼하면서도 귀여워 웃음이 난다.



​평안이는 이 책을 참 좋아한다.

왜 좋아할지 곰곰히 생각해봤다.


​사실 책의 주인공은 화를 달고 사는 아이가 아니다.

주인공은 평소에는 씩싹하고 상냥한 마음씨 예쁜 공주, 모두에게 친절한 사랑스러운 요정이다. (주인공 자신은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가끔씩 화가 난다는 점.

바로 이 점이 평안이 마음을 사로 잡은 이유인 것 같다.

평안이 자신도 화를 내는 나쁜(?) 아이는 아니라는 것, 원래 마음 예쁜 아이인데 가끔씩만 화가 날 뿐이라는 것.

책이 '넌 원래 그런 아이가 아니야,'라면서 평안이의 마음을 알아준달까, 그런 느낌이다.


책에 아이가 화를 스스로 다스릴 수 있는 법이 나온다.

심호흡하기, 숫자 세기, 좋아하는 노래 부르기.

그런데 내가 느끼는 아이가 화를 스스로 다스릴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아래의 장면이다.



누군가 아이를 포근히 안고 아이의 마음을 공감해 주는 것.

이것이 전제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느꼈다.

심호흡 하기, 숫자 세기, 좋아하는 노래 부르기는 이것이 선행된 후에 아이에게 알려 주면 된다.


물론 위의 과정들을 다 거쳐도 아이는 화를 낼 수 있지만 그 정도를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게 된다는 것.


아이 책이지만 내가 느낀 것이 많다.

아이가 화를 내면 나도 덩달아 화가 난다.

엄마로써 내 화를 아이에게 뒤집어 씌우면 안되니까 나 나름대로 참으면서 차분하게 이야기한다.

그런데 이게 먹히지 않는다.

그 이유는 내가 아이 때문에 화가 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너 때문인데 너를 위해 내가 희생해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의 화난 마음을 헤아려 주지 못하고, 그 감정에 '진.실.된' 공감을 하지 못하고, 그저 빨리 아이의 화만 잠재우고 싶은 마음이 컸다.


내가 화가 난 이유는 아이 때문이 아님을, 진짜 원인을 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함을 느끼게 해 준 책이다.

내 내면이 성장해서 화가 난 아이를 진심으로 보듬어 줄 수 있는 엄마가 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바란다.


평안아, 사랑해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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