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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층집에서 말을 타고 또각또각 ㅣ 반달문고 23
제랄딘 맥코린 지음, 서남희 옮김, 김유경 그림 / 문학동네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갈색먼지를 뒤집어 쓴 채 정원 한가운데 있는 야자수 같은 낡고 커다란 6층집.
1층부터 6층엔 딱히 평범하다 말할 수 없는 가족 구성원들이 살고 있다.
그 4층집엔 또래 친구도 없고, 낮 동안 혼자 집을 지켜야하는 고작 10살 정도의 어린 덱시가 엄마와 함께 산다.
아무도 없는 빈집에 대고 엄마 저 다녀왔어요! 라고 인사할 때의 찡한 마음이라니,
엄마의 따스한 손길이 필요하고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며 뛰어 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새장 속에 갇힌 새처럼 갑갑하기 만한 마음이다. 그런 덱시가 말을 갖고 싶어한다.
덱시에게 말은 어떤 의미일까?친구 혹은 부재중인 엄마 대신일까?
아무튼 더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데 든든한 지킴이, 소통의 매개체 구실이 될 수도 있겠다.
6층집2층의 복스와 콕스는 한집에 사는 친구지만 밤과 낮으로 일하는 시간이 다른 관계로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없고,둘다 다른걸 돌아볼 틈도 없이 산다.
3층에 사는슈 아줌마에겐 한창 크는 아이 열한명이 있지만 돈을 벌어다 줄 남편이 없다.
그녀는 비록 정신이 없어 아이를 빨랫줄에 널어놓는다거나 하는 등 건망 증세를 보이지만
6층집 사람들의 허드렛일을 도와주면서 가난하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간다.
5층에 사는 음악을 사랑하는 트링 아저씨는 자신이 좋아하는 악기는 이웃들이 싫어해서 그만 두었고 가장 소음이 적은 트라이앵글로 슬픈 영혼이 담긴 음악을 연주하지만 위대한 음악작곡을 하고 싶어 한다 지금은 그것마저 점점 자신감을 잃어간다.
6층집 1층에 사는 소머빌 할아버지는 해를 좋아하지만 다리가 아파 햇볕잘드는 위층에서 사는 것은 꿈도 못 꾼다.
전망은 비록 더러운 벽돌만 보이지만 마음만은 아침의 광장,햋볕라운지, 해넘이거리에서 살고 있고, 저녁과 어스름사이에 50번쯤 달라지는아침햇빛에선 레몬주스향이 저녁햇빛에선 딸기향이 난다고 생각한다.
맨 위층에 사는 그로너 아줌마. 굳게 닫힌 문 뒤편에 숨겨진 속사정이 들어날 때는 ‘나 같아도 저랬을 거야’ 라고 그녀를 이해하면서 한 발짝 다가가게 되지만 정작 위 아래층에 혹 그런 아줌마 있었으면 온갖 억측과 소문이 난무했겠지 싶어 씁쓸하다.
이런 6층집의 변화는 덱시가 수두에 걸리면서 일어난다. 복스와 콕스에게 수두를 옮기고 그래서 일을 나갈 수 없는 복스와 콕스의 눈에 벗겨진 천장, 물새는 수도꼭지, 삐걱거리는 계단들이 들어온다.
“몸이 낳으면 내가 고칠게”
또한 아픈 복스와 콕스 대신 들어온 일거리를 슈퍼우먼 슈 아줌마가 척척 해낸다.
대신 아이들은 트링아저씨에게 맡겨지는데 아저씨는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면서
자신의 슬픔도 치유해가지 않았을까?
복스와 콕스가 지하실부터 시작해 모든 것을 제대로 고쳐놓아 조용해진 6층집에서 벌이는
덱시의 새로운 계획은 멋지다.
햇빛을 싫어하는 맨꼭데기층의 그로너 아줌마는 조용하고 좋아하는 어둠이 깔린 지하실로,
(그런데 사실 그로너 아줌마가 소음과 틈새바람등을 싫어한 진짜 이유가 오랜 세월 공을 들여 만드는 은빛으로 반짝이는
거대한 타지마할 궁전 모형이 자꾸 무너지는데 있었다니 )햇빛을 사랑하는 소머빌 할아버지는
맨 꼭대기기층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사를 간다.
옥상에 만들어진 정원엔 슈 아줌마의 빨래가 널리고 트링아저씨의 북과 백파이프 튜바연습도 한창이다.
엄마는 작은 식당을 운영하면서 안정을 찾고 덱시도 더불어 행복해진다.
몇십년을 공들인 그로너 아줌마의 멋진 타지마할궁전 모형이 완성되었을까 궁금했는데 엄마의 식당에 전시된다.
이제 7층집은 수영장,스케이트장,영화관,온실,거리의 화가들을 미술관 야외음악당까지 세상 누구와도 마음을 열고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간다
덱시로부터 시작해 6층 아니 7층집 모두에게 생긴 변화 그것은 무엇일까?
이렇듯 바로 자신과 주위를 한번쯤 돌아보고 진심을 가지고 이웃과 소통하는 마음, 다른 사람들을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이 싹트고 열매를 맺어가는 것은 아닐까?
이분음표만큼 통통하고 꾸밈음 만큼 작은 새들이 오선지위의 음표처럼 전선위에 앉아있고
이 멜로디는 트링 아저씨의 손에 의해 6층집 현관에 옮겨지는데 다 옮겨질 때까지 집식구 모두가 방해하지 않고 숨죽인다.
드디어 갈색 먼지가 걷히고 7층집에 파란 하늘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말을 탄 덱시의 행복한 미소가 7층집 가족을 통해 나에게로 온세상으로 옮겨온다.
곳곳에서 묻어나는 아름다운 언어의 표현들에 감동 받으며 공감하며 읽은책 <6층집에서 말을 타고 또각 또각>여러분 귀엔 사랑을 전하는 또각 소리가 들리지 않으시나요?
참 1층 세 아직 안 나갔죠?
엄가네 찜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