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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아이 이야기 ㅣ 암실문고
김안나 지음, 최윤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6월
평점 :
혼혈로 살아가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
오랜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은 이방인의 시선.
김안나 작가의 소설
『어느 아이 이야기』
나는 뿌리가 있어요. 나한텐 분명한 뿌리가 있다고요. 이렇게 말한 뒤 나는 다시 입술을 깨물었다. 내가 생각이란 걸 할 수 있게 되자마자 사람들은 나만 보면 뿌리가 없냐는 노래를 해대기 시작했어요. 인생이 좀 꼬였다고 해서 딱히 다른 뭔가를 시도해 볼 수도 없는 애한테 뿌리를 잊고 사는 거냐는 말을 해댔다고요.
가시성은 조금도 투명하지 않아. 오히려 완전히 불투명한 거야. 빛도 그림자도 이 가시성을 통과하지 못해. 가시성은 거대하고 폭력적인 데다 자기한테만 주의를 집중하길 원하지. 그런 다음 그 모든 특성을 묶어 명확함을 향해 내던져 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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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태어난 혼혈아 대니,
백인들 속에서 혼혈로 태어나 입양되어 살아가야 했던 한 아이의 삶.
시간이 많이 지난 후에도 혼혈인 프란치스카 역시 대니와 같은 경험들 속에서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낸다.
보여지는 외모로 나뉘는 경계.
다름에 대한 불편함과 거부, 그리고 두려움.
부모에게 거부당한 뿌리에 대한 깊은 반발과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결핍들이 날카롭고 아프게 그려지며 책을 읽는 동안 불편함이 있었다.
유색인종이라 이방인 취급을 받아야 했던 그들의 삶이 억울함과 때론 거기서 벗어나고자 했던 마음들이 깊은 늪에 빠지듯 무겁게 느껴지며 무엇이 그렇게 사람들로 하여금 두렵게 만든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자신들과 다름이 그저 다름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던 게 아니었는지.
작가의 이야기들 속에서 소설이 아닌 자신의 이야길 하는 듯했고 현실 가득한 느낌으로 읽어간 듯싶다.
씁쓸한 이야기들과 그 안의 단어들이 마음을 무겁게 만들며 책을 덮게 했던 김안나 작가의 소설 『어느 아이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