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는 너의 눈치를 살핀다 - 우울증을 앓는 딸에게 사랑으로 써 내려간 엄마의 일기
김설 지음 / 타래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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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참 무서운 병이다. 우울증을 앓는 당사자는 누구보다 외롭고 힘든데, 그걸 지켜보는 사람들은 환자에게서 자꾸 멀어지고 싶은 이상한 병이다.

(중략)

이건 가까운 사람도 같이 아픈 전염병이다.

백신 같은 건 없는 무서운 의심병이다.

p 27 아무래도 속고 있는 것 같다.

윤기를 잃고 바싹 말라가는 꽃잎처럼,

아이의 청춘도 점점 말라가고 있다.

마르고 말라 아무도 모르게 부스러져 버릴까봐

너무나 두렵다.

p 36 딸은 고양이처럼 잔다.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은 낭비하는 시간이라고 여겼다. 채워지지 않는 탐욕에 열중했고,

작은 기쁨에 만족하지 않았다.

지혜는 점점 멀어져 가고 내리막길이어도 굳이 달려가는 미련한 삶을 살았다.

내 고통의 원인은 욕심에서 비롯되었다.

p 81-82 엄마, 나 키우기 싫어?

김설의 『오늘도 나는 너의 눈치를 살핀다』

우울증에 걸린 딸과 함께 보내며 엄마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또 자신의 모습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느끼며 후회와 안타까움, 그리고 깊은 사랑.

읽은 내내 나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글들이었다.

순한 나의 아들과 그리고 예민한 나.

나 역시 아이에게 나의 감정들을 전염시켜 불안하게 만든 게 아닌지, 지나버린 시간들을 기억 속에서 꺼내어 놓았다

글 안에서 작가의 후회, 자책을 함께 느끼며 조금씩 다져가는 마음이 생각을 많이 하게 한다.

우울이 서서히 나빠지는 시력과 같다는 작가의 말.

아들의 모습에 사춘기란 단어로 뭉뚱그려 그저 넘겨버렸던 나 역시 아들의 감정들을 살펴봐주고 놓치지 않게 바라봐 줘야겠다.

꾹꾹 눌러 자신의 감정조차 모른 채 어느새 깊은 수렁에 빠지지 않게.

함께 잘 이겨내고 잘 살아내기.



책과 함께 온 감정 일기장.

그날의 감정을 글씨로 꾹꾹 눌러 작성해 봐야겠다.

나의 감정도 눌러쓴 글씨와 함께 정리되어 고요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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