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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나는 너의 눈치를 살핀다 - 우울증을 앓는 딸에게 사랑으로 써 내려간 엄마의 일기
김설 지음 / 타래 / 2024년 4월
평점 :
생각해 보면 참 무서운 병이다. 우울증을 앓는 당사자는 누구보다 외롭고 힘든데, 그걸 지켜보는 사람들은 환자에게서 자꾸 멀어지고 싶은 이상한 병이다.
(중략)
이건 가까운 사람도 같이 아픈 전염병이다.
백신 같은 건 없는 무서운 의심병이다.
윤기를 잃고 바싹 말라가는 꽃잎처럼,
아이의 청춘도 점점 말라가고 있다.
마르고 말라 아무도 모르게 부스러져 버릴까봐
너무나 두렵다.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은 낭비하는 시간이라고 여겼다. 채워지지 않는 탐욕에 열중했고,
작은 기쁨에 만족하지 않았다.
지혜는 점점 멀어져 가고 내리막길이어도 굳이 달려가는 미련한 삶을 살았다.
내 고통의 원인은 욕심에서 비롯되었다.
김설의 『오늘도 나는 너의 눈치를 살핀다』
우울증에 걸린 딸과 함께 보내며 엄마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또 자신의 모습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느끼며 후회와 안타까움, 그리고 깊은 사랑.
읽은 내내 나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글들이었다.
순한 나의 아들과 그리고 예민한 나.
나 역시 아이에게 나의 감정들을 전염시켜 불안하게 만든 게 아닌지, 지나버린 시간들을 기억 속에서 꺼내어 놓았다
글 안에서 작가의 후회, 자책을 함께 느끼며 조금씩 다져가는 마음이 생각을 많이 하게 한다.
우울이 서서히 나빠지는 시력과 같다는 작가의 말.
아들의 모습에 사춘기란 단어로 뭉뚱그려 그저 넘겨버렸던 나 역시 아들의 감정들을 살펴봐주고 놓치지 않게 바라봐 줘야겠다.
꾹꾹 눌러 자신의 감정조차 모른 채 어느새 깊은 수렁에 빠지지 않게.
함께 잘 이겨내고 잘 살아내기.
책과 함께 온 감정 일기장.
그날의 감정을 글씨로 꾹꾹 눌러 작성해 봐야겠다.
나의 감정도 눌러쓴 글씨와 함께 정리되어 고요해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