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참고 슛오프 ㅣ 다산어린이문학
문경민 지음, 오승민 그림 / 다산어린이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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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문학의 맛은, 그 나이대 아이들을 이해하게 된다는 것과 동시에 양육하는 부모로서 내 아이의 마음도 함께 투영해보게 된다는 데 있는 것 같다.
문경민 작가의 작품들은 늘 아이들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그려내는데, 《숨 참고 슛오프》 역시 그랬다.
이번 작품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다희와 엄마의 관계였다.
몸이 약한 다희를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갔다. 아이가 자꾸 아프면 부모의 마음은 쉽게 불안해질 수밖에 없으니까. 하지만 그런 염려가 반복될수록 질려버리는 다희의 마음 역시 너무 현실적이었다. 사랑인데도 답답하고, 보호인데도 숨이 막히는 감정.
읽는 내내 ‘나의 미래가 되지 않게 해야겠다’ 는 생각을 했다. 아이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아이의 숨 쉴 공간까지 좁히는 부모가 되고 싶지는 않다고.
그리고 이 책은 양궁이라는 소재가 주는 몰입감이 상당하다.
숨을 고르고, 자세를 고정하고, 활시위를 당긴 뒤 놓아버리기까지의 몇 초. 정적인 스포츠인데도 이상할 만큼 긴장감이 크다. 제목처럼 정말 독자도 함께 숨을 참고 있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제목인 《숨 참고 슛오프》 는 꽤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양궁에서 활을 쏘는 순간 선수는 숨을 멈춘다. 흔들림을 최소화하기 위한 짧은 정적. 하지만 작품 속 ‘숨 참고’는 단순한 경기 기술 이상의 의미처럼 느껴졌다.
다희와 봉식, 그리고 영서까지. 사실 이 아이들은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숨 참고 살아온 아이들이다.
다희는 몸이 약하다는 이유로 따라붙는 불안과 과잉보호 속에서 자신의 상처와 답답함을 쉽게 말하지 못한 채 버텨왔고, 봉식 역시 말로 다 꺼내지 못한 아픔과 부담을 혼자 견디는 아이였다. 영서 또한 겉으로 드러난 모습 너머에 자신만의 결핍과 고통을 품고 있었던 인물처럼 읽혔다.
생각해보면 사람은 힘들 때 종종 숨부터 참는다. 울음을 참을 때도, 화를 삼킬 때도, 불안을 견딜 때도 그렇다. 그래서 제목 속 ‘숨 참고’는 아이들이 살아온 시간 자체를 압축한 표현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뒤에 붙는 ‘슛오프’.
양궁에서 슛오프는 마지막 승부의 한 발이다. 그런데 양궁은 활시위를 끝없이 당기고만 있을 수 있는 운동이 아니다. 아무리 조준이 중요해도 결국 어느 순간에는 놓아야 한다.
다희와 봉식이 양궁을 통해 해소한 것은 단순한 경기의 긴장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활시위를 당기며 마주한 것은 오랫동안 눌러두었던 두려움과 분노, 이해받지 못했던 답답함, 자기 안의 상처들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활을 놓는 순간은 단지 화살을 과녁으로 보내는 행위가 아니라, 자신을 짓누르던 감정들을 조금씩 바깥으로 내보내는 행위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숨 참고 슛오프》의 진짜 승부는 과녁 점수에만 있지 않은 것 같다.
숨을 참고 버텨온 아이들이, 결국 자기 안의 고통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조금씩 놓아보는 과정.
어쩌면 그것이 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슛오프’였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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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신살도감
애옹희(성민정) 지음 / 모티브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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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사주는 늘 미래를 점치는 예언처럼 느껴졌다.
태어나는 순간 이미 운명이 정해져 있는, 어딘가 닫혀 있는 세계 같았다.

결정적으로 거부감이 커진 건 아이 이름을 지을 때였다.
원하는 뜻의 한자를 골라 이름을 지어주고 싶었지만, 사주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는
어른들의 의견 앞에서 결국 음만 내가 원하는 대로 두고 한자는 사주풀이상 좋다는 글자를 택했다.
그 일을 겪고 난 뒤 사주는 더 멀게 느껴졌다.

사주 열풍이 불 때도 궁금할 뿐, 일부러 보지 않았다.
그런데 《사주 신살 도감》은 그 인식을 조금 바꾸어 놓았다.

이 책은 사주를 ‘정해진 운명’보다 ‘자기이해의 언어’에 가깝게 설명한다.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MBTI가 떠올랐다.
16개의 성격 유형만으로도 사람의 사고방식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
사주에서 말하는 일주는 무려 60가지였다.

MBTI보다 몇 배는 더 세밀하게 인간의 기질을 들여다보는 방식처럼 느껴졌다.
책 제목이 왜 ‘도감’인지도 금세 이해된다.
60가지 일주가 사전처럼 정리되어 있어 MBTI 유형 찾아보듯 내 일주를 읽는 재미가 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사주를 바라보는 관점이었다.
누군가 사주를 본다고 하면 늘 이런 질문을 던지곤 했다.
“그럼 한날한시에 태어난 사람은 모두 같은 인생을 사는 걸까?”
하지만 이 책은 명(命)을 이미 완성된 결론이 아니라 삶의 큰 흐름으로 설명한다.
같은 명을 타고나더라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태도와 선택에 따라 삶의 방향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닫힌 결론이 아니라 열린 결론.
바로 그 지점에서 사주는 더 이상 부담스러운 운명론이 아니라, 인간의 성향을 읽어내는 하나의 언어처럼 다가왔다.

덕분에 얼마 전 유행했던 ‘990원 사주’를 다시 떠올리게 됐다.
당시에는 화면 가득한 한자들이 낯설고 막막하게만 보였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난 뒤에는 그 문장들이 미래를 단정하는 말이 아니라,
타고난 기질과 경향성을 설명하는 언어처럼 읽혔다.

특히 좋았던 부분은 ‘~살’에 대한 해석이었다.
도화살, 역마살 같은 단어는 왠지 길흉을 판정하는 무서운 말처럼 들렸는데,
책은 이를 관계 방식, 변화 욕구, 내면의 성향처럼 현대적인 언어로 풀어낸다.
그래서 사주를 믿고 안 믿고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프레임으로 접근하게 된다.

사주를 지나치게 무겁게 받아들여 삶을 포기하지도, 너무 가볍게 소비하지도 말라는 조언.
그럼에도 삶의 어려움 앞에서 자신의 타고난 기질 안에서 희망의 단서를 찾는 지혜.
《사주 신살 도감》은 미래를 맞히는 책이라기보다, 자신을 이해하는 방법에 관한 책에 더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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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 나쁜 말 하는 애 ㅣ 동화 쫌 읽는 어린이
임수경 지음, 이주희 그림 / 풀빛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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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인찬이는 2학년짜리 아이치고 꽤 거칠어요.

나쁜 말은 기본이고, 선생님 앞에서 연필을 부러뜨리고

친구 얼굴에 상처를 내기도 하죠.



그런데 이 책은 그 행동보다

행동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에 더 오래 머물러요.



인찬이 마음속엔 샘이 있어요.

화가 나거나 당황하면 그 샘에서 눈물이 차오르는데,

아빠가 말했거든요.



"울면 애들이 무시해."



그 한마디가 인찬이에게

눈물 대신 뾰족한 말을 꺼내는 법을 가르쳐버렸어요.



나쁜 말은 나쁜 성격이 아니라

무너지지 않으려는 필사적인 자기 방어였던 거예요.



---



읽는 내내 인찬이보다

인찬이를 둘러싼 어른들이 자꾸 눈에 밟혔어요.



거칠게 훈육하면서도 아들의 속마음은 들여다보지 못했던 아빠,

아들 얼굴이 패여 왔는데도 아이들끼리 해결하도록 기다려준 동하의 부모님,

그리고 인찬이가 어떤 행동을 해도 단 한 번 소리치지 않고

마음이 열릴 때까지 묵묵히 기다려준 선생님까지.



아이는 혼자 자라지 않는다는 걸

이 이야기는 설교하지 않고 그냥 보여줘요.



나쁜 말로 고민인 어린이들이 이 책을 읽으면 좋겠어요.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는 작가님의 말처럼,

분노, 서운함, 당황스러움 같은 감정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몰라 엉뚱하게 터뜨리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지요.



이 책이 내 마음 어디가 고장났는지

들여다보는 첫 실마리가 되어줬으면 해요.





다만 한 가지는 짚고 싶어요.

마음을 이해받는 것과 책임을 지는 것은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에요.

누군가에게 피해를 줬을 때

그에 합당한 책임이 무엇인지 배우는 것도 성장의 일부니까요.



이야기 속에서는 모두가 인찬이를 기다려줬지만

현실에서 그 기다림이 항상 가능하지는 않아요.



그래서 이 책은 어린이보다

함께 읽는 어른에게 더 많은 질문을 던지는 것 같아요.



우리는 아이의 행동 뒤에 있는 마음을 보려 하고 있나요?

그리고 동시에, 책임지는 법도 가르치고 있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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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데몬 헌터스 애니메이션 그림책 - 팬들을 위해! ㅣ 케이팝 데몬 헌터스 공식 시리즈
안젤라 송 지음, 김민정 그림 / 서울문화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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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K-애니메이션의 역사를 쓴 그 작품, 드디어 아이와 함께 볼 수 있게 됐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많이 스트리밍된 애니메이션으로, 오스카 최우수 애니메이션상·오리지널 음악상, 그래미 Best Song Written for Visual Media, 골든글로브 최우수 애니메이션까지 석권한 작품이다. 'Golden'과 'Soda Pop'은 애니메이션을 보지 않아도 어느새 흥얼거리게 될 만큼 음원으로서의 생명력도 강력했다.


그런데 막상 어린아이에게 본편을 보여주기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다. 귀마를 주축으로 한 악령들의 공격 장면, 악귀들이 군중처럼 달려드는 전투 씬은 유아들에게 충분히 공포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이미 노래를 다 외우고 있는데 정작 영상을 보여줄 수 없는 상황, 이 그림책이 바로 그 공백을 채워준다.


 본편의 날카로운 캐릭터 디자인과 달리, 그림책에서는 모든 인물이 머리가 크고 눈이 커다란 대두 스타일로 재해석되었다. 미니미처럼 깜찍하고 친숙한 비율이라 아이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기 좋다. 좀비처럼 달려들던 악귀 떼는 등장하지 않고, 저승사자 컨셉의 진우도 신비롭게 표현되는 정도에 그쳐 무서운 요소를 최소화했다.


 한 쪽당 글밥이 적어 전체 스토리를 세세하게 담지는 못했으나, 이 책 한 권만으로도 헌트릭스와 사자보이즈의 등장인물과 큰 줄기의 이야기를 파악할 수 있는 수준이다. 각 인물에 한 페이지씩 할애한 캐릭터 소개 페이지가 특히 유용하다. 아이들과 본편을 수차례 반복 시청했음에도, 리더 진우를 제외한 멤버들—로맨스, 애비, 미스터리, 베이비—의 이름을 이 책을 통해 비로소 제대로 알게 되었을 정도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세계관을 유아와 함께 안전하게 공유하고 싶은 보호자에게 강력히 추천한다. 이미 음원에 익숙한 아이라면 캐릭터를 그림으로 만나는 경험 자체가 즐거운 발견이 될 것이고, 처음 접하는 아이에게는 가장 이상적인 첫 입문서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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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건설 ㅣ 스콜라 창작 그림책 112
이명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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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을 펼치며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영화 『인사이드 아웃』이었다.
몽환적인 색감도, 보이지 않는 마음의 세계를 구체적인 공간으로 표현하는 방식도 닮아 있었다.
『인사이드 아웃』에서 기억 섬이 자아를 지탱하는 기반이 되듯,
『마음건설』에서도 마음을 이루는 재료는 결국 기억에서 시작된다.
책 속 "마음 벽돌"이 거대한 나무 모양의 기억 창고에서 나온다는 설정이 그래서 인상 깊었다.
살아오며 쌓인 기억들이 결국 나를 버티게 하는 힘이 된다는 것.


그 생각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어린 시절의 경험이 그만큼 중요하겠구나.
아이들을 소중히 다루어야 한다는 말이 품고 있는 무게가,
이 그림책 한 권 덕분에 훨씬 실감나게 다가왔다.


이 책은 보이지 않는 '마음'을 집에 비유한다
부서진 집을 보수하는 과정이 곧 마음을 회복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보여주는데,
감정을 건설 과정에 빗대어 설명하는 방식이 특히 좋았다.

와장창 쏟아진 말들이 무거운 돌덩이가 되고,
기중기가 그것을 들어 올리고, 포크레인이 밀어낸다.
기중기로 돌덩이를 들어 올리는 것 → 왜 내가 상처받았는지 들여다보는 일,
포크레인으로 걷어내는 것 → 그 감정을 꺼내어 흘려보내는 과정


이렇게 연결해보니, 속상한 마음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모르는 아이에게 이 책이 꽤 구체적인 언어를 건네준다는 걸 느꼈다.

집을 다시 세울 때 쓰는 '기억 벽돌'과 '거푸집 반창고'도 마찬가지다.
"너의 마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무엇이니?"
이 질문 하나로 아이와 함께 마음의 재료를 찾아볼 수 있다.

어린이 그림책이지만, 어른인 나에게도 충분히 닿았다.
마음이 무너지는 경험은 어린이에게만 찾아오지 않으니까.
그러니까 이 책은 결국 회복탄력성에 대한 이야기다.

결말에서 주인공 아이는 잘 지어진 마음 집 덕분에 친구에게 먼저 손을 내민다.
단단하게 지어진 지붕 아래서 흘러나온 온기가 닫혀 있던 친구의 마음을 녹이고,
둘은 함께 더 튼튼한 마음 집을 지어나간다.


마음은 무너질 수 있다.
하지만 내 스스로 충분히 다시 지을 수도 있다.
나는 괜찮을 거고, 나아질 거라는 믿음.
다친 마음을 수리하는 것도 결국은 나다.
나를 잘 아는 것, 나를 잘 돌볼 줄 아는 것이야말로 가장 훌륭한 건축술일지도 모른다.


쉽게 상처받고 오래 마음 아파하는 아이들에게,
그리고 사실은 그런 마음을 품고 살아가는 어른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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