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을 샀다 - 장선환 그림책
장선환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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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수박을 샀다]를 읽으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커다란 수박보다 그 수박을 들고 가겠다는 동하를 바라보는 엄마의 태도였다.

아빠 생일에 수박을 사주고 싶었던 동하는 자기 몸집의 반만 한 수박을 직접 들고 가겠다고 한다. 어른이라면 금방 알 수 있다. 지하철을 타고 다섯 정거장을 지나 집까지 그 수박을 들고 가는 일이 아이에게 얼마나 힘든지, 끝까지 무사히 가져가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런데 엄마는 동하의 손에서 수박을 빼앗지 않는다. “엄마가 들까?” 하며 대신해주기보다 아이가 선택한 일을 끝까지 해볼 수 있도록 곁을 지킨다.

이 장면은 아이의 선택을 존중하는 엄마의 태도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아이가 실패하지 않도록 대신해주는 것과, 실패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스스로 해볼 수 있도록 지켜봐주는 것은 다르다. 동하의 엄마는 후자를 선택한다. 아이가 할 수 있는지를 어른의 기준으로 먼저 판단하기보다,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믿어주는 것이다.

그렇게 동하는 커다란 수박을 안고 집으로 돌아간다. 시장은 집에서 다섯 정거장이나 떨어져 있다. 어른에게는 숫자로 설명되는 거리지만, 자기 몸집의 반만 한 수박을 품에 안은 아이에게는 평소보다 훨씬 길고 무거운 길이다. 그럼에도 동하는 수박을 놓지 않는다. 아빠가 좋아하는 것을 자신이 직접 가져다주고 싶다는 마음이 행동으로 이어지는 과정이다.

그리고 집에 거의 다 왔을 때 수박이 깨진다.

그런데 나는 이 장면에서 한참 그림을 들여다봤다. 수박이 산산이 조각나는 순간인데 이상할 만큼 아름답다. 수박에서 튀어나온 물방울들이 알록달록한 꽃잎처럼 사방으로 흩어져 있다. 처음에는 동하의 꿈이나 상상 장면인가 싶었다. 현실에서 수박이 이렇게 아름답게 깨질 리 없으니까.

하지만 다시 보니 이 장면은 꿈이 아니었다. 조각나도 여전히 아름다운 동하의 마음을 표현한 장면이었다.

수박은 깨졌다. 동하가 그렇게 애써 들고 온 수박은 온전한 모습으로 집에 도착하지 못했다. 하지만 아빠에게 수박을 사주고 싶었던 마음까지 깨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작가는 수박이 조각나는 순간을 꽃잎이 흩날리는 모습으로 바꾸어, 실패의 순간에도 사라지지 않는 아이의 마음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그래서 이 장면은 ‘실패해도 괜찮아’라는 위로보다 더 깊게 다가온다. 동하가 한 일을 처음부터 실패라고 규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수박을 무사히 가져오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아빠를 생각하며 수박을 고르고, 직접 들고, 힘든 길을 끝까지 걸어간 경험까지 실패한 것은 아니다. 깨진 수박은 결국 가족의 생일상에 올라가고, 동하의 마음 역시 가족에게 닿는다.

제목도 그래서 의미 있게 다가온다. [수박을 샀다]. 수박을 무사히 가져왔다도, 수박을 깨뜨렸다고도 하지 않는다. 그저 수박을 샀다고 말한다. 동하가 아빠를 위해 수박을 고르고, 직접 들고 가겠다고 하고, 그 길을 걸어간 과정 전체를 성공과 실패로 나누지 않는 제목이다.

아이들은 자주 “내가 할 거야.”라고 말한다. 어른의 눈에는 힘들어 보이고, 결과가 예상되는 일도 자기 힘으로 해보고 싶어 한다. 그럴 때 아이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우리가 너무 빨리 대신해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수박을 샀다]의 엄마는 동하가 실패할 가능성을 알면서도 아이의 손에서 수박을 가져가지 않는다. 대신 곁에서 함께 걷는다.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고 시도할 수 있도록 믿어주는 기다림이다.

수박은 깨졌지만 동하의 마음은 깨지지 않았다. 오히려 깨지는 순간 꽃잎처럼 흩어진 수박의 조각들이, 아이가 온 마음을 다해 무언가를 해보려 했다는 사실을 더 아름답게 보여준다. 나는 장선환 작가가 이 장면을 통해 아이의 마음을 존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아주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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