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성적인 뱀파이어 ㅣ 문학동네 청소년 80
최상희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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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펼친 이유는 소개글 속 한 문장 때문이었습니다. '작은 존재들을 살피는 이야기.' 그 문장이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책을 덮고 난 지금은 그 문장을 조금 다르게 기억합니다. 작가는 작은 존재를 이야기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조용히 되묻고 있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내성적인 뱀파이어」였습니다. 사람과 뱀파이어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배경으로 하지만, 이 작품이 말하고 싶은 것은 판타지가 아니라 편견과 선입견입니다. 법과 제도가 바뀌어도 사람의 시선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보여 줍니다. 무엇보다 자정이 넘은 시간의 눅눅한 공기, 번개가 치며 흔들리는 형광등 불빛, 어둠이 스며든 공간을 묘사하는 문장들이 작품 특유의 분위기를 완성하며 깊은 몰입감을 선사했습니다.

「여름의 고양이」에서는 보이지 않는 고양이가 중요한 상징으로 등장합니다. 저는 그 고양이를 '야생성'보다 상처 입은 사람이 끝내 살아남기 위해 붙잡는 생존 본능으로 읽었습니다. 누군가의 상처를 자극적으로 소비하지 않고, 다시 살아갈 힘과 연대로 이어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작품은 「소문의 행성」입니다. 반려묘와의 사랑을 따뜻한 판타지로 풀어낸 이야기인데, 한 문장이 오래 여운을 남겼습니다. '저 사람이 나를 사랑해 줬다는 걸 그냥 알겠더라.' 사랑은 설명하거나 증명하지 않아도 남는 감정이라는 사실을 이보다 더 따뜻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작품 속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수국 역시 '변하지 않는 마음'이라는 꽃말처럼,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 사랑을 상징하는 장치처럼 느껴졌습니다.

흥미롭게도 세 작품 모두에 고양이가 등장합니다. 사회가 쉽게 밀어내는 작은 존재로, 상처를 견디게 하는 생존의 힘으로, 그리고 시간을 넘어 사랑을 이어 주는 존재로. 모습은 달라도 작가는 고양이를 통해 작고 연약해 보이는 존재들이 사실은 사람을 가장 오래 버티게 하는 힘이라는 사실을 들려주고 있었습니다.

교실에도, 우리 주변에도 그런 '작은 존재'들은 늘 있습니다. 말수가 적어 쉽게 잊히는 아이, 속마음을 감춘 채 조용히 버티는 아이, 누군가의 따뜻한 시선 하나를 기다리는 사람들 말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그런 존재들을 조금 더 세심하게 바라보는 어른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판타지라는 옷을 입고 있지만 결국 사람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편견, 상처, 사랑, 그리고 연결에 대해 조용하지만 깊이 있게 이야기하는 작품을 찾는 독자라면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단편집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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