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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 동생을 만나러 갑니다 ㅣ 동화 쫌 읽는 어린이
고수산나 지음, 해마 그림 / 풀빛 / 2026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로그인, 동생을 만나러 갑니다》는 AI 기술과 애도라는, 아동문학에서 흔치 않은 조합을 정직하게 다루는 작품입니다. 오월의 어느 아침, 형 서준이는 동생 하준이와 사소한 말다툼을 합니다. 그것이 마지막 대화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날 하준이는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서준이에게는 슬픔보다 먼저 죄책감이 찾아옵니다. "동생 대신 내가 죽었다면 부모님이 덜 슬퍼했을까"라는 생각까지 밀고 나가는 서준이의 모습은, 이 책이 아이의 상실을 결코 가볍게 다루지 않는다는 걸 보여줍니다.
부모 역시 하준이를 잃은 슬픔에 잠겨 정작 곁에 있는 첫째를 놓치고 있었습니다. 뒤늦게 서준이의 마음을 알게 된 엄마가 충격과 미안함 속에 던지는 한마디는, 다그침이 아니라 스스로를 향한 후회에 가깝습니다. 깊은 슬픔이 가장 가까운 사람조차 보이지 않게 만든다는 사실을, 이 장면은 담담하게 짚어냅니다.
그런 가족 앞에 등장하는 것이 AI 안경을 이용한 디지털 추모 서비스입니다. 목소리도 표정도 살아있을 때와 꼭 닮은 하준이를 다시 만나지만, 이 책은 AI를 위협적으로도 만능으로도 그리지 않습니다. 대신 서준이가 그 존재와 함께하면서도 조금씩 어긋남을 느끼게 하며, 기술이 대신할 수 없는 마음이 무엇인지 스스로 묻게 합니다.
결국 가족은 AI 안경을 상자에 넣습니다. 이는 거부가 아니라 졸업에 가까운 선택입니다. 도구는 유용하지만, 그것을 언제까지 쓰고 언제 내려놓을지는 결국 사람의 몫이라는 걸 이 책은 조용히 말합니다. 그리고 그 끝에서 서준이가 동생에게 쓰는 편지는, AI가 아닌 서준이 자신의 언어로 완성된 애도의 기록입니다.
AI가 아이들의 일상에 성큼 들어온 지금, 이 책은 시의적절한 질문을 던집니다. 기술은 그리운 사람을 다시 만나게 해줄 수 있지만, 그 사람을 온전히 기억하고 떠나보내는 일은 결국 사람의 몫이라는 것. 가족 소설이자 성장 소설로서, 그리고 지금 시대의 아동문학이 던져야 할 질문으로서 이 책은 균형 잡힌 답을 내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