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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가 좋아서
이정록 지음, 변예슬 그림 / 창비 / 2026년 5월
평점 :
나는 이 책을 그림책이라기보다 한 편의 긴 시화집처럼 읽었다.
사실 《함께가 좋아서》는 사건이 크게 전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긴장감 넘치는 모험도, 극적인 반전도 없다. 겨울잠에서 깨어난 아기 곰이 친구들과 어울리고, 걷고, 쉬고, 놀고, 먹고, 잠드는 시간이 차곡차곡 이어질 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페이지를 넘길수록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 이유는 이 책이 '무엇을 했는가'보다 '누구와 함께 있었는가'에 집중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책 속에는 늘 둘 이상의 존재가 함께 있다. 함께 걷고, 함께 뛰고, 함께 쉬고, 함께 웃는다. 그리고 그 시간들은 의성어와 의태어로 표현된다. 퐁당퐁당, 오순도순, 알콩달콩, 새근새근. 이 말들은 단순히 소리나 움직임을 흉내 내는 표현이 아니다. 함께 있는 순간의 감정을 담아내는 언어처럼 느껴진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의성어와 의태어가 이야기를 설명하기보다 감정을 불러온다는 점이다. 우리는 "행복했다"는 문장을 읽지 않아도 된다. 대신 친구들과 나란히 걷는 모습을 보며 오순도순이라는 말을 만나고, 함께 잠드는 장면에서 새근새근이라는 말을 만난다. 그러면 독자는 행복이라는 감정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은 무엇인가를 가르치려는 그림책이라기보다 함께하는 시간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시에 가깝다.
이정록 작가가 시인이라는 사실도 떠올랐다. 시는 종종 사건보다 순간을 붙잡고, 의미보다 감각을 먼저 건넨다. 《함께가 좋아서》 역시 마찬가지다. 이야기를 따라가기보다 언어의 리듬을 따라가게 된다. 한 장면 한 장면이 시의 연처럼 이어지고, 의성어와 의태어는 운율이 되어 책 전체를 흐른다.
우리는 종종 행복을 특별한 사건에서 찾으려 한다. 하지만 이 책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누군가와 나란히 걷는 일, 함께 웃는 일, 같은 풍경을 바라보는 일. 행복은 거창한 순간이 아니라 함께 시간을 향유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함께가 좋아서》는 그 단순한 진실을 다정한 언어와 그림으로 들려주는 그림책이었다. 책을 덮고 나니 한 편의 이야기를 읽은 것보다 한 편의 시를 천천히 음미한 기분이 오래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