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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놀이할 사람, 여기 여기 모여라! ㅣ 길쭉 그림책
박주현 지음 / 기린미디어 / 2026년 4월
평점 :
『공기놀이할 사람, 여기 여기 모여라!』는 공기놀이를 좋아했던 작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책이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처럼 공기놀이는 오래된 전통놀이지만 시대가 변한 지금도 여전히 재미있다. 스마트폰 게임과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에도 공기놀이만의 긴장감과 성취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작가는 공기놀이를 아직 모르는 아이들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하는데, 그 마음이 책 곳곳에서 느껴진다. 특히 1단부터 꺾기까지 공기놀이의 방법을 차근차근 소개해 주어 공기놀이를 처음 접하는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규칙을 익히고 도전해 볼 수 있다.
요즘 새로운 것을 배울 때 가장 먼저 찾는 것은 영상이다. 빠르고 직관적이라 금세 따라 할 수 있지만, 그만큼 쉽게 흘려보내기도 한다. 반면 이 책은 글과 그림을 통해 공기놀이의 과정을 천천히 이해하고 익히게 한다. 마음에 드는 장면은 다시 펼쳐 보고, 어려운 단계는 몇 번이고 되짚어 볼 수 있다. 무엇이든 빠르게 소비하고 해결하려는 시대에 이 책은 책과 글이 가진 배움의 힘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한다. 공기놀이를 배우는 튜토리얼이자, 천천히 읽고 익히는 독서의 가치를 보여 주는 책처럼 느껴졌다.
무엇보다 이 책의 매력은 공기 다섯 알이 각각의 색깔과 이름을 가진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단순한 놀이 설명서였다면 자칫 지루할 수 있었겠지만, 공기알들이 서로를 응원하고 격려하며 단계별 미션을 수행하는 이야기가 더해져 훨씬 생동감 있게 다가온다. 공기알들은 실수하는 친구를 나무라기보다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 주고, 어려운 단계에 도전할 때는 함께 힘을 모아 응원한다. 덕분에 아이들은 놀이 방법뿐 아니라 친구와 협력하는 방법, 서로를 격려하는 태도, 함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즐거움도 배울 수 있다. 승패보다 함께 즐기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알려 주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요즘에는 놀이도 교육적인 효과를 중심으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소근육 발달에 좋은 놀이, 대근육 발달에 좋은 놀이처럼 기능을 세분화하여 설명한다. 물론 그런 접근도 의미가 있지만, 전통놀이를 떠올려 보면 조상들은 굳이 발달 영역을 나누지 않아도 놀이 속에 다양한 성장 요소를 자연스럽게 담아 놓았던 것 같다. 공기놀이와 실뜨기를 하며 손가락을 섬세하게 움직여 소근육을 기르고, 제기차기와 고무줄놀이를 하며 균형감각과 대근육을 발달시킨다. 여기에 친구들과 차례를 지키고 규칙을 배우는 사회성까지 더해진다. 단순한 놀이 같지만 몸과 마음, 관계를 함께 성장시키는 종합 선물세트 같은 놀이였던 셈이다.
또한 공기놀이는 준비물이 간단하다는 큰 장점이 있다. 공깃돌 다섯 알만 있으면 되고, 넓은 운동장도 필요 없다. 집 안 한구석이나 교실 한편, 놀이터 벤치 옆 작은 공간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비용 부담 없이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매력적이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 동안 공기놀이가 단순히 시간을 보내기 위한 놀이가 아니라, 심심한 시간을 즐거운 추억으로 바꿔 주는 놀이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책 마지막의 '찬스' 코너는 가족이 함께 참여하면 더욱 재미있을 것 같다. 부모님 세대가 어린 시절 즐겼던 공기놀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실제로 함께 놀이를 해 본다면 책이 가진 즐거움이 배가될 것이다. 같은 공기놀이도 지역에 따라 공깃돌의 이름이 다르고 규칙이나 기술의 명칭도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 누군가는 꺾기라고 부르고, 누군가는 다른 이름으로 기억할 수도 있다. 이렇게 서로의 추억을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세대 간 대화도 이어질 것이다. 전통놀이는 단순히 옛날 놀이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이어 주는 문화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공기놀이할 사람, 여기 여기 모여라!』는 공기놀이의 방법을 알려 주는 책이면서 동시에 전통놀이의 가치와 즐거움을 전하는 책이다. 놀이 속에서 협력과 응원, 도전 정신을 배우고, 가족과 함께 추억을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다. 빠르게 소비되는 콘텐츠가 익숙한 시대에, 한 권의 책을 통해 놀이를 배우고 추억을 나누며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