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3학년 2반 전설의 애벌레 첫 읽기책 19
김원아 지음, 이주희 그림 / 창비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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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K-장녀’, ‘K-장남’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첫째에게는 유난히 많은 기대와 부담이 따라온다. 그래서 첫째 하면 왠지 참고, 버티고, 조용히 잘해내야 할 것 같은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나는 3학년 2반 전설의 애벌레》 속 첫째는 그런 공식에서 과감히 벗어난다. 이 책의 1번 애벌레는 부담을 끌어안고 가만히 있는 대신, 궁금하면 바로 몸부터 움직이는 애벌레다. 위험해 보여도 일단 도전하고, 케이지에 갇히면 몇 번이든 탈출을 시도한다. 한마디로 도전 정신이 아주 충만하다.

처음엔 “왜 저렇게까지 하지?” 싶다가도, 계속 보다 보면 이 애벌레에게는 포기하지 않는 근성과 뚝심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한 번 실패했다고 멈추지 않고, 안 되면 다시, 또 다시 도전한다. 말 안 듣는 것 같아 보여도 사실은 끝까지 해보는 집요함이 있는 첫째다.

이 애벌레의 멋진 점은, 책임을 억지로 떠안지 않는다는 것이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도전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이 되고, 첫째가 되어 간다. 근성과 뚝심으로 앞장서다 보니, 어느새 전설이라는 별명까지 얻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첫째’란 꼭 가족 안에서 맏이만을 뜻하지 않는다는 생각도 들었다. 친구들 사이에서 먼저 나서는 사람일 수도 있고, 집에서는 큰형일 수도 있으며, 나중에는 어른이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도전 정신을 가지고 앞서 나가는 사람이 한 명 있을 때, 주변 사람들도 함께 움직일 수 있다는 점에서 첫째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었다.

웃기고 귀여운 애벌레 이야기지만, 읽고 나면 괜히 마음이 단단해진다.
참는 첫째가 아니라, 도전하는 첫째가 얼마나 멋진지 알려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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