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를 보호하는 것이 바로 인간과 지구를 보호하는 길

호랑이는 숲에 살지 않는다 - 멸종, 공존 그리고 자연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임정은 지음 / 다산초당 / 2025년 8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쓰는 주관적 서평입니다.


기후위기가 이미 닥쳐 온 시대, 생물 다양성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책의 저자인 보전생물학자 임정은은 특히나 '호랑이'를 보호하는 데 힘쓰고 있다.

그렇다면 왜 호랑이일까?

호랑이는 해당 지역의 생태계를 대표하는 '깃대종', 넓은 영역에서 살아가는 '우산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에, 최상위 포식자인 호랑이를 보호하면 그 지역의 생태계도 함께 보호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한다.

처음에는 아무래도 호랑이가 멋있으니까 보호하는 걸까..? 🤔 하고 생각했었던 내 자신이 좀 부끄러워졌다 😅

그리고 호랑이를 비롯한 생물을 보호한다는 건 생각보다 매우 어렵고 까다로운 일이었다.

임정은은 호랑이를 보호하기 위해 호랑이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의 훈춘, 라오스의 남엣푸루이 등 세계 각국의 오지를 다니는데, 이미 현지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주민과 맹수인 호랑이가 원만히 공존할 수 있도록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보통 해당 지역 주민들은 정부나 국제기관에서 호랑이를 보호한다고 누군가 찾아오고 나면 자신들의 생업이 제한되거나 터전이 파괴되기 때문에 보전사업에 대부분 적대적이다.

그래서 저자가 '호랑이를 보호하기 위해 온 보전생물학자 임정은'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면 인사도 받아주지 않고 매몰차게 떠나버리는 겅우가 부지기수라고 한다 😭

호랑이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현지 주민들의 협조가 절실하기 때문에 임정은은 다니는 곳마다 주민들의 경계심을 풀고 커뮤니티에 동화되기 위해 살뜰히 노력한다.

똑같은 의상을 입고, 함께 전통 음식도 만들고, 아이들에게 무료로 영어도 가르쳐 주고 등등등.

그리고 주민들과 호랑이가 서로 다치지 않고 피해를 최소화하면서도 공존할 방법을 찾아 백방으로 노력한다.

실제로 훈춘에서는 '친호랑이' 제품(자수, 양봉, 뜨개 등)을 주민들의 생계 아이템으로 제안해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었다.

책에는 호랑이 이야기 외에도 삵, 자바코뿔소, 표범 등 다양한 멸종위기종을 보호하는 이야기와 연구 과정에서 임정은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치열하게 담겨 있다.

인간과 멀게만 느껴졌던 호랑이를 비롯한 여러 야생동물이 지구의 생태계 안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또 살아가야 하는지, 그리고 인간과 공존해야만 하는 이유와 방법을 마음 속에 새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