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벳만 알고 무작정 떠난 호주 워킹홀리데이 - 영어도 배우고 돈도 벌며 진짜 나를 찾는 시간
이경희 지음 / 처음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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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겉표지를 보고, 호주 워킹홀리데이의 낭만을 꿈꿨다. 멋진 해변을 바라보는 저자의 뒷모습이 너무 멋있어 보였다. 

 그런데 이 책에는 반전의 묘미가 있다. 저자가 호주에서 ‘살아남기 위한’ 좌충우돌을 그대로 전한다. 사진과 다르게 그야말로 생존 게임이다. 


 물론 저자가 밝히는 호주의 장점 11가지는 마음에 새길만하다.

 

 “1.자연, 2.만우절 같은 날씨, 3.매일 여행하는 기분, 4.칼퇴, 5.연장 근무 시 추가수당, 6.여유, 7.리액션, 8.팁 문화, 9.자유로운 표현, 10.맛있는 맥주, 11.맛있는 커피”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있다. 여행이 아니라, 일을 하기 위해서 호주를 간다면 좀 더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특별한 나만의 기술이 없다면, 좀 더 고생할 수 있다. 특히 농장이나 공장에서 일하는 것은 아주 힘들고 고생스럽다고 한다. 


 이외에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미용사, 요리사, 제빵, 바리스타, 홈 청소, 올라운더(여러 가지 일을 하는 것), 웨이트리스, 네일아트, 하우스키핑, 이삿짐센터, 필라테스, 트레이너 등 다양하다. 


 저자는 미용기술이 있어서 한국 미용실에서 일했지만 이상한(?) 사장을 만나서 너무 고생을 많이 했다. 그래서 막연한 희망을 갖고 번다버그에 있는 농장 행을 택했다. 그런데 그것이 그녀가 선택한 것 중에 최악이 될 줄은 미처 몰랐다. 


 번다버그는 시드니에서 자동차로 14시간이나 걸리는 곳이라고 한다. 외진 농장에서 하루 종일 자외선을 맞으며 농장 일을 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호주의 피부암 발병률이 1위라는 것도 이를 증명한다. 

 더군다나 농장의 매니저들도 다들 성격이 이상한 것인지, 직원들을 마구 부리고, 욕설도 하기 일쑤였다고 한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성격이 안 좋은 사장, 매니저들을 만난 것 같았다. 


 그럴 때마다 저자는 자연을 통해서 위로를 받았다. 호주의 대자연이 주는 힘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하늘을 볼 때마다 호주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략) 태어나서 이렇게 하늘을 많이 보고, 사진으로 남긴 적이 없었다.” - p106


 저자는 힘든 노동과 정신적인 고통을 참으면서 농장에서 일했다. 세컨드 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일정기간 농장에서 근무기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마침내 5개월 동안 88일을 채우고, 바로 작별인사를 했다. 힘겨웠던 농장생활을 탈출한 것이다. 


 농장에 대한 저자의 어드바이스도 재미있다. 물론 직접 힘들게 겪은 일이라서 제삼자는 재미있지만, 막상 당사자는 눈물, 콧물 다 쏟은 경험이었다.


 “나는 6곳의 농장을 다녔고, 7종류의 작물을 해봤다. 고구마1, 고구마2, 라이치1, 라이치2, 오이, 토마토, 블루베리, 만다리&레몬. 7종류의 일 중에 뭘 할래? 하면 당연 블루베리다. 아무리 꿀잡이라고 해도 힘들지만 체력적으로나 금전적으로 가장 안정적이고 이상적인 것이 블루베리인 것 같다.” - p147


 이렇게 쉬운 블루베리라고 하지만, 저자는 역시 많은 고생을 했다. 장갑을 끼지 못해서 손도 상하고, 블루베리를 따다가 맹독을 가진 ‘브라운 스네이크’라는 독사도 만났다. 물리면 병원에 가는 도중 죽을 정도라고 한다. 

 

 일 외에도 힘든 것이 바로 거주 환경이다. 저자가 다른 지역으로 옮긴 이유도 있지만 같은 지역 내에서도 종종 이사를 해야 했다. 2년 동안 그녀가 머문 집은 무려 열두 군데다. 집마다 거주일과 사연을 상세하게 적었을 정도다. 

 비싼 렌트비에 벌레가 나오는 것은 기본이다. 문제는 쉐어하우스이기 때문에 이상한 룸메이트가 걸리면 그야말로 고생이다. 집도 지저분하고, 소지품도 가끔씩 사라졌다. 마스터도 이상한(?) 마스터를 만나면 여러 가지로 고생이 많다고 한다.


 이렇게 고된 일과 일부 이상한 사람, 집, 인종차별을 제외하고는 호주에도 좋은 점이 많다. 


 앞서 저자가 설명한 11가지가 대표적이다. 대자연을 바라보면서, 맛있는 커피나 맥주를 마시면 이보다 더 큰 행복이 있을까? 여유가 있고 사람간의 따뜻한 정과 리액션도 호주를 매력적으로 만든다.


 저자는 호주에서 거의 2년간 지냈다. 2018년 5월 11일부터 2020년 3월 22일까지였다. 만약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아마 좀 더 오래 지내지 않았을까 싶다. 


 이 책에서 저자는 호주에서 지낸 일을 시간에 따라서 일기처럼 소개했다. 글 쓰는 재치가 남다르고, 재미있는 표현이 많아서 가끔씩 웃음이 났다. 뿐만 아니라 알아두면 유용한 용어, 관광지, 각종 맛 집, 음식, 맥주, 커피 등에 대한 정보도 유용하다.


 무엇보다 저자는 호주에서 지난 2년 동안 삶을 다시 돌아보고, 새롭게 태어나는 계기가 되었다. 비록 온갖 종류의 일을 경험하고 어려움도 많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좋은 사람과 좋은 장소에서 추억도 가득하다.


 호주 워킹홀리데이는 존재의 이유를 못 찾아 떠돌던 나를 살고 싶게 해주었다. 그토록 싫었던 삶이 살아 볼 만다하는 것을 알려주었다.” - p296


 저자의 2년간의 기록은 많은 이들에게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코로나19 상황이 해결되면, 이 책을 가이드 삼아서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 같다. 물론 이상한(?) 사람들을 피해서.


 - 한 줄 요약 : 호주 워킹홀리데이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경험을 제공한다.

 - 생각과 실행 : 우리는 낯선 곳에서 힘든 일을 겪으면서 자신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된다. 젊거나 혹은 늙었더라도 새로운 경험을 통해서 스스로 성장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호주 워킹홀리데이는 그 중의 한 가지 옵션이 될 수 있다. 나는 이제 육체노동에는 자신이 없지만, 다른 젊은 친구들에게 도전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물론 이와 별도로 호주에 가서 멋진 풍경을 즐기고, 맛있는 맥주를 마시고 싶다. 


 * 이번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으로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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