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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성철 2 - 너희가 세상에 온 도리를 알겠느냐
백금남 지음 / 마음서재 / 2021년 6월
평점 :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공력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성철 스님의 마음을 읽고, 수행 과정을 쓴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을 텐데 말이다. 물론 관련 서적을 많이 읽고 연구를 했겠지만, 그래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1권에서는 스님의 젊은 시절 삶과 출가의 길, 그리고 고뇌를 묘사했다면, 2권부터는 본격적인 깨달음의 길을 묘사한다.
책의 시작은 경허 스님의 제자, 만공 스님을 만나는 것에서부터다. 만공 스님은 ‘이론과 사변을 배제한 무심 화두’를 펼쳤다.
성철 스님이 선종과 교종 사이에서 갈등을 하고, 결국 동산 스님 곁을 떠나서, 만공 스님을 만난 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는 간월도로 들어가서 다시 한 번 정진을 거듭했다.
“어떡하든 만공 스님이 말하는 경지에 이르고 싶었지만 번뇌 망상은 사정없이 뇌리를 물어뜯고 있었다.” - p17
이어서 만행을 거듭한 끝에 무려 팔 년 동안 눕지도 자지도 않는 장좌 불와 수행을 시작했다. 그의 용맹정진은 주변에서도 소문이 날 정도였다. 그러면서 자신보다 나이가 열 살 많은 청담 스님, 한 살 어린 자하 스님과 같은 평생 도반을 만나게 되었다.
1940년, 스님이 스물아홉이 되었을 때, ‘수도팔계’라는 계율을 적어서 이를 실천했다. 희생, 절속(속가와 인연을 끊음), 고독, 천대, 하심(자신은 낮춤), 전념, 노력, 고행이 그것이다. 이를 몸소 실천하면서 정진을 하다가 마침내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모든 의식이 황금빛 안에서 서서히 녹기 시작했고 온 우주가 몸속으로 들어오는 기운을 느꼈다.” - p48
스님은 자신도 모르게 깨달음의 노래인 ‘오도송’을 읊었다. 마침내 자신의 굴레에서 벗어난 것이다.
이제 스님은 보다 사회적 소명의식을 갖고 불교계의 변화를 위해서 앞장섰다. 당시 한국 불교계는 일제 강점기 하에서 왜색화가 되면서 많이 변질되었다. 스님이 신도들의 돈을 받고, 결혼을 해서 가정을 갖고, 제사를 지내는 등 본분을 망각하고 있었다.
뜻이 맞는 스님들과 모여서 ‘봉암사 결사’를 이끌었다. 향곡, 자운, 월산, 우봉, 보문, 성수, 도우, 혜암, 법전 스님 등이 함께 했고, 비구니들도 결사에 참여했다. 봉암사 결사는 한 마디로 일제의 잔재들을 말끔히 지우는 것이었다. 모든 푸닥거리를 추방했고, 장삼도 소박한 괴색으로 바꿨다. 비단 승복과 바리때를 모아놓고 모두 태워버릴 정도였다. 이어서 대중들이 ‘공주규약’을 철저하게 지키도록 했다.
규약 중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노동’이다. 스님들도 매일 두 시간 이상 노동을 해야 하고, 신도들의 보시에 의한 생활을 완전히 청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필요한 모든 것은 스스로 해결하고, 정해진 시간 외에 누워 자는 일을 금했다.
물론 이런 엄한 규칙을 지키지 못하고, 떠나는 이도 있었다. 그만큼 봉암사 결사는 치열했다. 만약 이 때 치열한 노력이 없었다면 지금의 불교계는 현재의 모습과 달랐을 지도 모른다.
스님의 첫째 딸은 갑자기 세상을 떠났고, 둘째 딸 수경도 출가해서 ‘불필’이라는 법명으로 새로 태어났다. 어머니도 불교에 귀의해서 남은 생애를 치열한 수행으로 끝을 맺었다. 하지만 아내 덕명은 스님을 찾아와서 끝내 원망의 끈을 놓지 않고, 온갖 욕을 하고 사라졌다.
사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스님의 아내와 같을 것이다. 남편이 두 아이를 놓고, 갑자기 출가하겠다고 하고 소식이 끊긴다면 얼마나 원망스러운 마음이 들겠는가?
하지만 스님의 아내도 마침내 출가를 해서 속세와 인연을 끊었다.
스님은 불교계의 쇄신을 위해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성철은 전혀 개의치 않고 권력과 재물만 탐하는 조계종 승려들의 수행 태도에 일갈을 계속했다.” - p198
당연히 기득권 세력에서는 스님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온갖 유언비어를 만들어서 비방했다. 하지만 스님은 꿈적 조차 하지 않았다.
최고 권력자 박정희 대통령, 전두환 대통령 등이 만나자고 해도, 초청을 해도 계속 거절했다. 결코 정계와는 연을 맺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이 책은 성철 스님에 대한 이야기를 소설로 극화했지만, 불교의 많은 교리를 되도록 쉽게 설명해준다. 불교에 대해서 궁금하거나 또는 마음공부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무엇보다 저자의 치밀한 상상력과 묘사가 책의 몰입감을 높인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나의 인생의 화두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스님이 열반했을 때를 저자는 이렇게 평가했다.
“그 정정했던 가야산 호랑이가 이제 본래대로 돌아가는 구나” - p293
- 한 줄 요약 : 성철 스님이 열반의 경지에 오르는 과정을 상세히 묘사했다.
- 생각과 실행 : 현대인도 수행자의 삶을 살 수 있다. 겸손한 마음을 잊지 않고, 나의 존재에 대한 화두를 놓지 않는 것이다. 또한 부와 명예에 연연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 위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결국 부처의 삶이다.
* 이번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으로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