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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성철 1 - 너희가 세상에 온 도리를 알겠느냐
백금남 지음 / 마음서재 / 2021년 6월
평점 :
성철 스님에 대한 책은 여러 권 읽어봤다. 워낙 많은 책들이 있지만, 그중에서 원택 스님의 《성철 스님 시봉이야기》를 잘 읽었다. 원택 스님의 관점에서 바라 본 위대한 스승의 모습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부모님도 불교 신자인데, 성철 스님을 만나 뵌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러려면 3천 배를 해야 했다. 말이 3천 배지, 정말 쉽지 않다. 나도 108배 절을 하고 몸살이 날 정도였으니 말이다. 막상 성철 스님을 뵈었을 때, “뭐 하러 여기까지 왔노?”라고 하셨다고 한다. 그 외엔 별다른 말씀이 없으셨다.
부모님의 영향 때문인지 어릴 적부터 절에 다니고는 했다. 그래서 불교에 대한 관심을 늘 갖고 있었다.
마침《소설 성철》이 나와서 반갑게 이 책을 선택했다. 스님의 이야기를 좀 더 극화해서 볼 수 있었다. 이 책의 저자 백금남 작가는《관상》,《궁합》,《명당》으로 이미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이 삼부작은 모두 영화화되었고, 영화《관상》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무려 9백 만 명의 관중을 동원했다.
믿고 읽는 작가의 책답게《소설 성철》도 재미있게, 그리고 깨달음을 느끼며 읽었다.
이 책은 두 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1권부터 소개하면, 스님이 유학자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나서 불교에 빠진 일, 그리고 불교에 귀의하게 되는 일화를 다룬다.
성철 스님은 동네에서도 유명한 신동이었다. 책 귀신이라고 불릴 정도로 안 읽어본 책이 없고, 책을 사기 위해서 온갖 열정과 노력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결국 불경에 빠지게 되면서, 그의 아버지는 걱정에 빠졌다. 스님의 집안은 영남 유림의 맥을 잇는 종장으로서 ‘유가’를 이루고 있었다. 그런 집안에 장남이 불교에 빠졌으니 아버지의 근심이 오죽하겠는가?
“집안을 이어받아야 할 맏아들이 불경에 빠져서 독버섯이 되어가다니. 믿고 믿었던 아들놈이 조상님네로부터 등을 돌리고 있었다.” - p39
스님은 혼자서 불경을 갖고 공부를 하고 본격적으로 수행에 들어갔다. 그러다가 몇 개월 후 ‘혼침’에 빠져서 어려움을 겪었다. 혼침은 무념무상의 단계에 이르기 전으로 일종의 환각과 같은 것이라고 한다.
결국 그는 당대 유명한 선승이었던 경허 스님의 제자 만공과 관섭을 찾아가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만공 스님은 이미 혼침의 경지를 넘었기 때문에 그로부터 가르침을 받으려고 했으나, 행적을 알 길이 없어서 대신 같은 동문이었던 관섭을 찾아갔다.
사실 관섭은 경허 스님을 모시면서, 매번 술과 고기 심부름을 했고, 스승에 대한 실망감이 커져서 도망 나온 제자다. 심지어 스승을 죽이기 위해서 고기에 비상을 넣었을 정도다. 그런데 경허 스님은 이를 알고, 고기에 묻은 비상을 털고 나서 술과 고기를 맛있게 먹었다고 한다.
이미 경허 스님은 사소한 예절과 법규에서 벗어난 경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문득 신라시대의 원효 스님이 해골바가지의 물을 마시고 깨달음을 얻은 후, 술과 고기, 여자를 가까이한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허는 그들 모두였다. 자기를 버린 무애의 경지에 들지 않고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싶었다.” - p58
성철 스님은 관섭의 움막을 가까스로 찾아서, 마침내 혼침을 극복하는 법을 배웠다. 관섭은 그냥 천하를 떠돌며 야인처럼 살고 있었지만, 나름대로 수련의 이치에 대해서 통달하고 있었던 것이다.
스님은 마침내 출가를 결심했다. 유학자 집안에서 출가를 하겠다고 하니, 반대는 이루 말 할 수 없었다. 이미 결혼해서 예쁜 딸도 낳았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스님은 동산 스님이 백련암으로 출가했고, 동산 스님의 권유로 범어사 금어서원에서 3개월간 하안거에 들어갔다. 그야말로 용맹정진이었다. 온갖 상념과 생각에 사로 잡혀서 ‘이 뭐꼬?’라는 화두를 들었다.
하안거는 결코 쉽지 않았다. 새벽 2시부터 밤 10시까지 참선을 해야 했다. 하나의 화두를 붙들고 계속 앉아있는 것이 어디 쉽겠는가 ? 주변에 포기하고 산을 내려가는 스님들이 수두룩했다.
90일간 하안거를 하면서 스님이 느꼈던 감정을 상상해서 쓴 작가의 표현이 극적이다. 마치 내가 스님처럼 온갖 속세의 감정과 고통에 연연하면서 번뇌를 느낀 기분이 들 정도다.
“해제법문을 들으면서 성철은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그러면서 문득 무엇을 초월하기 위해 하안거에 임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조화! 그렇다, 조실 스님은 조화를 말하고 있었다. 세상 만물의 조화를.” - p168
1권에서는 성철 스님이 출가 후 동산 스님 밑에서 깨달음을 얻어가는 과정을 다룬다. 선종과 교종 사이에서 갈등하는 스님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렸다. 수많은 일화와 치밀한 대화 속에서 과연 인간과 속세, 불성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든다.
- 한 줄 요약 : 성철 스님의 젊은 시절, 깨달음을 얻어가는 과정을 상세히 묘사했다.
- 생각과 실행 : “부처는 먼 데 있는 게 아니라 지금 네 마음속에 있다”라고 말한 동산 스님의 말씀이 마음에 와 닿는다. 깨달음은 다른 곳에 있지 않고, 이미 우리 마음속에 있는 것이다.
* 이번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으로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