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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쓴 글도 다시 보자
박재역 지음 / 글로벌콘텐츠 / 2021년 6월
평점 :
세상에 쉬운 언어란 없다. 하지만 누군가는 한국어가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언어 중 하나라고 말한다. 다행히 나는 이렇게 어려운 언어를 사용할 줄 알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진입장벽이 꽤 높은 언어다.
비단 외국인뿐만 아니라, 한국 사람도 마찬가지다. 구어체는 어느 정도 구사를 할 수 있지만, 문제는 문어체다. 문법도 어렵지만, 여전히 우리가 잘못 사용하는 표현이 많다. 더군다나 일제 강점기, 영어식 표현 등이 짬뽕이 되면서, 이상한 표현이 된 경우도 많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것을 의식하지 않고 사용한다. 다행히 요새는 문서상에서 ‘맞춤법’ 검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거기에도 한계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와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 저자는 25년 경력의 일간지 교열기자였고, 현재는 한국어문교열연구원을 운영하면서 문서 교열과 ‘어문교열사’ 양성 교육을 진행한다. 바른 우리말을 쓰도록 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분이다.
나도 책을 쓰면서, 늘 조심하는 부분이 어색한 표현, 비문(문법에 맞지 않는 표현)이나 오타다. 초고를 거치고, 수많은 퇴고를 하면서 고치지만 역시 또다시 잘못된 부분이 보이게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 교열사가 있는 것이다. 퇴고를 충분히 하고, 출판사에서도 충분히 교정을 한 후에 전문 업체에게 맡긴다. 그러면서 잘못된 표현을 마지막으로 필터링한다.
“글을 지을 때부터 퇴고 과정을 거친다. 탈고(원고 쓰기를 마침) 후에는 교정과 윤문이 이뤄진다. 퇴고, 교정, 윤문, 이 모든 과정을 교열이라는 단어로 묶을 수 있다.” - p15
작가, 편집자, 교열사의 삼두마차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만든 것이 바로 책 한 권이다. 그만큼 많은 이들의 땀과 노력이 스며들어 있다.
저자가 제시한 교열사의 기본 예의와 자세는 무려 22가지나 된다. 그중에서 첫 번째가 “필자의 글 수준을 함부로 평가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만큼 교열사는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글을 읽으면서, 교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필자가 학식이 높은 학자든 아니면 평범한 사람이든 똑같은 저자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겸손한 마음을 갖고 글을 대해야한다는 의미다.
마지막의 22번째도 공감이 간다. 바로 “빠르게 진단하고 빠르게 수정하라.”는 것이다. 아무리 교열을 잘 한다고 해도 납기일을 제때에 못 지킨다면 의미가 없다.
이 22가지의 예의와 자세 외에도 가장 중요한 부분을 ‘정성’으로 꼽는다.
“정성을 다했다는 것이 유일한 답이다.” - p24
어느 분야에 있든 단순히 돈벌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 일에 최선을 다하면 누구든 성공할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이 책에서 저자는 교정교열이 어떤 일인지 소개하면서, 실제로 우리가 잘못 쓰는 표현을 알려준다. 책을 읽으면서 많이 배우게 된다.
이중에서 나에게 특히 유용했던 부분은 접미사에 대한 것이다.
2020년 현재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라 있는 접사만 하더라도 500개가 넘는다고 한다. 접두사가 170여 개, 접미사가 340여 개다. 이 중에서 우리가 대표적으로 실수하는 부분이 바로 ‘-들’이다.
“문장에 이미 복수의 뜻을 더하는 표현이 드러나 있으면 굳이 ‘-들’을 써야 할 이유가 없다.” - p184
예를 들어서 ‘여러 가지 방법들’에서 ‘들’은 빼야한다. ‘여러 가지 방법’이라고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학교의 학생들’도 ‘이 학교의 학생’이라고 해야 한다. 나도 습관적으로 복수형 ‘-들’을 종종 사용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접미사 중의 하나가 ‘-적’이다. 이는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외래어에서 온 것이다. 일단 우리말답지 않은 표현은 삼가야 한다.
예를 들어서 ‘몸적으로나 마음적으로 피곤하죠’는 어색한 표현이다. ‘시스템적 사고’는 외래어에서 온 표현이다. 물론 ‘-적’을 꼭 써야 되는 경우도 있지만 되도록 한 번 더 생각하고 쓰는 것이 낫다.
교열을 위해서는 끊임없이 연구하고 공부해야 한다. 늘 사전을 옆에 두고, 고민해야 한다. 그만큼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최소한의 규칙은 이해하고 글을 쓰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조사, 어미, 접사 정도만 잘 이해해도 띄어쓰기를 소화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교열이란 작업에서 문서별, 장르별, 필자별, 문장별로 파악하고 수정해야 하는 변수가 수없이 많기 때문이다.” - p40
이 책을 다 읽더라도 여전히 헷갈리고, 실수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래도 옆에 두고 꾸준히 읽고 연구하면, 분명히 바른 표현을 더 잘 쓸 수 있을 것 같다.
글을 제대로 쓰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 한 줄 요약 : 잘못된 한글 표현과 교열사의 역할도 알려준다.
- 생각과 실행 : 대외적으로 나의 글을 보여야 한다면 비문과 오타를 잘 살펴야 한다. 어색한 부분은 입으로 소리 내어 읽고, 마지막으로 ‘맞춤법’ 검사를 하는 편이 낫다. 그것이 나의 글에 대한 예의다.
* 이번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으로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