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의 독서 - 김형석 교수를 만든
김형석 지음 / 비전과리더십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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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지와 힘이 지배하는 무독서 사회에는 미래가 없다. 지금, 다시 독서의 등불을 켤 때다!” 


 이 한 문장에 노교수의 강한 외침이 느껴진다. 독서 인구가 줄어드는 이 사회에서 김형석 교수는 ‘무독서’의 위기감을 불러일으키고, 독서가 중요하다는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려고 노력한다. 

 

 나도 책을 쓴 작가로서, 독서 인구가 늘지 않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통해서 다시 한 번 스스로 위안을 받고, 주변에 독서의 필요성을 설파하기 위해서 교수님의 힘을 빌리고자 했다. 비록 나의 독서 예찬은 듣지 않더라도, 적어도 백 세 청춘 김형석 교수의 조언은 새겨들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을 주저 없이 선택했고, 책을 읽고 서평을 남겨서 다른 분들께도 전달할 예정이다. 


 책의 부제가 흥미롭다. ‘김형석 교수를 만든’ 백년의 독서다. 저자는 1920년생이기 때문에, 만으로 100세가 맞지만 독서 연식은 정확히 백년이 아닐 것이다. 책의 서문에 밝힌 바와 같이 초등학교 시절까지는 성경과 찬송가책 외에는 책을 구경하기 힘들었고, 숭실 중학교에 입학해서 마침내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많이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부분 일본어나 영어로 된 책이었지만 말이다. 

 어쨌든 10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책을 늘 가까이 했기 때문에, 독서를 통해서 자아를 형성한 효과를 본 것이다. 


 책은 총 4개의 Part로 구성되어 있다. 책을 만나 꿈을 키우다, 책 읽기, 위대한 사상들과의 행복한 조우, 책과 함께 사색을 즐기다, 책, 어떻게 읽을 것인가이다. 


 이 중에서 저자가 평소 즐겨 읽고, 감동을 받은 철학, 역사, 문학 책에 대한 소개가 인상적이다. 멀게 만 느껴졌던 칸트, 쇼펜하우어, 괴테, 헤겔 등의 이론을 비교적 쉽게 설명해주셔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앞으로 철학서를 읽어야겠다는 강한 동기부여가 되었다. 


 특히 나에게는 Part1과 Part4가 눈에 띄었다. 저자가 독서를 통해서 철학에 입문한 계기, 그리고 앞으로 대한민국 독서의 미래에 대한 의견이 궁금했다. 


 저자가 책을 만나게 된 계기도 흥미롭다. 그동안 굶주렸던 독서에 대한 욕구를 도서관에서 마구 풀어댔기 때문이다.


 “독서에 굶주려 있기도 했지만, 사실 독서를 하지 않고, 학교 공부만 하는 것은 성에 차지 않기도 했다.” - p7


 저자가 처음 만난 책이 바로 톨스토이의 대작《전쟁과 평화》다. 이 3권의 대작을 익숙하지 않은 일본어로 읽었다고 한다. 이 책을 통해서 러시아 문학에 빠지게 되었고, 그는 러시아 문학이 주는 정신적인 연대감이 다른 국가보다 크다고 술회한다. 


 숭실 중학교를 다니면서, 같은 학급에 있던 학생이 바로 윤동주 시인이다. 비록 그와 가깝게 지내지는 않았서 아쉬움을 토로했지만 말이다. 과연 학창시절 윤동주 시인은 어땠을까? 상급반에는 황순원 작가가 수학했다. 그 옆에 숭실 전문학교에서 강의를 하던 분은 바로 《메밀꽃 필무렵》의 저자 이효석 작가다. 그야말로 한 시대를 풍미한 작가들과 같은 공간에 있었다는 사실이 정말로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저자도 말한 바와 같이 만약 이들과 가깝게 지냈더라면, 철학자 김형석 교수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변하지 않았을까 싶다. 


 일제 강점기 하에서 숭실 중학교는 폐교되는 불운을 맞게 된다. 결국 저자는 통합된 다른 학교(건물은 같지만)를 다니면서, 반일 의지를 키웠다. 당시 대부분의 선생들은 모두 그만둬야했고, ‘황국신민’을 주창하는 일본인 교사로 대체 되었다. 교육의 수준은 낮았고, 나라 잃은 백성의 아픔을 느껴야 했다. 


 이후 저자는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다가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다. 철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위함이었다. 어려운 처지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학문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다. 그 시절 유행한 철학서와 사상적 흐름도 생생하게 엿볼 수 있었다.


 “그 시절, 세계 사상계와 철학계는 마치 ‘니체 르네상스’ 시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니체를 읽지 않은 젊은이는 대학생 자격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여겨졌다.” - p80

 

 이외에 당시 저자가 읽고 감명을 받은 수많은 철학서도 한 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주로 역사서에만 심취했기 때문에, 이제는 철학을 공부할 때가 된 것 같다. 


 독서와 글쓰기에 대해서 궁금했던 점도 해소했다. 저자는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좋을 글을 많이 읽으라”고 권한다. 좋은 인풋이 있어야 아웃풋이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나도 평소에 공감하는 내용인데, 저자의 이야기를 들으니 더욱 확신할 수 있었다. 


 ‘다독’과 ‘정독’의 조화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책은 많이 읽을수록 좋다”는 ‘명답’을 내놓으셨다. 나도 다독의 중요성을 느꼈으나,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책’이라는 저자의 단서가 중요하다고 느꼈다. 잘 와 닿지도 않은 책을 무작정 읽는다고 독서력이 느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남긴 이 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독서는 인간적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가장 중요한 방법임을 의심할 수 없다.” 


 풍족한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독서’만큼 좋은 수단이 없다. 여기에 한 가지를 추가하자면, 바로 글쓰기다. 독서에서 받은 좋은 인풋을, 글쓰기를 통해서 좋은 아웃풋으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읽고, 쓰기만큼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 정체성을 찾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없다.


 노교수가 쓴 이 책은 아마 우리에게 남긴 마지막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고 더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었으면 한다. 평소 독서를 주저하거나, 힘든 삶을 사는 분들, 인생의 목표와 목적이 불분명한 분들, 무기력과 우울함을 느끼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백 년은 아니더라도, 오랫동안 몸뿐만 아니라, 정신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 그 해답은 바로 저자가 제시한 ‘독서’다. ‘백년의 독서’다. 


 - 한 줄 요약 : 김형석 교수의 독서력을 이해하고, 좋은 문학, 역사, 철학 고전에 대한 추천을 받을 수 있다. 

 - 생각과 실행 : 의미 있는 인생을 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독서다. 다소 불편하고 귀찮은 행위지만 독서력이 생길수록 독서를 즐기게 된다. 매일 10분이라도 손에서 책을 놓지 말자. 


 * 이번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으로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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