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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그 미국이 아니다 - 미국을 놓고 싸우는 세 정치 세력들
안병진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1년 5월
평점 :
품절
“기존의 미국적 가치와 경계선을 지키려는 ‘토크빌주의’, 체제를 넘어 문명 충돌적 시작에서 미국을 변화시키려는 ‘헌팅턴주의’, 마지막으로 안정성과 엘리트적 관리를 넘어 민중의 힘에 기반 해 사회주의로 나아가려는 ‘데브스주의’다.”
‘미국은 그 미국이 아니다’라는 제목을 보면서, 먼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아는 그 미국은 과연 무엇인가? 자유민주주의, 자본주의의 선두주자로서, 개인의 행복과 안녕, 자유와 평등을 위하고,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게 해준다.
모두가 꿈꾸는 이상사회를 지향하는 국가였다. 여기서 과거형을 쓰는 이유는 실제 그렇게 안 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미국이 그렇다면, 현재의 미국은 어떤가?
먼저 과거의 미국 정치세력은 ‘토크빌주의’라고 저자는 명명한다.
“토크빌주의란 매디슨, 해밀턴 등 미국 건국의 주류 가치와 제도의 경계선 내부를 훼손하지 않고, 더욱 내구성 있고 탄력 있게 강화해나가려는 세력을 말한다.” - p81
미국 건국의 이념은 결국 공화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고, 많은 대통령은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공화주의는 공동의 합의와 이익을 우선으로 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미국은 세 가지 정치세력으로 나누어져있다고 한다. 기존에 미국이 지키려고 한 가치인 토크빌주의, 다른 문명을 경계하는 헌팅턴주의, 그리고 사회주의로 나가려는 데브스주의가 그것이다.
이렇게 미국의 정치와 사회 세력이 나뉜 이유는 헌법에 기초한 공화주의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전히 백인우월주의, 인종차별, 성차별, 소수 엘리트에 의한 부의 독식, 교육과 의료의 불균형, 과도한 자본주의 논리(돈이 곧 인격인 사회)가 수많은 사회적 모순을 낳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과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추구하는 ‘위대한 미국’은 철저하게 미국의,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국가였다. 그는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감행할 정도로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의식도 결여되었다. 미국의 탄소배출 순위가 2위인데도 말이다(1위는 누구나 예상하듯이 중국).
비록 상대적으로 균형감각을 갖고 있다고 알려진 바이든 대통령도, 이러한 변화 속에서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고수할 수밖에 없다. 비록 트럼프 전 대통령만큼 과격노선은 아니더라도, 합리적인 범위에서 미국을 위한 우선결정이 예상된다.
더 이상 인심 좋은 이웃집 아저씨가 아니라 이제는 다소 이기적인 모습도 보이는 미국의 모습은 과연 변한 것일까? 아니면 원래부터 태생이 그러했던 것인가?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러한 질문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이제 미국 헌법을 다시 들여다보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은 건국의 시조들에 대한 경외감과 환상을 잊고 다시 설계도를 들여다보아야 한다.” - p72
이러한 모순의 본격적인 발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야기했지만, 이미 그러한 조짐은 미국 내에서 보이고 있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되었지만, 여전히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수많은 보수, 백인우월주의, 엘리트들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그들이 수면 밑에서 조용히 보수 세력을 지지하고 이끌었다면, 이제는 공개적으로 자신이 옳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지 플로이드에 대한 과잉진압으로 빚어진 ‘Black Live Matters’는 그 중의 하나였고, 미국 의회가 점거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개인의 자유가 방임이 되고, 다른 사람에게 심각할 피해를 줄 정도가 되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투표 결과에 불복했고, 의회 점거 선동에 대한 귀책으로 탄핵을 당할 뻔했지만, 상원에서 통과되지 않았다. 공화당과 민주당의 양극화 현상이 그 어느 때보다 더 심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제도적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확대될 때 더 커진다.
“미국제도 자체의 존립, 아니 미국을 비롯한 지구촌 시민의 실존적 위협인 기후 위기 앞에서 상원은 스트레스를 견뎌 낼 수 없다.” - p68
바이든 대통령은 파리기후협약에 다시 가입했지만, 여전히 미국 의회에서 결정할 일들이 산적해있다. 상, 하원의 초당적인 결정이 필요하지만, 민주당과 공화당의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면, 이 또한 어떻게 될지 모른다. 기존의 이권을 갖고 있던 세력이 이들을 서포트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럴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는 어떠했는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초기에 애매한 태도를 보여서, 바이러스의 확산을 최소화할 수 있는 타이밍을 놓쳤다. 그의 지지자들은 그의 말을 믿고, 마스크도 안 쓰고 방역수칙을 따르길 거부했다. 그러면서 바이러스는 걷잡을 수 없이 퍼졌다. 그런데 그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차이나 바이러스’(중국에서 야기된 것은 맞지만)라고 부르면서, 아시아 인종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심어놓았다.
그의 이러한 태도가 지금도 아시아인에 대한 테러를 야기하고 있다. 하필 사회에서 소외받는 흑인 계층이 아시아인을 테러하고, 백인 경찰들은 이러한 범죄가 ‘아시아인 혐오’에 대한 범죄인지,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그러면서, 흑인과 아시아인의 갈등이 쌓이는 것을 방관하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이는 나의 주관적인 견해일 뿐이다.
이러한 인종적 편견은 저자가 두 번째로 언급한 헌팅턴 주의와 연관이 있다. 헌팅턴 주의는 나치즘, 파시즘, 초기 네오콘과도 친화성이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헌팅턴주의는 자본주의 근대성 자체를 혐오하고, 유대-기독교 문명의 영성 엘리트가 지배하는 전근대로의 향수를 가진 거대한 저수지에 맞닿아 있다.” - p115
또한 헌팅턴주의를 신봉하는 사람들은 ‘제왕적 대통령제론’을 지지한다. 사실 미국의 탄생은 강력한 연방이 아니라, ‘의회 중심제’에 가까웠지만 말이다.
앞으로 미국의 국내뿐만 아니라, 외교활동을 잘 지켜봐야 한다. 미국 내에서는 라틴계 인구가 늘어나고,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반발이 더 심해질 것이다. 신세대 사회주의자인 AOC, 코르테즈는 라틴계의 지지를 얻고, 기존 백인 주류 사회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그녀의 거침없는 행방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한 도전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저자는 “토크빌주의는 데브스주의와의 발전적 결합을 통해 자유주의를 급진적으로 재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뿐만 아니라, 환경문제에 있어서는 기후 위기를 타파하는데 미국과 중국의 주도적 역할이 필요하다. 서로 간에 반목을 계속할 것이 아니라,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이 책의 내용은 상당히 복잡하고 어렵다. 미국 정치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저자의 중요한 메시지를 찾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결국 이러한 중요한 ‘변곡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진보와 보수를 넘어선 ‘전환적 리더십’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전환적 리더십은 사회적으로 깊이 있는 전환을 위해서 필요하다.
하지만, 각자의 이익이 첨예한 상황에서 과연 초당적인 인물과 정당이 될 수 있을지, 여전히 회의적인 마음이 든다. 단지 불편한 진실만 접한 기분이 든다.
적어도 미국과 한국의 정치에 대해서, 무엇이 문제가 있는지 생각해봤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 한 줄 요약 : 미국 정치의 3대 세력에 대해서 다룬다.
- 생각과 실행 : 정치 세력뿐만 아니라, 이들을 따르는 추종자들의 세력의 양분화, 삼분화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전환적 리더십을 통해서, 서로를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양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다. 단지 불편한 진실만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인류가 기후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서, 진정으로 재앙을 만나게 된다면 (적어도 7년 ~ 10년 이후), 그 때는 초국가, 초당적인 대처가 따르지 않을까 싶다.
* 이번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으로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