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왔습니다, 한 달 살기 - 여행을 생활 같이, 생활을 여행 같이
배지영 지음 / 시공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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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새 답답한 마음에 ‘여행’과 관련된 책을 많이 읽었다. 그러다가 지속가능한 여행에 대한 책,《지속가능한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라는 책을 읽고, 어떻게 하면 탄소 배출도 줄이면서 좀 더 의미 있는 여행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책에서 저자가 추천한 방식은 되도록 비행기를 적게 타고(탄소 배출이 많기 때문), 여행지를 자주 옮기기보다는 되도록 한 곳에 오래 머무르는 방식이 환경을 보호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또한 화려한 호텔이나 리조트보다는 현지의 숙소에 머물고, 음식을 먹으면 지역경제에도 도움을 주기 때문에 금상첨화라고 말했다. 


 때마침 이 책《다녀왔습니다, 한 달 살기》가 그 해답을 제공했다. 이 책에서 각각의 저자는 한국의 다양한 도시에 머물렀다. 강릉, 완주, 지리산, 속초, 아산, 군산, 부산, 제주도 등 전국을 망라한 지역이다. 그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프로젝트로 제공하거나, 현지의 숙박시설을 이용한 여행이 대부분이었다. 

 또한 일반적으로 제주도 한 달 살기는 많이 알려진 반면 다른 도시는 상대적으로 홍보가 잘 안 되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시도해 보고 싶은 도시가 더 늘어났다.


 이 책의 공동저자 이한웅 씨는 당초 100개 나라에서 살 계획을 잡았으나, 이제는 국내 100개 도시에서 한 달씩 살아보고 싶다고 말한다. 그만큼 우리나라에도 숨겨진 공간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코로나19 사태로 인해서, 가슴 아픈 일이 많이 벌어졌지만 오히려 이번 기회를 통해서 해외를 바라보던 여행객들이 국내의 도시로 시선을 돌리는 계기가 되었다. 


 다행히 각 지자체에서 한 달 도시 살기를 지원하면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에 잘 참여한다면 상당히 저렴한 가격에 숙박비를 해결할 수 있다. 그렇지 않더라도 민박이나 빌라 등 옵션은 다양하다. 지역사회 커뮤니티를 잘 확인해보면, 의외로 가성비 좋은 공간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은 그야말로 ‘힐링’ 그 자체다. 책에 나온 열 분의 사연도 좋지만, 이 분들이 소개하는 각 지역의 명소, 맛집, 생활노하우 그리고 소확행을 보면, 엉덩이가 들썩일 수밖에 없다. 


 첫 번째 스토리, ‘강릉 한 달 살기’를 읽는다면 무조건 강릉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마치 내가 강릉의 한 카페에 앉아서 멋진 바다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다. 


 “해변을 감싸는 소나무숲에 테이블을 펴고 감자전, 도투리묵과 치맥을 먹고 마셨다. 파도 살롱 사람들과 음악을 듣는 사이 해는 수평선을 붉게 물들여놓고 사라졌다.” - p18


 아무리 아름다운 곳이라도 같은 장소에서 한 달간 먹고 마시고 놀라고 하면 지루할 수 있다. 그래서 저자는〈강원 작가의 방〉프로그램에서 준비한 조건대로 ‘파도 살롱’이라는 공유 오피스에서 작업에 매진하면서, 저녁에는 해변에서 사람들과 조용한 파티를 즐겼다. 한 마디로 일과 휴식이 절묘하게 결합된 곳이다. 어쩌면 우리가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직장의 모습이 아닐까? 

 결국 저자는 한 달 살기 프로젝트가 끝난 후에도 자비로 한 달간 더 머물게 되었다. 


 작곡가 김민경 씨는 완주문화재단의 마을형 예술인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완주문화재단에서는 완주의 농부를 예술의 장르로 재해석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저자는 ‘문화 아지트 빨래터’에서 반려견 건도, 강토와 한 달 살기를 했다. 이곳에서 마을 주민 분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진정으로 여유 있는 삶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논밭에서 나는 화산면 만의 소리를 바탕으로 전자 음악을 만들자고 마음먹었다. 일하는 어르신들 옆에 쪼그려 앉아서 같이 농작물을 다듬기도 했다.” - p31


 그러면서 할머니들의 이야기에 매료되었고, 나중에 할머니들을 위한 트로트를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그것이 진정 그분들이 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 달 살기 프로젝트는 더 길어졌고, 그녀는 이웃의 도움으로 빈집을 구해서 거주하게 되었다. 

 그만큼 이 조그마한 시골 동네가 정겹고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24시간 불야성인 서울보다 말이다. 심지어 용접 기술과 목공 기술도 배워서 스스로 가구를 만들 수 있는 수준도 되었다. 


 꼭 프로젝트나 일이 아니더라도, 그냥 마음에 드는 도시로 무작정 떠난 분들도 많다.


 초등학교 교사 김현 씨는 자녀와 함께 지리산을 찾았다. 지리산의 인심 좋은 민박집(매동마을 민박)을 찾아서, 주변에 지리산 구경도 실컷 했다. 아무도 없는 뱀사골 계곡에서 아이들은 마음껏 놀았다. 

 1박에 3만 원, 아침 받은 1인당 6,000원이라고 했다. 그런데, 막상 숙박비를 정산하려고 하니, 민박집 할머니는 아이들에게 용돈을 쥐어주셨다. 그만큼 시골 인심이 잘 남아있는 곳이었다. 비록 작은 방에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서, 불편했을 법도 했지만 아이들은 지리산 한 달 살기를 손에 꼽을 정도로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지리산에서는 돌아가신 외할머니 동네에 온 손주 대하듯 동네 사람들이 알은체를 해주었다. 꺼내볼 때마다 온기가 느껴지는 이야기를 만들어준 곳은 지리산이었다.” - p59 


 이 외에도 이 책에서는 은퇴 후 제주 한 달 살기를 하신 분들, 우울증 벗어나기 위해서 한 달 살기를 하신 분, 동네 서점에 매료되어서 한 달 살기를 하신 분 등 다양한 사연들이 가득하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지속가능한 여행’에 대한 화두를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 풀 수 있었다. 누구나 가는 리조트가 아닌(가끔은 필요하지만), 조금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지의 생활을 느낄 수 있고, 주민들과 소통하고, 나 자신을 찾아가는 여행. 그것이 바로 ‘한 달 살기 여행’의 매력이지 않나싶다. 물론 이러한 여행지를 찾기 위해서는 다른 도시에 사는 지인의 도움이나 지역 사회 커뮤니티를 찾아서, 열심히 찾아봐야 한다. 비록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만약 좋은 지역을 찾게 된다면 그곳이 나의 제2의 고향이 될 수도 있다. 힘들 때마다 편하게 찾을 수 있는.  


 이 책을 통해서 진정한 여행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 한 줄 요약 : 한 달 살기 여행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감동을 주는 책이다. 

 - 생각과 실행 : 여행이란 단순히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다른 공간에 머물다보면, 나에 대해서 미처 알지 못한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좀 더 여유를 갖고, 한 장소에 머물면서 그 공간을 느끼고, 경험해야 한다. 유명한 관광코스와 맛집만 찍고 다니는 여행은 결국 사진밖에 남는 것이 없다. 그나마 사진도 안 보게 된다. 나를 변화시키는 여행을 추천하고 싶다. 


 * 이번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으로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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