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 살고 있습니다
김혜지 지음 / SISO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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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리부부’는 글쓰기 카페 브런치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관광 가이드인 남편이 백수가 되었다는 저자의 글을 읽고, 마음도 아프면서 깊은 공감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 후로 이태리부부가 운영하는 유튜브에 올라온 이탈리아 관광 가이드를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고는 했다. 아름다운 풍경과 맛있는 음식. 그야말로 눈으로도 음식을 먹을 수 있다고 느낄 정도였다. 언젠가는 꼭 그 자리에 가서 먹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게 된다. 


 또한 성실하게 관광지의 이곳저곳을 안내하는 남편과 아내 분의 모습을 보면서, 왠지 모를 감동도 느꼈다. 부부는 사이좋게 서로를 찍어주면서, 기록을 남겼다. 여행을 못 오는 관광객들을 위한 실시간 랜선 투어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들은 ‘월간답사 프로젝트’를 통해서 다양한 관광지를 발굴하고, 이를 실시간으로 중계했다. 

 나도 이들 부부가 라이브로 진행하는 랜선 투어에 가끔씩 들어가서 이탈리아 현지 분위기를 느끼고는 한다. 결국 이분들의 사례를 나의 글에도 쓰게 되었다. 그만큼 나에게 영감을 주신 분들이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서로 의지하면서, 꿋꿋이 살아가는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힘을 준다. 특히 작가님의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성격은 좋은 에너지를 불러일으킨다.


 “나는 시원한 스파클링 와인에 얼음을 둥둥 띄워 마시며 옥상 태닝으로 여름휴가를 대신했다.” - p54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분야가 바로 관광업이다. 해외로 나갈 수 없고, 또한 국가를 봉쇄하는 곳도 있었기 때문에 수많은 실직자를 양산했다. 해외여행을 갈 수 없는 관광객들도 답답하지만, 무엇보다 그 업계에 종사하는 분들의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다행히 이태리부부는 유튜브를 본격적으로 하면서 나름대로 수입을 얻을 수 있었다. 이전부터 블로그와 브런치 카페의 글쓰기를 통해서, 인지도를 올린 상태에서 유튜브를 시작했기 때문에 오랜 팬들의 지지가 있었다. 또한 방송에도 출연하면서, 코로나 사태 이후 이탈리아의 상황에 대해서 생생하게 전달하기도 했다. 심지어 광고 촬영 요청도 들어와서 그야말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남편을 가끔 백수라고 놀리지만 요즘 남편은 가이드였을 때보다 더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고, 그동안 생각지 못했던 다양한 변화와 기회들을 접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이태리부부에서 부인인 김혜지 씨다. 작가님은 블로그에서 이미 오랫동안 글을 쓰셨기 때문에, 글쓰기 내공이 남다르다. 상황을 묘사하고, 글에 위트가 넘친다. 


 작가님은 이탈리아에 거주하게 된 사연과 남편 분을 어떻게 만났는지, 그리고 이탈리아에서의 생활과 에피소드, 생활상식 등 다양한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특히 이탈리아에서 ‘느림의 미학’은 성격 급한 한국인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제시한다. 


 “체류허가증을 신청하고 받는 데 6개월, 그 후에 거주지 등록을 완료하는 데까지 6개월 그리고 이탈리아 운전면허증으로 바꾸는데 또 6개월이 걸렸다.” - p15


 느리다는 것은 때로는 불편하고 답답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여유를 의미하기도 한다. 우리는 그동안 급행열차 같은 삶에 익숙해져서 뭐든지 빨리하지 않으면 스트레스가 쌓인다. 편리함은 우리에게 득과 실을 동시에 안겨줬다. 


 이 책은 본격적인 관광안내서가 아니다. 물론 베네치아의 관광지, 음식 등에 대한 정보도 상세히 잘 알려주지만, 그것보다는 작가님의 이탈리아 생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이것이 바로 여행에세이의 매력이다. 정보만 얻는 여행안내서가 아니라, 사연이 있는 에세이가 더 마음에 와 닿는다. 더군다나 코로나19 사태에서 과연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답을 던져준다.


 “두 달여 만에 바에서 와인을 한잔 마셨다. 평범한 일상이 이토록 그리운 일이 될 줄이야.” - p126 


 코로나19로 이태리부부는 최대의 위기를 맞이한다. 남편 분은 실직했고, 생활비는 생활비대로 나갔다.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유튜브 활동을 통해서 부수입이 주수입이 되면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 또한 코로나19가 바꾼 새로운 풍경이다. 이태리 부부가 대단한 것은, 어려운 생계 활동 속에서도 미래에 대한 ‘투자’, 즉 관광지 개발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앞으로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질 때를 대비하는 사전 준비 과정이다. 


 과연 나는 나의 생계가 위태한 상황에서 한 푼이 더 아까울 텐데,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해봤다. 


 작가님은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코로나 이전이나 지금이나 늘 백수인 나는 백세 시대에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식상하지만 기록이다. 


 이 기나긴 터널을 지나고 나면 기록하는 사람과 기록하지 않는 사람의 차이는 더 명확히 드러날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꾸준히 기록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기록’이라는 화두를 작가님이 던지셨고, 나도 여기에 대해서 백번 공감해마지 않는다. 나도 기록의 중요성을 알기 때문에, 늘 사진을 찍고 글을 쓴다. 책을 읽으면 서평을 쓰고, 드라마나 영화를 봐도 기록으로 남긴다. 


 어쩌면 이 책이 완성된 것도 작가님이 평소 꾸준히 실천하시던 ‘기록의 힘’이 아니었나 싶다. 


 이 책을 통해서 이탈리아에서 7년간 생활하신 작가님의 경험, 그리고 베네치아의 관광지, 맛집 등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 특히 작가님은 ‘이 순간의 소중함’을 무엇보다 강조하셨다. 어머님과의 애틋한 추억도 책을 읽으면서 안타깝게 다가온다. 


 부디 코로나19 사태가 어서 해결되어서, 관광업도 다시 부활하고, 많은 분들이 활력을 찾았으면 한다. 앞으로 몇십 년 후에 이 책은 당시 코로나19 사태를 생생하게 증언한 소중한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 한 줄 요약 : 이탈리아의 생활과 문화, 특히 코로나19 사태 후의 풍경을 이해할 수 있다.

 - 생각과 실행 : 기록의 힘은 위대하다. 이태리 부부가 어려운 상황을 헤쳐 나갈 수 있었던 것도 결국 기록하였기 때문이다. 내가 하는 업무뿐만 아니라, 각종 경험과 취미도 기록을 해두면 나중에 분명히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평소 관찰하고 기록하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 이번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으로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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