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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열도를 뒤흔든 한국의 골프 여제들
오상민 지음 / 소명출판 / 2021년 2월
평점 :
“2018년 10월 도쿄에서 만난 나카히라토 마치코는 ‘한국인은 구옥희를 자랑스럽게 여겨야 한다. 지금껏 구옥희만큼 신념이 강한 프로골퍼는 본 적이 없다’며 구옥희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 p15
이 책은 일본 골프 무대에서 활약한 그리고 지금도 활약하고 있는 한국 여자 골프 선수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이미 한국 여자 골프의 수준이 세계적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오죽하면 국내 골프대회인 KLPGA에서 우승하는 것은 곧 세계대회 우승하는 만큼 값어치가 있다고 말할 정도다. 그만큼 해외에서, 국내에서 활약하는 여자 골퍼들의 기량과 능력은 정말로 뛰어나다.
마치 국내 양궁에서 국가 대표가 되면, 세계무대에서 메달을 따놓은 것과 다름없다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국내에서 활약한 선수는 일본 JLPGA나 미국 LPGA에 진출한다. ‘구옥희’라는 골퍼는 예전부터 들어봤다. 한국 여자 골프계의 1세대이고, 일본 무대에서 활약이 정말로 놀라웠다는 이야기다. 앞서 언급한 나카히라토 마치코란 분은 구옥희 선수의 신원보증인이었고, ㈜에스에스의 회장이라고 한다.
구옥희 선수가 2013년 7월 10일 57세의 나이로 허망하게 세상을 떠난 후(사인: 심장마비), 일본에서 별도로 추모식을 마련했다. 이 때 일본의 많은 골프 선수들과 미디어, 업계 관계자, 재계 인사의 행렬이 이어졌다고 한다. 추모회의 비용은 나카히라토 회장이 사비를 털어서 지원했을 정도다.
구옥희 선수는 일찍 부모님을 여의고 힘들게 살았다. 골프장 캐디를 하다가 골프선수의 길로 들어섰다. 그녀를 가르친 선수는 ‘독사 근성의 수제자’라고 할 정도로 연습량이 엄청났다고 술회했다. 심지어 남자 프로도 못 따라갈 정도의 연습량이었다. 이러한 피나는 연습이 그녀의 신체적인 핸디캡인 작은 키를 극복시켰다.
“구옥희와 함께 투어를 뛰었던 일본 선수들의 말을 빌리자면 일본 여자 선수들에게선 찾아볼 수 없는 스윙이었다. 남자 선수를 보는 것 같았다. 아이언샷은 누구나 인정하는 명품이었다.” - p19
그녀는 곧 국내 무대를 평정하고, 일본 무대에 진출했다. 1982년 5월 14일, 그녀를 포함해서 강춘자, 안종현은 재일동포 도요야마 마사오(한국명: 홍두창)의 노력으로 시합에 초청되었다. 국내 선수의 첫 일본 진출이었다. 약 40년 전의 일이다. 이후 그녀는 JLPGA 프로테스트에 합격했고, 1985년 3월에 역사적인 첫 우승을 달성했다.
JLPGA에서 통산 23승을 거뒀고, 마지막 우승이었던 2005년에는 최고령 우승기록(48세 10개월 25일)을 세웠다. 이뿐만 아니라 1986년에 한국인 처음으로 LPGA에 진출 후 1988년 한국인 첫 우승을 세웠다.
“박세리가 첫 우승한 맥도날들 LPGA 챔피어십(1998년 5월)보다 10년 이상 빨랐다.” - p19
이렇게 구옥희 선수에 대해서 상세하게 설명한 이유는 그녀의 과감한 도전이 있었기 때문에 이후 다른 선수들이 희망을 갖고, 해외 무대에 진출할 수 있었다. 만약 구옥희 선수가 없었다면, 한국 여자 골퍼들의 해외 무대 진출은 좀 더 미뤄졌을 가능성이 있다. 박세리 키즈라는 말이 유행했듯이 사실 구옥희 키즈도 있었던 것이다.
“그는 지독한 연습벌레였다. 밥을 먹고 잠을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시간을 연습에 쏟아 부었다. 식사 시간과 휴식 시간도 골프의 연장선이었다. 골프 이외엔 다른 어떤 취미도 생각도 없었던 같다. 집중력도 좋다. 한 번 연습을 시작하면 3시간은 쉬지 않고 몰두했다는 게 투어를 함께 뛰었던 김애숙의 증언이다.” - p21
한국 골프의 어머니라고 불리는 구옥희 선수 외에도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선수도 있다. 김만수 선수는 일본 지방 골프장 연습생 출신으로 프로 데뷔 2년여 만인 1987년 9월에 JLPGA 대회 우승 트로피를 손에 들었다.
“JLPGA 투어는 1968년 출범해 우리보다 10년이 빨랐지만 실제론 20년 이상 앞서갔다.” - p32
지금 한국의 KLPGA 위상은 많이 높아졌지만 40년 전은 그렇지 않았다. 대회 규모, 상금은 일본 무대와 비교가 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선수들이 일본 무대에 진출을 한 것이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언어의 장벽도 있었고, 유명하지 않은 선수들은 은연중에 따돌림을 당했다. 심지어 한국 선수가 퍼팅을 실수하면, 갤러리에서 비웃는 소리가 들렸을 정도다.
그런 면에서 김애숙 선수가 올린 성과는 놀랐다. 김애숙 선수는 김만수 선수와 나란히 JLPGA 투어 진입에 성공했다. 하지만 첫 우승을 차지하기 까지 무려 14년이 걸렸다. 349번 째 대회에서 첫 우승컵을 들어 올린 것이다. 그야말로 불굴의 투지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이후 그녀는 일본에 정착하면서 2014년 KPS라는 스포츠매니지먼트 회사를 차려서 한국 선수의 일본 대회 진출을 도왔다. 신지애, 신현주, 안선주, 김하늘, 강수연 선수 등이 KPS 소속으로 활동했고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일본 CS아사히의 골프 해설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만큼 그녀의 30년 골프 경력과 유창한 일본어 실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1980년대 환영받지 못한 이방인에서 골프 해설위원이 되기까지 무려 33년이 걸렸다. 33년이란 세월 동안 숱한 좌절을 맛봤다.” - p45
한국 골프는 더 이상 변방에 머물러 있지 않다. 일본의 선수나 코치들도 한국 여자 골프의 실력에 대해서 궁금해 하고, 훈련 비결을 알고 싶어 할 정도다. 일본 언론도 2000년대 중반부터 한국 여자골프 선수들을 다방면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제 한국 여자 골프의 위상은 일본과 대만을 넘어서 세계적인 수준이다.
다만 아직도 가야할 길도 많다. 경기 위원의 수준도 더 올려야하고, 골프 대회도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시켜야 할 숙제도 안고 있다.
이 외에도 이 책에서는 30여 명에 달하는 한국 여자 골퍼들의 활약상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을 통해서 그 동안 음지에서 활약한 1세대 골퍼들의 개척 정신과 불굴의 투지를 엿볼 수 있었다. 또한 2세대, 3세대 골퍼들의 활약도 눈부시다.
골프에 관심이 없더라도 많은 교훈을 주는 책이다. 일본에서 활약한 한국 여자 골퍼들의 이야기를 담은 첫 책이라서 더 의미가 있다.
- 한 줄 요약 : 개척자의 길은 힘들지만, 그로 인해 수많은 후배들이 성공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
- 생각과 실행 : 자신이 맡은 바에 최선을 다하는 스포츠맨 정신은 많은 교훈을 준다. 골프도 그 중의 하나다. 골프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노력도 필요하다.
* 이번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으로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