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에서 잠시 멈춤
구희상 지음 / 이담북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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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콕은 내가 살고 싶은, 혹은 살기 위해 가고 싶은 도시였다.” - p53


 살면서 이런 생각이 종종 들 것이다. 한국 외에 살고 싶은 나라 또는 도시로 이민을 가거나 일정기간 거주하는 것이다. 나에게도 그런 꿈이 있다. 일본, 대만이 그렇고, 그 중에 태국도 포함되어 있다. 언젠가 한 달 또는 몇 달 동안 거주하고 싶은 곳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큰 도움이 되었다. 방콕에서의 삶을 간접적으로 느끼고 유용한 팁도 많이 얻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본인이 직접 겪고, 느낀 방콕을 제대로 보여준다. 혼자 여행을 좋아하는 저자답게 이 책은 작가의 사색과 사유가 주를 이룬다. 또한 국제정치를 전공한 연구원답게 저자 나름의 분석과 해석에 공감이 가고, 좋은 정보도 많이 얻었다. 


 저자는 일주일 휴가로 방콕을 다녀온 후로 두 번, 세 번 방콕을 갔다. 두 번째는 퇴사를 하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서 갔다. 꿈과 희망에 넘친 두 번째 여행은 그야말로 기대와 흥분 그 자체였다. 


 하지만 세 번째 여행은 달랐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고 1년간 진행된 프로젝트는 실패로 끝났다. 오직 절망만이 앞길을 막고 있었다. 죽음과 삶, 무기력감 속에서 방콕 행을 결정했고, 여행을 통해서 다시 힘과 에너지를 얻게 되었다. 일단 여행을 시작하면, 여행 계획을 짜야하고 그것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변화’를 준다고 저자는 말한다.


 여행이 언제나 옳은 이유는 억지로라도 변화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 p45 


 그렇다고 저자가 돈이 많은 부자도 아니다. 통장의 잔고는 계속 줄어들고 있었기 때문에, 누구보다 불안과 초조함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출발을 위해서 그는 ‘방콕 행’을 선택했다. 우방에만 머무는 ‘방콕’이 아니라, 태국의 방콕 행을 말이다.


 저자의 여행 스타일은 나와 비슷하다. 나도 유명한 관광지를 다니는 것보다 그 나라의 일반 시민들의 삶을 느끼고 싶다. 예전에 한 달간 도쿄에 출장을 간 적이 있는데, 관광지는 거의 가지 않고, 평범한 시민들이 다니는 음식점에 가고는 했다. 그것이 그 나라의 문화를 느끼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방콕에서 거주지로 여러 곳이 있지만, 저자는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콘도미니엄에 한동안 머물렀다. 우리나라의 오피스텔처럼 주로 젊은 1인 가구나 커플이 거주하는 공간이다. 공용 헬스장과 수영장이 있고, 보안도 철저해서 외국인들이 선호한다. 다만 에어비앤비는 공식적으로는 불법이기 때문에, 집주인과 이점에 대해서 미리 확인을 해야 한다고 한다(단속 유무, 문제 발생 시 해결 방안 등). 


 콘도미니엄의 월세는 비싸다고 저자는 말한다. 초호화 콘도임에도 월세가 30~40만 원 밖에 안하는 곳은 이유가 있다고 한다. 대중교통이 없거나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경우다. 아무래도 한 달 살기를 하기 위해서는 대중교통이 필수이기 때문에 이를 감안해야 한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이런 조건을 갖춘 콘도는 월세가 70~80만 원 수준(1인실 기준)이다. 


 나는 조금 비싸더라도 지하철역까지 도보 10분 거리를 숙소의 마지노선으로 삼았다.” - p62


 한 가지 더 주의할 점은 바로 주방이다. 방콕 사람들은 집에서 조리를 잘 안하고, 음식을 포장해 가는 것이 보편적인 문화다. 그렇기 때문에 주방과 그 안에 인덕션이나 전자레인지 등 조리기구도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한 세탁기가 없는 콘도도 있기 때문에 이것도 확인이 필요하다. 아무래도 공용 세탁기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반면 아파트는 훨씬 저렴하다. 헬스장이나 수영장은 없지만, 싸고 조용하게 살기에는 적합하다고 말한다. 저자도 두 번째 방콕에서 거주할 때는 같은 아파트에만 한 달을 머물렀다고 한다. 


 방콕의 음식 문화는 유명하다. 산과 강을 끼고 있는 지리적인 이점도 있다. 태국식 쌀국수를 먹어본 적은 없지만, 저자는 베트남식 보다 낫다고 말한다. 물론 향이 강한 태국식 쌀국수에 대해서 사람마다 호불호가 다르기 때문에 어는 것이 낫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말이다. 태국식 쌀국수에 피쉬볼과 같은 토핑과 몇 가지를 넣으면 양이 맞다고 하고, 무엇보다 에그누들을 추천한다. 


 육수는 색깔부터 베트남 쌀국수보다 진한데, 그만큼 향도 세다. 시큼함과 고소함이 뒤섞인 향으로 담백한 국물보다는 자극적인 편이다.” - p73 


 이뿐만이 아니다. 팟타이와 똠양꿍뿐만 아니라 ‘카오카무’라는 족발 덮밥도 맛있고, 삼겹을 통으로 튀긴 ‘무끄럽’은 운명적 만남이라고 했다. 카오카무는 책의 사진으로 봐도 꽤 맛있어 보인다. 고기가 정말 부드럽고, 소스인 국물에 밥만 비벼도 될 정도로 맛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무끄럽’은 우리나라에서 백종원 씨도 조리법을 소개한 음식이다. 


 태국에도 문제는 많다. 그 중에서 열악한 대중교통, 교통체증은 악명을 떨칠 정도다. 심지어 지하철이나 버스의 환승이라는 것도 없다고 한다. 2019년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무려 1만 3천 명으로 우리나라의 4배 수준이다. 도시 내 배수 시스템도 문제다. 비가 오면 금방 길에 물이 차오른다고 한다. 


 이러한 인프라 문제는 앞으로 태국 정부에서 해결할 문제다. 


 태국은 13세기부터 크메르를 몰아내고 독립한 후 숱한 전쟁을 거치면서, 서구 열강으로부터 독립을 이어왔다. 그만큼 민족적 자존심이 아주 강하다. 뛰어난 음식문화도 한 몫 한다. 이제는 수많은 스타트업 들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정도로 역동적인 국가이면서 도시다. 자유롭고 개방적인 나라의 분위기답게 저자는 이 곳에서 새로운 꿈을 꾸려고 한다. 


 “방콕을 베이스캠프 삼아 세계를 유랑한다면 영원히 지치지 않을 것만 같다.” - p70


 앞으로 코로나19 사태가 끝나고, 안정화된다면 가고 싶은 도시가 방콕이 되었다. 언젠가 나도 한 달, 아니 석 달간 다른 나라의 도시에서 살아보기 꿈을 이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 한 줄 요약 : 방콕은 자유롭고 개방적이면서 매력적인 도시다. 

 - 생각과 실행 : 낯선 나라에서 한 달간 사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하지만 저자가 말한 것처럼 그 도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석 달간 거주가 필요하다. 나도 언젠가 꿈꾸는 도시를 적고 거주 계획을 세워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 이번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으로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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