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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격언집 -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ㅣ 잘난 척 인문학
김대웅.임경민 지음 / 노마드 / 2021년 5월
평점 :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Veni, Vidi, Vici)
기원전 47년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소아시아의 북부에 있는 젤라에서 일전을 벌이고 승리한 후 외친 말이다. 이 승전보는 2,000년이 지나도 여전히 남을 정도로 유명한 명언이 되었다.
이 책은 에라스뮈스의 고대 그릿, 라틴어 격언집《아다지아》를 근거로 한다. 에마스뮈스는 1500년에 파리에서 《고전 격언집》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처음 선보였다. 이 책은 이후로 편집을 거치면서, 가톨릭교회에서 이단이라고 판단한 내용은 삭제나 수정되었다. 하지만 책은 꾸준히 전해져오면서, 많은 이들이 읽는 필독서가 되었다.
이 중에서 이 책은 총 12개 챕터로 재구성되었다. 각종 격언과 함께 거기에 대한 설명이 곁들여져있다.
“눈먼 자들의 나라에선 외눈박이가 왕이다.” - p59
옛날에 난폭한 왕이 있었는데, 그는 전쟁 중에 부상을 입어 외눈박이가 되었다. 그는 자신의 용맹함을 과시하기 위해서 화가를 불러서 초상화를 그리게 했다. 그는 외눈박이 얼굴을 그대로 그렸다는 이유로 바로 처형당했다. 다음 화가는 없는 눈을 그려 넣어서 살아남으려고 했다가 역시 거짓을 그렸다는 이유로 처형당했다. 결국 세 번째 화가는 기지를 발휘해서 살아남았다. 바로 왕의 옆모습을 그려서 외눈박이 사실을 감춘 것이다. 진실을 이야기하면서, 왕의 비위도 맞춘 것이다.
이 일화를 보면, 화가의 재치가 뛰어남을 느낄 수 있지만 한 편으로는 씁쓸한 기분이 든다. 포악한 군주는 결국 자신이 원하는 대로 권력을 휘두르고, 부하들은 그의 눈치를 봐야하기 때문이다. 아무도 그 군주에게 직언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고대 설화는 현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권력을 휘두르는 경영진이나 상사가 있다면, 그 누구도 사실을 이야기하지 못하고, 자신의 지위를 보전하기 위해서 거짓을 이야기하거나 침묵한다. 그렇기 때문에 높은 자리로 올라갈수록 겸허해지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경청’해야 함을 시사한다. 이미 수천 년의 역사가 이를 증명하지만,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는 사람들을 접할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우리나라 속담에도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하지 않았던가?
“뭘 웃나, 이름만 바꾸면 당신 이야긴데” - p64
이 격언도 많은 시사점을 제시한다. 우리는 종종 누구에 대해서 험담하고 비난하기를 좋아한다. 좋아하지는 않더라도 호기심을 갖게 된다. 누구는 성격이 안 좋아, 누구는 버릇이 안 좋아, 누구는 아부를 잘해, 누구는 아이를 잘못 키웠어 등 끝이 없다. 그런데, 그 누구에 나의 이름을 넣어보면 어떨까 싶다. 과연 누구를 비난하기 전에 나는 떳떳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 격언을 읽으면서 문득 내가 평소 말하는 습관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된다. 남을 비난할 바에는 차라리 침묵을 하고, 나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잘못된 것에 대한 건전한 비평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 비평이 비난이 될 때가 문제다. 그러한 습관이 들면 비난을 위한 비난을 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언급한 ‘역지사지’를 통해서 상대방의 입장에서 나를 바라보는 습관도 중요함을 느낀다.
친구에 대한 격언도 재미있으면서 마음에 와 닿는다.
“한 시간 된 달걀, 하루 된 빵, 일 년 된 와인, 하지만 삼십 년 된 친구가 으뜸이다.”
“기름과 와인과 친구는 오래될수록 좋다.” - p73
요새 온라인을 통해서 새로운 관계가 많이 형성된다. 새로운 만남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나, 자칫 잘못된 관계를 형성할 수도 있다. 아무래도 온라인을 통해서 누군가를 알게 된다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온라인이라도 오랜 대화와 관계를 형성한다면 좀 더 밀도 있는 관계가 되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냥 스쳐가는 인연으로 누군가와 가상의 공간에서 만나는 것은 시간 낭비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오랜 그리고 숙성된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서로가 노력을 해야 한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이 격언에 대해서 다르게 생각하는 점도 있다. 꼭 학창시절, 어릴 적 오랜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나를 잘 안다고 생각해서, 자칫 잘못된 충고를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가 너를 아는 데, 이렇게 해야 해”라고 섣부른 판단을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디에서 누군가를 만나든, 서로에게 진실하고 정성을 다하는 관계가 필요하다. 그러한 관계는 오래될수록 좋다. 서로가 서로를 존경하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친구를 택하는 식견을 길러야 한다.”, “아무에게나 오른손을 내주지 마라.”고 말한다.
“그대가 행복할 때는 친구들이 많지만, 그대가 암울해지면 그땐 홀로 남을지니” - p78
로마의 시인 오비디우스의 말이다. 인생이라는 결국 그런 것 같다. ‘일장춘몽’이라는 말이 있듯이 내가 움켜쥔 부와 권력은 하나의 꿈과 같다. 내가 높은 자리에 있을 때, 나에게 불나방처럼 사람들이 몰리겠지만, 그 자리에서 물러나면 사라지는 것이 인심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권력을 누릴 때, 과시하거나 우쭐대면 안 된다. 오히려 더 많이 베풀어서 ‘덕’을 쌓아야 한다. 꼭 나중에 외롭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것이 바로 사람의 도리이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이 책에는 좋은 격언들이 많이 있다.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의 현자들이 말한 내용은 2,000년이 훌쩍 지난 지금에도 시사하는 점이 많다. 시간이 날 때마다 한 문장씩 음미해보면 어떨까 싶다.
- 한 줄 요약 : 고대나 지금이나 인간 세상에서 통하는 진리는 같다.
- 생각과 실행 : 사람을 사랑하고 존경하고, 진실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삶의 자세다. 우리는 과거 수많은 선현들의 지혜를 배우지만, 계속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고 있다. 실수를 통해서 배우고, 좀 더 나은 나와 세상을 만드는 것은 우리의 의무면서 사명이다.
* 이번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으로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