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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P 머신 - 메이저리그 선수 육성 시스템의 대전환
벤 리드버그.트래비스 소칙 지음, 김현성 옮김 / 두리반 / 2021년 4월
평점 :
“MVP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훈련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한 때《머니볼》이라는 영화가 엄청나게 히트를 친 적이 있다. 이 영화는 원작인 책과 실화에 기반 한 것이다. 2000년대 초반 메이저리그 연봉 총액 최하위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야구팀의 단장인 빌리 빈에 대한 이야기다. 그는 경제학을 전공한 전문가를 영입해서, 선수들의 가치를 새롭게 재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가성비가 좋은 선수들을 트레이드해서 철저하게 승리를 위한 공식을 만들었다. 즉, 화려한 경력의 스타보다는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두드러진 능력을 나타낸 선수들을 찾아낸 것이다. 그것도 아주 저렴한 가격에 영입했다.
“가치를 알아보거나, 가치를 창조하면 된다.” - p28
그런데,《머니볼》에서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다. 바로 선수 육성이다. 원작《머니볼》의 색인에는 ‘육성’이라는 부분이 누락되어 있다. 사실 2000년대 초반에는 선수를 육성하기 보다는 저평가된 선수들을 영입하는 것이 훨씬 더 빠른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그랬다. 하지만, 오클랜드가《머니볼》의 효과를 보자 다른 구단들도 이를 흉내 내고 따라하면서 더 이상 타구단의 선수들을 싼 가격에 영입할 수 없게 되었다.
“메이저리그 첫 50년 동안에는 구단이 선수를 육성하지 않았다. 육성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선수가 최고의 무대에 가기까지 아예 지도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 p69
따라서 이제는 신인 시절 선수들을 잘 발굴해서 제대로 육성하는 것이 구단의 핵심 경쟁력이 되었다. 그 편이 경제적으로도 훨씬 이득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2000년대 초반과 비교했을 때, 스포츠 과학은 크게 발전했다. 투수들의 투구 폼도 초고속 카메라로 분석해서 가장 좋은 대안을 찾을 수 있고, 어떤 구질을 던지는 것이 더 유리한지도 데이터 분석을 통해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데이터, 과학 야구의 중요한 사례로 트레버 바워와 무키 베츠를 예로 들었다. 특히 트레버 바워는 자신의 신체적 약점을 극복한 대표적인 자기 계발형 인재로 꼽힌다. 그의 강박적인 성격과 훈련 방법은 일본의 전설적인 타자 이치로를 떠올리게 한다. 물론 바워는 투수이기 때문에 다르지만, 그는 자신만의 독특한 훈련법을 개발해서 경쟁력을 올렸다. 그가 코치의 말을 듣지 않고, 혼자만의 비법을 발굴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의 실력을 키운 곳은 ‘텍사스 베이스볼 랜치’를 통해서다. 이 곳에서 그는 자신의 투구 폼을 분석하고, 어떻게 구속을 올리지 코칭을 받았다.
“랜치는 좀 더 세련된 영상 시스템을 사용했다. 기술적인 부분을 분석하기 위해서 고프레임률 카메라를 사용했다.” - p55
고등학생 시절 바워는 이 곳에서 훈련을 통해서 최고 구속의 속도를 시속 122km에서 151km로 늘렸고, 고등학교 3학년 때 12승 무패를 기록할 정도로 성장할 수 있었다. UCLA 대학에 입학해서도 그는 자신만의 독특한 훈련을 고집했고,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그는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자신만의 세계관이 독특했고, 관심사도 많이 달랐다. 이는 메이저리그에 가서도 마찬가지였다. 구단에 잘 적응은 못했지만, 그래도 뛰어난 성적을 거두면서 그의 훈련법에 주목하게 되었다. 그는 이후 위력 있는 좋은 구종을 새로 개발해서 사이영 상에 도전할 수 있었다. 이제 투수들은 건물 안에서 최첨단 장비를 이용해서 자신의 구종을 연구하고, 업그레이드 시키는 방법을 찾고 있다.
“터널링 훈련 장비였을지도 모른다. 바워가 처음으로 미국 야구계에 혁신시킬 일이었다.” - p57
데이터를 쌓아가면서 이를 전문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부서가 필요하게 되었다. 야구는 더 이상 구단, 감독, 선수들만의 몫이 아니었다. 통계를 전공하거나 데이터 전문가들이 이 대열에 합류했다. 이제는 구단마다 평균 5명이 넘는 정규직이 연구와 기술 개발 업무를 맡았고, 이 수는 계속 증가한다. 예전에는 구단에 한 명의 분석원, 그나마 이 분석원은 주로 단순한 기록을 하는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수준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러한 데이터 분석을 세이버메트릭스라고 부른다. 이는 야구에 게임이론과 통계학적 방법을 도입하는 방법론이다. 이를 통해서 구단은 선수들을 보다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선수들도 자신의 능력을 통계적 관점에서 들여다 볼 수 있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약점을 찾고, 또한 장점을 극대화 시키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트레버 바워와 무키 베츠가 대표적인 예이지만, 이제는 많은 선수들이 이 방법을 이용하고 있다.
“이제는 호기심 많고 데이터 활용에 능한 선수들이 스스로를 자율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게 되었다.” - p39
그라운드 안에서 전략도 중요하지만, 그라운드 밖에서 치열한 분석과 전략이 더 중요하게 되었다. 이러한 스포츠과학과 통계적 기법을 통해서 선수들의 미래 가치와 성적도 예측 가능한 수준에도 이르렀다. 하지만 여전히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아무래도 과거의 성적을 기반으로 통계적 예측을 한 것이기 때문에, 다른 변수에는 맞지 않는다. 예를 들어서 성적이 나쁜 선수들이 갑자기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다. 그렇기 때문에 구단들은 예측 못한 부분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저자는 이제 이러한 구단의 노력으로 ‘베터볼’의 시대가 오고 있다고 말한다. 기술의 발전으로 가능하게 된 것이다. 과거의 세이버메트릭스의 점진적인 발전이 이제는 초고속으로 변하고 있다는 말이다.
선수들을 육성하는 각종 과학적인 장비가 발전하는 가운데, ‘트랙맨’이라는 장비는 타구 궤적을 추적하는 장비다. 이를 통해서 선수들이 ‘공을 그냥 치는 것이 아니라, 목적의식을 갖고 치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즉, 선수들도 최상의 발사각과 회전수가 12도와 2,700rpm이라는 것을 알고 그것을 의식하게 되었다. 특히 사무실의 일명 ‘스탯쟁이’는 회전수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이러한 과학적인 분석은 선수들의 선수 생명을 늘리는 데도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서 자신의 투구 동작을 분석해서, 척추에 무리를 주는지 알 수 있고, 이렇게 몸에 무리를 주는 행위를 피할 수 있다. 물론 폼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지만, 그래도 일찍 선수 생명을 마감하는 것보다 낫다.
이 책의 내용은 꽤 전문적이다. 야구를 좋아하는 분들이나 또는 통계나 빅데이터의 활용 방안에 대해서 궁금한 분들에게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적어도 ‘머니볼’이 저평가된 선수들을 트레이닝으로 성적을 올렸던 방법 이라는 것. 그리고 이제 웬만한 구단은 이러한 ‘머니볼’ 능력이 있어서, 앞으로는 세이버매트릭스를 통해서 구단 내 선수 육성을 중요시하는 ‘베터볼’이 중요하다는 것만 알아도 이 책을 읽은 보람이 있을 것이다.
회사도 결국 스타급 인재에 너무 집착하기보다는 내부의 인재육성 프로그램을 좀 더 과학적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 즉, 개개인의 능력을 제대로 파악하고 데이터화 해서, 이를 잘 살리고,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 한 줄 요약 : 과학과 스포츠의 만남인 세이버매트릭스는 앞으로 더 발전할 것이다.
- 생각과 실행 : 과학적인 데이터 분석을 통해서 개인의 능력을 더 개선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 직관과 데이터의 조합은 최적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무조건 숫자만 믿어도 안 되고, 무조건 직감에만 의존해도 안 된다.
* 이번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으로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