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읽는 피케티의 21세기 자본 - 읽기 쉽게 새로 편집한 자본론의 핵심이론 만화 인문학
야마가타 히로오 감수, 코야마 카리코 그림, 오상현 옮김 / 스타북스 / 2021년 3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불편한 진실을 다룬다. 가난과 부, 빈부 격차의 심화, 분배의 문제 등. 토마 피케티가 저술한 《21세기 자본》을 만화로 재구성했다. 만화이지만 묵직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는 세계 각국, 200년 이상의 데이터를 15년에 걸쳐서 조사, 연구하고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21세기 자본》을 집필했다. 그의 논쟁이 도화선이 되어서, 2011년 월스트리트에서 데모가 일어나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가 주창한 r > g 라는 공식이 제일 유명하다. r은 ‘자본 수익률’이고 g는 ‘경제 성장률’이다. 즉, 노동자가 아무리 생산성을 높여도 자본이 증식하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역사적 사실을 주창한다. 


 “과거에 축적된 부는 노동으로 얻은 부보다 성장이 빠르다는 의미이다. 그 결과 부유층이 점점 부자가 된다.” - p35 


 순수하고 안전한 경쟁은 부등식 r > g를 바꿀 수 없다. 이것은 시장의 ‘불안정성’으로 인하여 생긴 일 따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 p157 


 부자는 이미 축적한 부를 토대로 재투자하면서 금융자산이나 부동산 등으로 수익을 올리는데, 누적된 부가 계속 불어나기 때문에 일반 노동자가 뼈가 빠지게 일해도 자본의 증식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미국에서는 1980년경부터 2010년에 걸쳐서 상위 1%의 소득 점유율은 9%에서 20%로 상승했다. (중략) 슈퍼 부자의 대부분은 기업의 최고경영자이다.” - p123


 이러한 경향은 선진국에서 더 심화되고 있다. 특히 선진국은 인구증가율이 갈수록 하락하기 때문에 상속을 통해서 부를 세습화하는 경향이 커졌다. 예전에 형제가 많을 때는 부모가 이룬 부를 골고루 나눴으나, 이제는 한, 두 명에게 물려주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부모, 조부모의 재산을 몇 안 되는 자식이나 손자, 손녀들이 물려받는 경향이 더 커지고 있다. 


 이러한 부의 독점이 심해질수록 교육의 질도 차이가 나고, 부자의 자녀들은 좋은 교육을 받아서 좋은 학교, 좋은 직장에 취직하고, 그렇지 않은 자녀들은 힘겨운 취업시장에 뛰어들어야 한다. ‘개천에 용 난다’는 말은 점차 전설이 된다.   


 r > g 개념과 더불어 중요한 것은 자본/소득 비율이다. 선진국일수록 자본의 축적이 커지기 때문에 자본/소득 비율이 높아진다. 현재 선진국에서 이 비율은 대략 5~6 정도다. 즉 평균 소득대비 자본의 축적이 6배 정도 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서 연간 소득이 5천만 원 정도 된다면, 자본은 3억 원 정도 된다. 자본에서 부동산 비율이 대략 절반이라고 한다. 


 더군다나 선진국의 과거 200년 동안의 평균 성장률은 1.6%(실질 성장률 기준)이었고, 그 절반인 0.8%는 인구 증가 덕분이었다고 한다. 앞으로 인구 감소를 고려할 때, 저성장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에 축적한 부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경제 성장률이 낮으면 자본/소득 비율이 상승하고 과거 축적(자본)의 존재감이 높아진다. 자본이 증대하면서 자본 수익률은 하락하지 않을 경우 소득 전체에 있어서 자본소득의 비율은 점점 상승한다. (중략) 부유층은 자본으로부터 얻어지는 소득을 재투자로 돌릴 뿐이며, 경제 성장을 웃도는 소득을 손에 쥘 수 있게 된다.” - p102


 결국 이러한 불평등의 심화 속에서 어떻게 하면 그 격차를 줄이거나 정당화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그것은 소득 상승에 따른 세금을 늘리는 누진세뿐만 아니라, 소외된 계층에 대한 교육 기회 확대 등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격차 규모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격차가 정당화될 수 있느냐고 하는 점이다.” - p108 


 이 책의 만화에 등장하는 히카리라는 주인공은 가난한 직장인인데, 임금체불로 인해서 퇴사한다. 다양한 자기계발 서적을 읽으면서 자격증 시험을 대비할지, 아니면 다른 차별점이 있는지 고민한다. 그러다가 자신이 좋아하는 새인 ‘문조’ 카페를 열어서 창업한다. 그녀는 ‘문조’를 몇 년 동안 보살피면서 깨달은 ‘기술’을 레버리지 삼아서 창업을 했던 것이다. 


 “장기적 안목으로 보아 임금을 올리고 임금 격차를 줄이는 최선의 방법은 교육과 기술에 대한 투자다.” - p118 


 피케티의 이론에 따르면, 부의 격차는 갈수록 커진다. 18~19세기 유럽에서 상위 10%가 대부분의 부를 독식했다면, 21세기 초에는 약 90%를 소유했다. 미국은 1910년대에는 상위 10%가 80%의 자본을 소유했다. 그러다가 세계 제1차, 2차 세계 대전을 겪으면서, 부자들이 소유한 채권이 휴지조각이 되고, 이들이 소유한 건물, 상품 등이 파괴되면서 격차가 일시적으로 감소했다. 


 부의 쏠림 현상은 다시 19세기 수준까지 이를 것이고, 현재는 그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 - p128 


 18~19세기에 경제 성장률(g)은 1% 미만이지만, 자본 수익률(r)은 4~5%로 안정적이었다. 물론 현재는 예금 금리가 1%를 밑 돌기 때문에 당시와는 다르다고 생각할 수 있다. 자본 수익률을 4~5%로 늘리기가 만만치 않다. 


 이는 자본 수익률 격차가 커지기 때문이라고 피케티는 지적한다. 예를 들어서 우리나라에서도 중산층이 다른 금융 상품에 투자를 해서 매년 4~5% 이상의 수익을 올리기는 힘들 것이다. 물론 주식 투자나 다른 금융 상품을 통해서 수익을 올릴 수도 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상류층은 부동산, 각종 금융상품 등에 투자해서 몇 배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아무래도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정보의 ‘질’이 틀리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평균으로 따지면 자본 수익률이 다시 오를 수 있다고 한다. 

 

 “하버드 대학 등, 투자 규모가 큰 대학일수록 수익률이 높다. 그 이유는 밑천이 크면 투자 상담 고문 등 전문가를 고용해서 고도로 자산 운용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 p143


 토마 피케티는 빈부 격차를 자연스럽게 줄일 수 있는 힘은 존재하지 않고 단지 환상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다만, 이를 그나마 줄이기 위해서는 경제 성장, 상속세, 인플레, 누진소득세, 기술 보급과 기능 향상(=교육), 자산 접수와 국유화, 사회보장 등의 이동 등 다양한 솔루션 제시한다. 적어도 상속세, 누진소득세는 이미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는 전 세계적 자산의 누진과세를 주장했지만, 이는 피케티도 공상적인 이론에 불과하다고 인정할 정도다. 


 이상적인 장치는 세계적 누진과세이며, 이를 지극히 높은 수준의 국제 금융의 투명성과 함께해야 한다.” - p158 


 작년 하반기부터 주식 시장이 활황이면서 많은 사람들이 빚을 내서 투자를 하고 있다. 왜냐하면 주식으로 떼돈을 벌었다는 소문을 듣고, 나도 그럴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기 때문이다. 노동을 통해서 부를 축적하기에 자본(부동산)의 가치 상승이 너무 빨리 이루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결국 부자에게 세금을 더 부과하고, 중산층과 그 이하의 사람들에게 혜택을 돌려주는 수밖에 없는데, 그것이 과연 어느 정도 가능할지 미지수다. 이미 부를 이룬 사람들은 기득권이고, 기득권의 자녀들이 또 기득권이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서 r (자본수익률) > g (경제성장률)라는 불편한 진실을 눈으로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특히 이 경제학자는 과거 200년 이상의 데이터로 이를 수치화해서 증명했다. 이 책의 원본을 읽기 전에 ‘만화로 읽는’ 《21세기 자본》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편이다. 


 물론 그의 이론에 대해서 반박하는 사람들도 있다. 자본 증대에는 부동산이 포함되어있는데, 부동산의 가치가 오르면 상류층뿐만 아니라 서민층도 혜택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또한 그는 인적 자본을 포함시키지 않았지만, 어떤 경제학자는 자본 증가의 요인이 인적 자본에 의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이론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논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한 줄 요약 : r (자본수익률) > g (경제성장률), 돈은 돈을 부른다. 

 - 생각과 실행 : 아무리 노력해도 자본이 많은 사람을 능가할 수는 없다. 불편한 진실이지만, 불평하기 보다는 나만의 투자 방식을 세워서 자본을 늘려갈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제를 이해하고, 재테크에 대한 노하우도 늘려야겠다. 또한 가장 기본이 되는 재테크는 바로 나의 ‘교육’에 대한 투자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 이번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으로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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