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술 삼국지 1 - 난세를 이겨내는 지혜를 읽다 술술 삼국지 1
허우범 지음, 예슝 그림, 차이나랩 기획 / 책문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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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위 자칭 ‘삼국지 마니아’이고, 삼국지 관련 책을 집필한 사람으로서 이 책은 너무 반갑다. 마치 단비와 같은 존재다. 무엇보다 소설 삼국지 내용을 잘 요약했고, 《삼국연의》의 작가 모종강의 ‘회평’, 그리고 허우범 작가의 요약과 분석도 좋았다. 더군다나 예슝이 그린 삽화는 하나의 작품처럼 소설 속의 내용을 현실감 있게 잘 살려준다. 무엇보다 삼국지 인물을 상상해서 그린 것이 인상적이다. 


 또한 삼국지 한 권(이 책은  두 권으로 이루어져 있고, 한 권에 다섯 권의 내용을 담고 있다.)이 끝났을 때 나오는 ‘책씻이’도 흥미롭다. ‘책씻이’와 ‘소설 밖 나들이’에서는 각 인물에 대한 분석뿐만 아니라 실제 역사 현장을 찾아서 다양한 사진과 함께 주요 관광지도 소개한다. 언젠가 이 곳도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삼형제가 도원결의를 한 곳으로 가는 동안 길가의 간판들이 눈에 띕니다. ‘도원병원’, ‘장비반점’, ‘도원공사’,《삼국연의》의 고향에 왔음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 p103


 《설민석의 삼국지》가 삼국지 입문서라고 하면, 이 책은 중급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고급과정은 정사《삼국지》를 비롯해서 삼국지의 내용을 본격적으로 분석한 책들이다.) 이 책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소설《삼국지》를 적어도 한 번 정도 읽어봐야 한다. 왜냐하면 10권의 내용을 2권으로 축약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소설책을 읽어야 각 사건과 행간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마치 이 책은 요약서와 같아서 이미 아는 내용을 다시 한 번 정리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겠지만, 정사《삼국지》와 소설《삼국연의》는 엄연히 다르다. 우리가 알고 있고, 99%의 독자가 알고 있는 삼국지의 내용은 명나라 시대 나관중이 집필한 소설 《삼국연의》(1494년)와 청나라 시대 모종강의 《삼국연의》(1679년)를 기반으로 한다. 


 삼국지 소설의 큰 뼈대를 만든 것이 나관중이라면, 이것을 읽기 쉽도록 120회로 구성하고, 자신의 ‘회평’을 쓴 것이 바로 모종강이다. 나관중이 소설에서 주장한 ‘촉한대세론’(즉, 유비가 세운 촉나라가 한나라의 후예라는 것)을 더 강하게 만든 것이 모종강이다. 즉, 조조는 ‘간신’, 유비는 ‘충신’이라는 이미지를 강화시켰다. 


 정사《삼국지》는 조위정통론의 입장에서 서술했기에 조조의 위나라가 약 50%를 차지합니다. 하지만 소설은 유비 위주의 촉한정통론을 고수하기 때문에 그 시작도 당연히 유비인 것입니다.” - p96 


 나관중도 아무런 근거 없이 소설을 쓴 것이 아니고, 민담을 통해서 내려온《삼국지평화》(1321년 ~ 1323년)와 진수의 정사 《삼국지》(280년 ~ 290년), 배송지가 주석을 단 《삼국지주》(429년), 북송시대 사마광의 《자치통감》(1084년)등을 참조해서, 소설 체를 완성한 것이다. 즉, 시대 순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촉한, 서진 때, 진수의 정사《삼국지》→ 동진 말, 송 초, 배송지의《삼국지주》→ 북송 , 사마광의《자치통감》→ 원나라, 작자 미상의 《삼국지평화》→ 명나라, 나관중의 《삼국연의》→ 청나라, 모종강의 《삼국연의》”


 물론 이외에도 《위서》,《후한서》,《세어》,《잡기》등 다양한 문헌에서 삼국지의 사건과 인물들을 다루고 있다.


 그렇다면, 약 1,800년 전 중국의 삼국지 시대(184년 황건적의 난 ~280년 오나라 멸망, 삼국 통일), 그것도 본격적인 삼국의 정립 시기(220년 위나라, 221년 촉한, 229년 오나라)부터 멸망까지 60년밖에 안 되는 기간에 대해서 사람들은 왜 그렇게 관심 있어 할까?


 이 소설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은 다양한 인간 군상을 말해주고, 또한 소설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전쟁은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로 박진감이 넘치기 때문이다. 소설에는 인간의 희로애락도 담겨져 있고, 무엇보다 ‘충’과 ‘의’를 중요시한다. 사람들은 ‘도원결의’(역사에는 등장하지 않지만)를 보면서, 의형제의 우정을 생각하고, 조조와 유비, 손권이 휘하 장수들을 가족보다 아끼는 것을 보면서 이런 상사를 만났으면 하는 바람도 든다. 


 사실 삼국지는 굉장히 남성 중심의 소설이다. 여성들은 대부분 연약하고, 전쟁의 희생양이 되고는 한다. 정략결혼의 대상자가 되고, 자신이 원하는 사랑을 찾지도 못한다. 소설 속에 조조와 유비는 가족보다 부하 장수들을 소중히 여기고, 평생을 전쟁터에서 보내니 가정적인 아빠도 아니다. 


 조조는 자신의 큰 아들 조앙이 전쟁터에서 죽었을 때 부하 장수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내 큰아들과 조카를 잃은 슬픔은 참을 수 있을지라도 전위를 잃은 슬픔에 나오는 눈물은 참을 수가 없구나.” - p132


 이 얼마나 가식적인 말인가? 유비도 마찬가지다. 조조의 대군에 쫓겨서 아들, 아두(훗날 촉 황제가 된 유선)을 전쟁 통에서 잃었는데, 조운이 목숨을 걸고 아이를 찾아서 유비에서 안겨주었을 때다.


 “이 아이놈 때문에 나의 대장 한 명이 죽을 뻔했다.” - p325


 하지만 당시 중원의 상황을 고려하면, 내가 살기 위해서는 자신을 감출 수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약육강식의 시대였다. 그렇기 때문에 가족과의 ‘정’보다는 오히려 부하 장수들의 ‘충성’과 의형제의 ‘의’가 더 중요했던 것이다. 


 지금 이 시대에도 수많은 조조와 유비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또 다른 조조와 유비를 본다. 


 네이버 차이나랩에서 연재되는 내용을 읽으면서, 책으로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은 여러 가지 면에서 삼국지 마니아들의 입맛에 맞게 잘 구성되어 있다. 삼국지를 좀 더 깊숙하게 알고 싶은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서평단을 통해서 리뷰한 책이지만, 다음 권은 주문해서 책장에 잘 모셔둘 계획이다.


 - 한 줄 감상평:《삼국지연의》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고, 모종강의 회평도 신선하게 다가온다. 

 - 생각과 실행 : 역사 소설에는 작가의 의중이 많이 반영되어 있다. 소설은 소설일 뿐이다. 소설 속에 영웅들을 진정한 영웅이라고 쉽사리 판단하면 안 된다. 단순히 이들을 영웅시하는 것보다 이들의 삶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한다. 이 책은 진정한 리더십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 이번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으로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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