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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탄의 지혜들 - 세계 최고의 CEO, 혁신가, 게임 체인저들의 성공 비밀
데이비드 M. 루벤스타인 지음, 김현정 옮김 / 토네이도 / 2021년 3월
평점 :
이 책을 읽는데 꽤 오랜 시간이 들었다. 성공 신화를 쓴 31명과의 1대 1 인터뷰를 읽다보니, 나도 모르게 몰입이 되었다. 마치 현장에서 이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듣는 기분이었다. 그러다보니 밑줄을 긋고, 책 가장자리를 접고, 좋은 내용은 노트에 필기할 정도였다.
처음에는 팀 페리스의 《타이탄의 도구들》이 연상되는 책(유명인 61명 인터뷰)이라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이 책의 원제가《How To Lead》인데, 같은 출판사에서 전작의 인기를 등에 업으려는 마케팅 전략이라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인터뷰 대상자를 본 순간 마음이 바뀌었다. 빌 게이츠, 제프 베조스, 워런 버핏, 팀 쿡, 오프라 윈프리, 리처드 브랜슨, 필 나이트, 제이미 다이몬, 에릭 슈미트, 인드라 누이, 크리스틴 라가르드, 앤서니 파우치 등 한 시대를 풍미한 초일류 기업의 CEO, 정치가, 행정가, 의료인, 운동선수, 음악가 등 그야말로 타이탄 중의 타이탄이었다. 다만, 일론 머스크가 빠졌다는 점은 조금 아쉬웠다. 물론 인터뷰하기 쉽지 않은 인물이기는 하다.
인터뷰를 진행한 사람은 그 유명한 데이비드 루벤스타인이다. 그는 세계 최대 규모의 사모펀드인 칼라일 그룹의 공동 창업자이자 회장이다. 각종 협회에서 활동하고,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에도 참여했다. 저자 자신도 타이탄인데, 타이탄이 타이탄을 인터뷰한 것이다. 또한 그의 인터뷰는 독특한 방식으로 유명하다. 꽤 직설적이고, 날카로운 질문을 서슴지 않는다. 책을 읽어보면 그의 질문 스타일을 알 수 있다.
책의 목차 구성이 마음에 들었다. 비전가형, 육성가형, 혁신가형, 통솔자형, 의사결정자형, 목표달성가형이 그것이다.
비전가형에는 제프 베조스, 빌 게이츠, 리처드 브랜슨, 오프라 윈프리, 워런 버핏, 육성가형은 필 나이트, 켄 그리핀, 로버트 F. 스미스, 제이미 다이먼, 메릴린 휴슨, 혁신가형에는 멜린다 게이츠, 에릭 슈미트, 팀 쿡, 지니 로메티, 인드라 누이가 있다.
통솔자형에는 조지 W. 부시/빌 클린터, 콜린 파월, 데이비즈 퍼트레이어스, 콘돌리자 라이스, 제임스 A. 베이커 3세, 의사결정자형에는 낸시 펠로시, 애덤 실버, 크리스틴 라가르드, 앤서니 S. 파우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목표달성가형은 잭 니클라우스, 마이크 슈셉스키, 르네 플레밍, 요요마, 론 마이클스가 있다.
이 중에는 익숙한 인물도 있고, 이 책을 통해서 새롭게 알게 된 사람도 있다. 만약 스티브 잡스가 생존했다면 그는 비전가형에 속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봤다.
저자는 인생을 크게 삼등분으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 첫 번째는 미래 직장생활을 위한 교육과 훈련을 받는 시기(즉, 학창 시절), 두 번째는 경력을 쌓고, 기술을 연마하면서 책임감과 리더십을 발휘하는 자리, 마지막 세 번째 시기는 두 번째 단계에서 달성한 성취 수준으로 경제적, 정신적 여유와 대중의 인정 등 혜택을 누리는 것이다.
첫 번째 단계에서 ‘승리’를 하고, 두 번째, 세 번째도 승승장구하면 완벽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저자에 의하면 첫 번째 단계에서 잘 나가던 학생이 두 번째에 가면서 힘이 빠지거나, 스스로 동기를 상실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결국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한 기회를 학창시절에 비교적 쉽게 획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전만큼 노력을 안 해서 두 번째, 세 번째에서 크게 성공을 못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책에 등장하는 주요 타이탄 들은 학창 시절에도 우수했고, 사회에 진출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아마 그랬기 때문에 타이탄이 된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빌 게이츠와 리처드 브랜슨은 사업을 위해서 대학 학위를 포기했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의 판단에 후회가 없다.
“인생은 제가 받아본 적 없는 ‘대학 교육’과 같습니다. 인생이라는 대학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새로운 것을 오랫동안 배우고 있는 것이죠.” - 리처드 브랜슨
저자가 성공한 리더가 되기 위한 조건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운, 성공에 대한 열망, 새로운 독창성 추구, 장시간의 노력, 집중, 실패, 끈기, 설득력, 겸손한 태도, 공로 나누기, 지속적인 학습 능력, 진실성, 위기 대응
물론 이러한 자질을 모두 갖추기는 힘들지만, 꼭 필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오프라 윈프리, IBM의 첫 여성 CEO 지니 로메티, 방산업체인 록히드마틴의 첫 여성 CEO 메릴린 휴슨, 미국의 전직 대통령 빌 클린턴 등은 누구보다 성공에 대한 열망이 강했다. 가정환경이 어려웠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가난이라는 수식어가 늘 뒤에 따라다녔다. 특히 빌 클린턴은 겉보기와 다르게 아주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자랐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새 아버지의 가정 폭력에 시달리면서, 빈민가에서 성장했다. 오죽하면 미국의 흑인들이 오바마보다 더 흑인적인 감수성을 갖고 있다고 평가할 정도였다. (그는 뛰어난 색소폰 연주가이기도 하다.)
이 중에서 오프라 윈프리의 삶은 정말 드라마틱했다. 그녀의 할머니가 그녀에게 글 읽는 법을 가르치고, 사랑으로 키우지 않았다면 지금의 오프라 윈프리는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성장 배경으로 그녀는 사람을 중요시했다. 누구보다 다른 사람의 어려움에 깊게 공감했고, 그것이 그녀의 큰 장점이 되었다.
“저의 가장 큰 자산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사람들에게서 얻은 정보를 빈틈없이 활용했죠.” - 오프라 윈프리
타이탄들은 기본적으로 ‘장시간의 노력’에 아낌없이 투자했다. 또한 무엇보다 ‘겸손한 태도’를 리더의 덕목 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 강조했다. 오만과 불통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한다. 문득 미국 전직 대통령 한 분이 떠올랐다.
워런 버핏은 지금도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투자를 하고, 자문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의 에너지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일이 필요 없더라도 하고 싶을 일을 찾으십시오. 인생은 한 번뿐이니까요.” - 워런 버핏
이들은 무엇보다 ‘돈’이나 ‘명예’를 삶의 목표로 삼지 않았다. 물론 결과적으로 그것을 얻기는 했지만, ‘성공’이 꼭 그것을 향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사람에 집중하고, 자신의 일에 열정을 갖고 진심으로 즐겼다. 그랬기 때문에 오랜 시간 노력을 기울일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하는 ‘독창성’도 있었다.
“비즈니스와 인생에서 제가 내린 최고의 결정은 모두 분석이 아니라 마음과 직관, 배짱에서 나왔습니다.” - 제프 베조스
물론 모든 사람이 타이탄이 될 수는 없다. 이들은 노력뿐만 아니라 ‘운’도 함께 따라줬기 때문에 이 정도까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진정한 성공의 의미, 나의 목표를 갖는 것은 인생에 있어서 꼭 필요한 요소다. 타이탄이 되고, 안 되고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인생을 가치 있게 잘 사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이렇게 31명의 타이탄의 인터뷰 내용을 한 권의 책으로 모두 접할 수 있다는 것으로도 큰 행운이다. 단연코 올해 읽은 책 중에서 최고라고 일컬을 만 하다. 정말로 좋은 영감을 많이 준 책이다.
* 이번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으로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