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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 최종합격했습니다 - 베트남 해외취업에 대한 현실적인 이야기
유영준 지음 / 렛츠북 / 2021년 2월
평점 :
절판
COVID-19로 오랫동안 실내 생활을 하다 보니, 자꾸 해외생활이 그립고 부럽기도 하다. 문득 집안에 놓인 책들을 살펴봤다. 대만, 일본, 캄보디아, 미얀마, 에티오피아, 미국, 캐나다, 아일랜드, 그린란드, 뉴질랜드 등 다양한 곳에서의 삶과 경험을 다룬 에세이가 있다. 이렇게 대리만족을 위해서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베트남은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하고, 가깝고도 먼 나라다. 베트남 호치민 시까지 비행시간으로는 5시간 조금 넘게 걸린다. 굳이 베트남 전쟁을 이야기하지 않아도, 이제는 많은 한국 기업들이 진출한 국가다. 인구는 이미 1억 명에 육박했고, 경제성장률은 7.02%에 고성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1인당 GDP는 3천불 미만의 개발 도상 국가이다.
그런데 이렇게 명목상으로 보이는 수치와 실제 생활을 느끼는 것은 다르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의 매력이다.
저자는 베트남의 한국 기업에 현지 취직했다. 이미 국내에서 여러 번 쓴 잔을 마시고 나서, 선택의 여지가 없던 상태였다. 항공우주공학을 전공한 공대생이었지만, 자동차 회사에서 인턴으로 먼저 취직 후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일을 해서 정규직으로 근무했다. 처음에는 시장 조사 업무를 맡아서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하고, 제안도 했다. 뿐만 아니라 현지에서 자동차 영업도 하면서 이런저런 경험을 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경험들이 저자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이미 한 가지 업무 분야를 갖고 있던 주재원들과 다르게, 왠지 정착하지 못하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중에는 공장에서도 근무를 하면서 부품 관리 업무를 했지만, 결국 퇴직을 결심했다. 그 기간은 3년이었다.
“처음 입사를 했을 때는 정규직 유무에 불안했다. 정규직이 되고 나서 자꾸 바뀌는 업무에 불안했다. 공장으로 발령되고 나서 공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불안했다.” - p93
앞서 읽은《배를 타며 마음을 읽습니다》의 저자도 반복되는 단순한 삶에 불안함을 느끼며, ‘바다’와 ‘육지’에서 갈등을 했다. 20대, 30대에는 누구나 할 수밖에 없는 고민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이 길이 내 길이 맞는 것인지, 나에게는 다른 길이 있는 것이 아닌지 늘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의 3년간의 경험(2016년~)을 최대한 솔직히 기록하고, 또한 다양한 어드바이스를 해줬다. 베트남에서 유학을 계획하거나 일을 할 사람이라면 꼭 읽어볼 만한 책이다.
저자는 베트남에 대해서 ‘베’자도 모르는 상태였다. 백지상태에서 현지 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심지어 베트남의 기후조차도 예상을 못해서 곤혹스러운 일을 겪었다. 또한 혼잡한 교통 때문에 횡단보도에서 길을 건너지 못한 채 10분간 발을 동동 굴렀다고 하다. 아무래도 인프라 시설이 아직 부족해서 인도가 많지 않고, 오토바이가 압도적으로 많아서 길을 메우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베트남에 가기 전 다음과 같은 준비물을 알려줬다. 선크림, 모기 퇴치제, 핸드폰 스트랩, 샌들 혹은 크록스, 마스크 및 기타 청결제품 등. 아무래도 습한 동네이다 보니 벌레들은 많은 것 같다. 고급 아파트는 덜한 편이지만 일반 주택은 모기가 극성을 부린다. 또한 치안이 불안정해서 외국인들은 소지품을 조심해야 한다. 특히 휴대폰을 꺼내서 사진을 찍다가 언제든지 오토바이 날치기를 당할 수 있다고 한다. 저자가 거리에서 구글 맵을 보기 위해서 휴대폰을 몰래 검색하는 ‘웃픈 일’도 일어났다.
베트남에는 한류가 많이 퍼져있어서 쉽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여성들이 한국 드라마와 KPOP에 관심이 많은 반면, 남성들은 그다지 관심이 없다. 반면 축구에 열광을 하고 있어서 손흥민에 대해서 아주 잘 알고 있다. 물론 베트남의 국민 감독이 된 박항서 감독에 대한 응원도 대단하다. 비록 최근에 베트남 국가대표 감독직을 계속 맡을지 여부에 대해서 논란이 있지만, 그가 베트남 축구에 ‘기적’을 가져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한류에 대해서도 저자는 다음과 같이 경고한다.
“사람들이 박항서 감독을 좋아하니 한국 제품도 잘 팔릴 것이라 생각하는데 이는 큰 오산이다.” - p211
무엇보다 저자가 남긴 베트남 취업에 대한 생각이 인상적이다. 베트남에서는 경력직 채용이 대부분이고, 산업도 제조업이 다수다. 또한 베트남의 평균 월급은 30~40만원, 호치민은 예외적으로 40~40만원 수준이라고 한다.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점은 베트남이 중국과 마찬가지로 ‘사회주의국가’라는 점이다. 정부의 태도에 따라서 언제든지 산업 정책이 바뀔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특히 베트남 드림을 갖고 온 한국 직원들이 실망을 갖고 돌아가는 경우는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한다.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은 업무 강도와 주 6일 근무, 적은 복지, 생각보다 어려운 해외 생활, 커리어 관리 등이 대표적이다.” - p110
따라서 저자는 베트남 취업에 대해서 신중할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뚜렷한 목표와 신념이 있다면 도전하라고 말한다.
베트남의 문화, 즉 사람들과의 친밀감, 역사, 문화, 음식 등을 좋아한다면 해볼 만한 시도인 것 같다. 더군다나 베트남어를 배운다는 것은 앞으로 큰 장점이 될 것 같다. 베트남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영어와 베트남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면,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나는 베트남 취업의 기회는 없지만, 나중에 아이들이나 다른 젊은이들에게 이 책을 읽고,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기를 권하고 싶다.
책에는 저자의 베트남 주재 한국 기업의 근무 경험뿐만 아니라, 자신이 만난 베트남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문화가 잘 적혀있다. 무엇보다 베트남 생활에 대한 팁이 꽤 유용하다. 책을 읽고 나니 베트남의 연유커피(카페쓰어다), 맥주, 쌀국수(Pho)가 너무나 맛보고 싶다.
* 이번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으로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