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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VS중 무역대전쟁 - 세계 패권 쟁탈을 향한
주윈펑.어우이페이 지음, 차혜정 옮김 / 21세기북스 / 2020년 1월
평점 :
제목이 주는 무게감이 크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은 2018년 6월 16일(북미정상회담 4일 후) 시작되었다. 이후 3차에 걸쳐서 제재안이 발표되었다. 총 6,831개 항목이 해당되었고, 금액도 2,500억 달러에 이르렀다.
다행히 1년 반이 지난 2020년 1월 15일, 미국과 중국은 1차 무역 협의를 해서 일부 관세 제품을 철회했다. 2차 무역 협의 후에는 더 많은 제품들의 관세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 무역 전쟁 동안 양국에 미치는 피해뿐만 아니라 주변국에 미치는 손실도 무시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기 때문에 중국을 생산 기지로 사용하던 다국적 기업들이 생산지를 베트남, 멕시코, 또는 자국으로 옮기고 있다. 이는 중국의 고용 상황에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중국산 원재료를 수입해서 제조하는 업체들은 당연히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저자는 두 나라 뿐만 아니라 주변국, 특히 한국과 대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기술했다. 또한 과거 미국과 일본의 무역마찰 뿐만 아니라, ‘패권 전쟁의 역사’의 측면에서도 이를 다뤘다.
요새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는 말이 종종 회자된다. 고대 그리스 역사학자 투키디데스가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스파르타와 아테네의 전쟁 발발의 원인을 언급했는데, 후대의 학자들이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고 명명했다. 즉, 아테네의 부상에 따른 스파르타의 ‘공포’로 전쟁이 발발된 것이었고, 결국 두 나라는 이 전쟁으로 쇠락의 길을 걸었다.
전쟁은 2000년 전에 발발했지만, 강대국과 새로운 강대국의 대결은 역사에서 끊임없이 반복되었다. 포르투갈, 스페인,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 일본, 미국 등이 모두 이러한 역사를 겪었다. 한 때 해상왕국을 건설하던 포르투갈에 도전한 나라는 스페인이었다. 스페인의 뒤를 이어 부상한 나라는 네덜란드, 그 뒤를 이어서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의 순이었다. 여기에서 공통으로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전쟁’과 국가 주도 하의 산업정책과 보호 무역 주의였다.
“국가 역량의 발전 과정에 두 가지 핵심 요소가 있다고 본다. 첫 번째 요소는 산업정책이고, 두 번째 요소는 무력이다.” - p108
선진국들은 이렇게 강력한 국가 주도하의 정책 아래 자신의 사업을 보호하는 한편, 전쟁을 통해서 자신들의 권리를 확대했다. 그리고 국가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난 후에는 자유무역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이를 선진국들의 ‘사다리 걷어차기’라고 불린다. 한 마디로 진입장벽을 높이 세워서 후발 주자들의 도전을 막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그 동안 조용히 힘을 키우는데 만족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중국 사람들의 자부심을 올리는 계기가 되었지만, 반대로 그것은 미국을 자극하고, 공포심을 유발시켰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2050년에 ‘종합 국력과 국제적 영향력을 갖춘 글로벌 리더’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이미 중국은 자동차 제조(2009년), 제조업 생산(2011년), 무역액(2012년), 중산층 수(2015년), 억만장자 수(2016년),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2010년) 등에서 1위를 차지했다. 또한 미국은 중국의 일부 경제 정책에 대해서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 중국의 대규모 보조금이 그 중의 하나인데, 이러한 보조금이 정상적인 경쟁을 저해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외에도 중국 위협론은 계속 제기되었다. 2017년 12월, 백악관 국가안보 전략보고서에 따르면 그 동안 미국은 중국의 굴기를 지지했으나, 중국이 군사 현대화와 경제 확장은 점차 미국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자는 미국이 중국에 대해서 과대한 우려를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중국이 인구가 많아서 경제 규모가 큰 것은 맞지만, 그 내용은 아직 견조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중국은 인구가 많기 때문에 규모가 크다. 하지만 규모, 즉 ‘부피’가 크다고 ‘질량’이 크다는 법은 없다.” - p88
중국의 1인당 평균 국내총생산은 2017년 기준으로 16,760달러로 미국(6만 달러) 대비 아직 한참 못 미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소비자 브랜드가 부족해서, 100대 브랜드 중 중국 브랜드는 68위를 차지한 화웨이가 유일하다.
이는 중국의 제조업이 여전히 주문자생산(OEM) 방식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한국의 삼성은 6위를 차지했다. 또한 하이테크 산업은 여전히 선진국 업체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2017년 ‘글로벌 주요 상품과 서비스의 시장점유율 조사’에서 71개의 품목 중 미국이 24개 품목에서, 일본이 10개 품목에서 1위를 차지했고, 중국은 9개 품목이었다. 물론 중국도 언젠가는 하이테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이다. 그것이 좀 더 오래 걸릴 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그 시기가 도래하기 전에 미국이 중국을 가장 위협적인 국가로 낙인찍는 것은 너무 과장된 이야기다.” - p101
그런 측면에서 저자는 중국을 여전히 개발도상국으로 분류한다. 중국이 글로벌 무대에서 아직 미국과 견줄 정도로 유리한 위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반응이 스파르타가 아테네를 대처하는 방식과 같다고 지적한다. 당시 강력한 해군력을 자랑하면서 스파르타를 위협할 정도로 아테네는 실제로 강력했지만, 중국은 아직 그 정도 수준이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는 결국 정치적인 이슈로 공동의 ‘적’이 필요했고, 국민들의 통합을 이루는데 ‘두려움’만큼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대만 사람인 저자는 결국 대만이 평화의 사자 역할을 발휘해야 한다고 기대한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양국의 갈등을 중재할 정도의 지도자가 나오기를 희망하고 있다. 물론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패권주의 역사는 계속 반복되기 때문이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인류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한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서 저자의 세계 정치, 역사, 경제에 대한 통찰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작금의 미국과 중국 등 경제 및 정치 상황, 그리고 그것이 과거 패권주의와 유사하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도 대만의 상황도 그다지 다르지 않기 때문에 한반도 정세를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많은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