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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의 늑대 - '촉'과 '야성'으로 오늘을 점령한 파괴자들 ㅣ 늑대 시리즈 1
김영록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12월
평점 :
“표준이 사라져버린 시대, 변종만이 살아남는다!”
저자의 이 거침없는 표현이 결코 과장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지금 시대, 그리고 다가오는 시대의 속도는 엄청나게 빠르다. 빛의 속도처럼 변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사람들이 욕구와 선호도는 바뀌게 마련이다.
기업도 변해야 하고, 사람도 바뀌어야 한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서 나만의 방식을 찾아야 한다. 물론 자신의 ‘핵심 가치’는 갖고 있어야 한다. 정신없이 따라 가다 보면, 내가 왜 이 길을 가야 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의 비전과 미션을 세운 후, 세상의 흐름을 따라가면 된다.
저자는 이를 ‘변종’이라고 표현했다. 변종이라는 것이 안 좋은 인상을 주지만, 사실 생태계에서 살아남기 때문에 동물과 식물들은 스스로 진화한다. 인간도 마찬가지였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호모사피엔스까지 진화한 것도 결국 ‘변종’이었다.
이 중에서 저자가 강조한 것은 ‘늑대’다. 늑대는 집단생활을 하고, 단결력이 좋으며, 한 번 잡은 먹잇감은 좀처럼 놓치지 않는 집요함을 갖고 있다. 실패하더라도 잘 포기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생명력이 더욱 강한 ‘변종의 늑대’가 있다. 한 마디로 스타트 업을 변종의 늑대로 표현한 것이 재미있다. 이들 늑대들은 기업의 생태계를 바꾸고 있다.
“변종의 늑대들은 기업 생태계뿐만 아니라 우리 삶도 바꾸고 있다.” - p20
저자는 OECD 자료를 인용해서 한국 대기업은 전체 부가가치의 56%에 달하지만 고용 비중은 12.8%에 달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따라서 중소, 중견 기업의 성장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다.
이 점에 대해서는 나도 공감한다. 그 동안 대기업 위주의 성장 산업을 주도했다면, 이제는 스타트 업을 비롯한 중소, 중견기업이 더 성장해야 한다. 물론 대기업의 수출 기여도와 외화 수입을 생각했을 때, 대기업과 중소, 중견기업의 상생과 협력이 중요하다. 애플이라는 회사도 시가총액이 1,000조 원이 넘고, 애플 자체의 일자리 증가 효과가 크기 보다는 이 회사에 부품과 조립을 대행하는 수많은 협력 업체들의 일자리를 창출한다.
스타트 업의 가장 큰 장점인 ‘속도’도 대기업들이 점차 채용하고 있다. 수평적 문화 정착을 통해서 의사 결정이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변화하고 있다. 따라서 저자가 언급한 ‘변종의 늑대’가 스타트업 뿐만 아니라, 대기업을 포함한 대한민국의 모든 회사들에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저자도 이를 다음과 같이 풀어썼다.
“스타트업에 대한 이야기, 그들이 바꿔나가는 문화와 시스템은 곧 ‘그들만의 리그’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한국 경제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 p39
문제는 이러한 스타트업의 확산으로 기존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점이다. 파괴적 혁신이 미래의 발전을 위해서 도움은 되지만 기존의 시스템에 있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기 마련이다. 기술이라는 것은 ‘인류의 행복과 안녕’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소수의 사람들이 이러한 기술 개발로 부를 독점하면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 저자는 스위스를 주목했다. 스위스는 8년간이나 글로벌 혁신지수 1위를 차지했다. 매년 4만 개의 신생기업이 창업을 하고, 이중 82%가 스타트업이다. 이러한 배경은 국가의 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했기 때문이다. 즉, 스위스 정부는 꾸준한 직업 교육, 복지제도를 통해서 국민들의 안정적인 노후를 보장한다. 이러한 환경이 받쳐주기 때문에 마음껏 창업을 하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
“스위스의 이런 튼튼한 사회적 안전망이야말로 스타트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면서 동시에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사회문제를 예방하는 좋은 대안이다.” - p68
이러한 사례를 보면서, 우리나라도 실패를 해도 어느 정도 안전이 보장되는 시스템에 정착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적극적인 스타트업 지원과 더불어 필요한 부분이다.
저자가 언급한 바와 같이 지금 90년대 생은 ‘공시족’ 또는 스타트업을 대변하는 ‘판교족’을 추구하고 있다. 공시족은 안정된 삶을, 스타트업은 변화와 창조를 추구하는 삶이다. 사실 기성세대들이 공시족이 늘었다고 비판하나, 이는 저자가 말한 바와 같이 사회적인 안전망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길이다. 그렇다고 판교족이 옳다는 것도 아니다. 스타트업에 따르는 리스크도 있기 때문이다.
‘변종의 늑대’를 더 많이 양산하기 위해서는 저자가 강조한 대로 세 가지가 갖춰줘야 한다. 즉, ‘정부에 대한 높은 신뢰도, 높은 혁신성, 낮은 실업률’이 그것이다. 우리나라는 정부신뢰도가 22위, 혁신성 분야는 11위에 그친다. 청년 실업자는 30만 명(19.11월 통계청)으로 7%에 달한다. 이 중에는 공시족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살펴보면, 프랑스는 대학생 2명 중 1명이 창업할 정도로 창업 열기가 대단하다. 이는 프랑스 정부의 주도하에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자비에 니엘이라는 프랑스 10대 부호 중 한 명은 스타트업의 발전을 위해서 사재를 털어서 무려 4,500억 원을 투자했다.
특히 프랑스는 우리나라처럼 공무원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으나, 정부에서 공공부문을 축소하고, 창업부문에 대대적인 지원을 하면서, 공무원 취업의 인기가 떨어졌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공시생이 44만 명에 달하는 것을 감안했을 때, 우리도 충분히 고민할 만한 제도다.
이 외에 핀란드, 에스토니아, 실리콘 비치, 뉴욕 실리콘 앨리 등의 사례도 많은 도움이 된다. 공통적인 키워드는 정부의 개방성과 적극적인 유치였다. 정부의 열린 자세가 더욱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기성세대와 밀레니얼 세대가 같이 읽고,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정부에서도 더 많은 변종의 늑대가 나올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뿐만 아니라, 대기업, 학계, 지방 자치 단체 모두 마찬가지다. 늑대가 생태계를 안정화시키는 역할을 하듯이 이러한 ‘변종의 늑대’가 실업률을 낮추고 더 많은 직업들을 창출했으면 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한국 경제 전체가 ‘변종의 늑대’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다.
앞으로 미래에 대해서 더 고민하게 되었고, 새로운 사업에 대해서 더 고민을 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단 ‘변종의 늑대’가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에도 해당한다. 개인으로서 나는 어떻게 급변하는 세상에 적응하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나는 어떻게 새로운 생태계를 만드는데 참여할 수 있을까? 많은 질문을 갖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