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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중국은 없다 - 시진핑이 모르는 진짜 중국
안세영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9년 12월
평점 :
제목과 카피가 아주 거창하고, 도전적이다.
우리는 중국의 속국이 아니었다는 저자의 외침이 강렬하다.
저자 안세영 교수는 국제학에 대한 깊은 조예를 갖고 있다. 이 분야를 오랫동안 공부하고, 한중포럼 등 다양한 연구포럼에서 활동하는 중국 전문가이기도 하다.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계신데, 각종 정치, 경제 이슈에 대한 설명이 명쾌하다.
책도 마찬가지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역사를 다시 보게 되었다.
역시 역사는 한쪽만 보면 안 되고, 양쪽을 봐야 한다. 그리고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분석해야 한다. 잘한 부분은 잘했다고 해야 하고, 못한 부분은 철저히 복기해야 한다.
“적어도 고려 시대까지 우리 조상은 외교도 잘하고 협상도 잘했다.” - p34
저자가 이렇게 말하는 배경에는 그 유명한 서희 장군이 있다.
그는 993년 거란의 소손녕 장군이 80만 대군을 이끌고 침입했을 때, 그들의 속셈을 꿰뚫어 보고, 담판을 지었다. 그는 거란이 원하는 대로 송나라와의 관계를 끊는다고 했다. 그리고, 내부에 강경파를 설득하기 위해서, 압록강 이남의 강동 6주를 받아냈다. 저자의 말대로 공격을 당하는 입장에서, 세치 혀로 적을 물러가게 하고, 땅까지 얻어낸 적은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병자호란도 결국 시대의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명분론에 빠져서, 패배한 전투였다.
물론 명나라와의 의리도 중요했겠지만, 이미 청은 뜨고, 명은 지는 상황에서 사태를 살펴보면서 적당히 타협을 했어야 한다. 서희 장군이 그랬던 것처럼 청나라와 명나라 사이에서 적절한 줄다리기를 했으면 어떨까 싶다.
물론 과거에 이미 일어난 일들에 대해서 쉽게 훈수를 두는 것이지만 그래도 안타까운 마음은 여전히 있다. 그래도 위안이라고 한다면 저자가 말한 것처럼 병자호란 후에 왕과 왕자들을 무사히 집으로 보내 준 것도 그나마 그들이 형제의 예를 다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삼전도의 굴욕을 겪기는 했지만)
저자는 동북아 ‘마의 삼국구도’를 통해서 역사적 교훈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첫째, 고려, 조선은 한반도에서 제2 전선을 형성해 북방 민족의 위협을 받는 한족 왕조를 도운 군사 동맹이었다. 비한족 왕조와는 고구려 때부터 내려온 ‘혈연적, 역사적 관계’였다. 둘째, 서희와 같은 ‘실용외교’를 배워야 하고, 지배계층의 잘못된 ‘명분론’으로 많은 백성들이 고초를 겪었다. 셋째, ‘침략자의 탓’으로 원인을 돌리기 보다는 안보를 등하시한 통치자의 문제를 살펴야 한다.
작가가 말한 바와 같이 원인은 모두 ‘나’에게 있다. 그 원인을 확실히 파악하고, 복기해야 한다. 그래야 같은 재앙이 발생하지 않는다.
7개의 몽골 집단도 인상적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현재의 몽골 우르스, 거란족인 키타이, 여진, 위구르, 지금 터키에 살고 있는 투르크(그리고 ~스탄 국가들의 민족), 일본인이 그것이다. 이렇게 광범위하게 민족을 뿌리내린 나라도 흔치 않다. 심지어 아메리칸 인디언도도 몽골리안이다. (터키 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을 형제 국가로 부르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몽골족이 세계를 정복한 기간은 100여 년에 불과하지만, 이들은 실크로드를 개척했다. 세금을 낮춰서 교역을 활발하게 만들었다. 이들 몽골족을 이끌었던 사람들이 페르시아와 위구르 상인들이었는데, 무슬림 상인들이 징수, 교역, 행정의 일부까지 대행했다고 한다.
비록 몽골족이 행한 약탈과 살해는 정당화할 수는 없지만, 이들이 정복을 한 후에는 나라와 나라를 잇는 역할을 한 점도 무시 못 한다. 저자를 이를 ‘팍스 로마’에 빗대어서 ‘팍스 몽골리안’이라고 불렀다. 정말 맞는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의 패권주의에 대해서도 경고를 한다.
중국이 앞으로 2050년까지 세계 경제, 군사 대국 1위가 되었을 때, 한반도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야 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미 동맹 강화, 국가 안보, 한미일 연합 등을 지속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동북아의 평화와 안녕을 바라고 싶은데,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위치상 그럴 수 없다는 점도 안타까운 마음이다. 이럴수록 앞서 언급한 고려시대 서희와 같이 실용적이면서도 담대한 외교, 자주국방, 다른 국가들과의 외교적, 경제적 연대가 더욱 필요하다.
이 책에서 저자는 중국의 역사와 위협에 대해서도 설명하지만,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에 대한 올바른 역사 인식과 대응 방안이다.
“세계 10위권의 ‘미들 파워’로서 건재하는 북방 몽골리안의 나라는 딱 하나, 한반도의 대한민국뿐이다. 우리 역사와 민족, 국가에 대해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 - p71
우리나라는 그동안 수많은 국가들의 침입을 받았지만, 우리의 언어와 문화를 지키고 있고, 소프트파워를 자랑하고 있다. 비록 힘든 경제적, 사회적 환경으로 많은 이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만, 인재의 수준은 놀랍도록 뛰어나고, 사람들의 근성도 대단하다. 이렇게 포기할 줄 모르는 민족도 흔하지 않다.
또한 과거 자유 민주주의를 위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을 당했고, 지금도 노력 중이다. 이웃 나라들을 보면서, 더더욱 대단한 나라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중국의 역사와 현재 정책 등도 이해할 수 있었지만, 무엇보다 우리 민족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다. 동양과 서양 역사를 넘나드는 저자의 통찰력이 놀랍다. 우리는 좀 더 자긍심을 가져도 되는 민족이다. 그것을 저자는 끊임없이 이야기했고, 나도 공감이 갔다. 아이들에게도 언젠가 읽히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