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월의 에티오피아
김대원 지음 / 꽃씨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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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궁금했다. 왜 13월일까? 


에티오피아 정교는 예수 탄생일을 기원후 A.D. 7년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그레고리력보다 7년 8개월이 늦다고 한다. 또한 에티오피아 달력은 12개월이 각각 30일씩에 남은 5일이나 6일을 모아서 13번째 달이 하나 더 있는, 즉 13개로 나눈 게즈력을 따른다고 한다. 또한 새해의 시작이 1월 1일이 아닌 9월 11일이다. 


따라서 에티오피아 사람들이 말하는 날짜가 어떤 달력에 기반 하는지 확인을 해야 한다. 안 그러면, 서로 간에 오해가 발생할 수 있다. 그래도 자신만의 문화와 역사를 소중히 하는 사람들의 자긍심이 느껴진다. 


책의 표지도 너무 예쁘다. 왜 노란색일까? 

표지에는 어떤 봉사 단원이 왼손에는 꽃을, 오른손으로 나비를 만지려고 한다. 왠지 이 그림만 쳐다보고 있어도 마음이 편해진다. 


사실 에티오피아 나라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6.25때 우리 나라에 군대를 파견해준 고마운 나라이고, 이 후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헐벗고 굶주린 아이들이 많다는 것 정도다. 


“못 사는 나라” 


그것이 이미 나의 뇌리에 깊숙이 박혔다. 

우리가 6.25 전쟁 때, 정말 힘들고 가난할 때, 지구의 반 바퀴를 돌아서 목숨을 걸고 싸우고, 또한 굶주린 아이들을 보살펴 주던 사람들. 그들에 대한 고마움을 잊은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편리한 세상을 살면서, 그 어느 때보다 경제적 풍요를 누리면서 ‘헬조선’을 부르짖고 있다. 물론 많은 청년들의 실업 문제, 교육 문제, 정치 문제 등 부조리한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 화가 날 때도 있고, 분노한 사람들은 시청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그런데, 에티오피아를 알면 알수록, 우리가 잊고 있던 고마운 점이 다시 살아났다.


저자는 이를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아프리카에서 당연한 것은 없었다. 씻을 물은 물론 마실 물조차 찾기 어려워서 잦은 갈증에 허덕였고, 보름 넘게 샤워를 못 하고 머리도 감지 못해 쉰내가 났다.” - p10


의식주의 기본이 안 되어있고, 음식은 더욱 더 부족했다. 오죽하면 저자는 누군가 통조림 하나를 몰래 먹을 것을 발견하고 살인 충동을 느꼈다고 한다. 저자는 누구보다 신앙심이 깊고, 사역을 하기 위해서 아프리카에 갔으면서도 말이다.


이렇게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저자는 에티오피아라는 나라의 매력에 빠졌다. 1년 12개월 중 1개월은 아프리카에서 지내고 싶은 ‘시간의 십일조’라는 소망이 생겼을 정도다. 정말로 존경할 수밖에 없는 삶의 자세다.


저자는 사역이 힘들고 고되었지만, 아프리카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탄했다. 


“나는 달빛과 별빛만으로도 세상이 그렇게 환해질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손을 뻗으면 그대로 잡힐 것 같이 촘촘하게 수놓인 별빛의 향연에 빠져 들었고, 감격했다.” - p11


어쩌면 우리는 화려한 네오사인에 취해서, 정작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빛을 잊고 지내는지도 모른다. 우리 인간은 자연의 한 부분이다. 자연에서 잉태된 생물인데 자연을 잊고 지낸다. 어쩌면 우리의 불행은 이러한 기본적인 것을 잊고, 느끼지 못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앞서 언급한 6.25 전쟁 때 파견된 에티오피아의 부대는 ‘강뉴부대’라고 하고, 한국 부대 이름은 ‘초전박살’이었다. 그 이름에 걸맞게 253번의 전투에서 253번 승리했다. 더운 나라에서 건너온 젊은이들이 낯선 환경, 특히 추위와 싸우면서 자신들의 명예, 그리고 남을 돕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버텼다고 생각하니 정말로 가슴이 뜨거워지는 감동을 느낄 수밖에 없다.


저자는 코이카에서 개발도상국의 농촌개발을 위해 봉사자를 파견하는 프로그램에 지원을 해서 다녀왔다. 보통 기수당 파견 기간은 1년 2개월이다. 이들 단원들은 주민, 공무원과 소통하면서 마을의 소득 증대, 인프라 구축, 의식 개혁 등을 돕는다. 마치 예전에 우리나라에서 시행한 새마을 운동을 알리는 것과 같다. 실제로 이들은 새마을 운동의 정신과 긍정적인 부분을 알리고, 에티오피아 사람들도 새마을 운동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에티오피아가 이렇게 치열하게 살고 있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이들은 자신만의 문화와 전통을 잘 지키고, 보존하고 있다. 특히 커피 문화가 인상적이다. 


에티오피아 커피는 아주 유명하다.

나도 커피를 좋아하기 때문에 커피를 만드는 사진을 보니, 그 향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그리고 커피를 ‘분나’라고 부르는데, 마치 다도처럼 커피로 손님을 대접하는 의식을 분나 세리머니라고 한다. 


“커피를 대접받는 사람은 아월이라고 부르는 첫 잔을 받을 때는 커피를 만들어 준 여인을 향해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 타워나라고 부르는 두 번째 잔을 받을 때는 여인에게 행운을 빌어 주면, 바라카라고 부르는 세 번째 잔을 받을 때는 그녀의 앞날을, 특별히 가정을 위해 축복해 준다.” - p65


이렇게 커피를 마시는 행위를 하나의 의식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은 진지하고, 낭만이 있다. 

이러한 분나 세리모니는 최소한 3시간 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그리고 커피를 마시면서 많은 대화를 나눈다고 한다. 


하나의 의식 속에 따뜻한 대화를 주고받는 것도 좋은 문화라고 생각한다. 


저자를 비롯한 코이카에서 파견한 대원들은 마을의 발전을 위해서 계획서를 작성하고, 다양한 활동을 통해서 주민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우리 주변에도 어려운 분들이 많아서 그 분들을 도와주는 것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70여 년 전, 이름 모를 나라에서 목숨을 걸고 싸운 에티오피아의 젊은이들, 그리고 이들의 후손도 잊으면 안 될 것 같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받은 도움을 이제는 돌려주고, 우리가 갖고 있는 노하우를 전수해 줌으로서 세계의 다른 많은 나라들을 도와줄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나도 말로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 주기 위해서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고민하게 만든 책이다. 나중에 아이들에게도 읽히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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