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샌디에이고 - 한국과 미국을 바라보는 이방인의 시선
복일경 지음 / 바이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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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이고는 예전에 한 번 정도 가본 기억이 있다. 

멕시코 국경과 그다지 멀지 않고(20km),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선선한 지중해성 기후를 자랑한다. 한마디로 휴양지인데, 이 책은 샌디에이고에 대한 관광안내서가 아니고, 그 곳의 삶을 다룬다. 넓게는 미국에서의 생활과 경험도 포함한다. 


저자 복일경은 2004년 유학생 남편과 결혼해 미국 땅을 밟았고, 두 딸을 낳고 기르면서 낯선 미국에서 고군분투한 삶을 살았다. 10여 년간 샌디에이고의 삶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서 이 글을 썼다고 한다. 저자는 2018년 ‘올해의 독서왕 선발대회’에서 최우수로 선정될 정도로 글쓰기에 뛰어나고, 그녀가 쓴 글은 브런치에서 21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나도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글에서 따스함과 재치와 해학을 느꼈다. 


책 표지는 샌디에이고의 햇빛을 상징하는 듯 노란색이고, 이국적인 풍경이 인상적이다. 책을 바라만 봐도 샌디에이고가 느껴질 정도로 디자인이 잘 되었다. 저자도 샌디에이고의 풍경과 멋진 날씨를 이렇게 찬양했다. 


“매일 아침 남편과 나는 창밖의 푸른 하늘을 내다보며 ‘오늘도 뷰티풀 샌디에이고!’를 외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그리고 저녁이 되면 서늘한 바닷바람 속에서 맥주캔을 부딪히는 것으로 하루를 마치곤 했다.” 


이 책은 총 7개의 Chapter로 구성되어 있다. 


‘헬로우, 샌디에이고’, ‘한국에서의 삶 vs 미국에서의 삶’, ‘엄마들의 낙원, 아이들의 천국’, ‘즐거운 인생, 신나는 교실’, ‘굿바이, 샌디에이고’, ‘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살아남는 법’, ‘우리는 모두 이웃사촌’ 


그녀가 처음 샌디에이고에 왔을 때 어려운 점은 바로 ‘집’이었다. 

샌디에이고의 집세는 뉴욕과 맞먹을 정도로 비싸다고 한다. 더군다나 렌트비가 낮은 지역은 치안의 우려가 있다. 결국 상대적으로 안전한 지역을 선택하기 위해서 비싼 렌트비를 지불해야 했다.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고, 다른 데서 돈을 아꼈다. 다행히 미국에서 시급은 높고, 팁이 넉넉했다. 나중에 매니저가 되면서 경제적으로 좀 더 여유가 생겼다. 물론 초기에는 ‘보이지 않는 벽’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것은 낯선 환경에서 느낄 수밖에 없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저자는 그 벽이 결국 자신의 마음에서 생겨났다고 생각하고, 그 벽을 허물고, 마음의 문을 열자 편안함을 느꼈다고 말한다.


“새로운 환경과 사람들에게 떠밀린 나는 어쩔 수 없이 벽을 허물어야 했던 것이다. 낯선 사람들에게 길을 묻고, 멀게만 느껴졌던 동네 사람들과 친해지면서 두텁던 나의 벽은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벽이 없는 세상은 너무나 따뜻하고 편안했다.” - p21


미국에서 문화는 한국과 많이 다르다. 

대표적인 경우가 DMV라는 미국의 차량국인데, 이곳에 직원들의 업무처리 속도는 악명을 떨친다고 한다. 오죽하면 영화 〈주토피아〉에서 이들을 나무늘보로 희화했겠는가? 

하지만 저자는 미국에서의 삶에 익숙해지려면 자신의 속도도 그만큼 맞춰야 된다고 조언한다.


“미국에 가려거든 제발 조급함을 땅에 파묻고 가야 한다는 것, 그리고 하나둘씩 생겨날 모속 사라들을 어느 정도 예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 p50


그녀가 미국에서 느낀 양육 방식도 아주 인상적이었다. 

저자가 알게 된 낸시라는 엄마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미국 엄마들이 아이들을 자연에 맡기고, 스스로 자라게 내버려뒀다. 그러면서 저자도 점차 딸들을 그냥 놔두게 되고, ‘시간이라는 씨줄’과 ‘자연이라는 날줄’에 맡기게 되었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나 아이들을 과잉보호하면서 키우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물론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그렇지만, 그렇게 에너지를 쏟다 보니, 오히려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같이 즐길 여유가 없어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면서 저자는 느긋한 삶이 주는 여유를 알게 된다. 


미국의 학교에서는 너무나 많은 ‘Day’들을 기념해서 귀찮을 수도 있지만, 그 순간들을 즐기는 것이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사실 우리의 삶을 보면, 매일매일 각박하게 살면서 기념일이라는 것을 제대로 챙기지 않는다. 시간적인 여유가 생기면 무조건 어딘가로 떠나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부담을 준다. 


쉽게 말하면, ‘소확행’을 누리지 않고 살고 있다. 항상 무언가에 쫓기면서. 


“작은 기념일이야말로 일상의 커다란 활력소가 된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당신의 삶은 투명한 구슬을 모아놓은 병처럼 반짝이게 될 것이다.” - p95


또한 자녀 교육 관련해서 저자의 충고도 새겨볼 만하다.

 

미국의 아이비리그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학원맘’이 아니라 ‘사커맘’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즉, 미국에서는 ‘체력’과 ‘소통’이 중요한 열쇠이기 때문에 이를 위해서는 협동심을 키울 수 있고, 체력도 다질 수 있는 운동을 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다행히 우리 애들은 아직까지 축구 클럽에 다니고 있기는 하다. 물론 중학생이 되면 그럴 여유도 없어지겠지만. 


저자는 할아버지가 예언한 ‘역마살’로 인해서 오랫동안 외국 생활을 했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토록 지겨웠던 역마살이 결국 그녀와 가족을 강하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장소가 아니라 마음이라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중요한 것은 장소가 아닌 우리들의 마음이라는 것을 깨달은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편안한 마음으로 추억을 보듬고 있다.” - p16 


이 책은 미국에서 저자가 겪은 삶을 간접 체험하면서 많은 노하우를 배울 수 있고, 그녀의 삶에 대한 철학과 교훈을 같이 느낄 수 있다. 마치 샌디에이고를 살다 온 기분이다. 미국에서의 삶을 찬양하는 것도 아니고, 저자의 말대로 ‘이방인’의 시선으로 담담하게 바라보면서 쓴 글이다. 미국 생활에 관심 있거나 어딘가로 떠가도 싶은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자녀 교육을 위해서 참고가 될 만한 내용도 많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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