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쿠 문화사 1989~2018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헤이세이 오타쿠 연구회 지음, 이석호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9년 10월
평점 :
품절


AK Trivia에서 출간한 책들은 잡동사니 정보나 잡학지식을 다룬다. 이번에는 오타쿠로 불리는 이들을 중심으로 생산/소비되는 컬처를 다룬다. 


예전부터 오타쿠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오래 전에 다큐멘터리에서 기차 오타쿠에 대한 방송을 본 기억도 있다. 내 주변에도 반도체 장비 오타쿠가 있다. 이전에 오타쿠는 사회성이 없고 한 분야에만 지나치게 빠져있는 부정적인 인식이 있었다면 이제는 변했다. 오타쿠도 전문가로서 대접을 받는다. 


이 책은 1989년 ~ 2018년까지 오타쿠 문화를 다룬다. 

무려 30년간의 역사를 다루는데 각 연도마다 테마가 있다. 예를 들어서 슈퍼패미컴, 스트리트 파이터, 세일러문, 신세기 에반게리온, 건담, 나루토, AKB48 등 오타쿠 문화에 영향을 미친 이벤트가 있었다. 


초기에는 오타쿠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었다. 

미야자키 츠토무라는 인물 때문인데, 1989년 연쇄여아유괴 살인사건으로 사회의 지탄을 받았다. 그의 로리콘 성향으로 오타쿠가 위험인물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또한 오타쿠는 패션에 관심이 없고, 상대를 ‘오타쿠’(댁, 당신)라고 부르는 독특한 입버릇으로 기이한 사람으로 간주되었다. 


하지만 오타쿠 문화가 점차 확산되면서 연예들이나 유명인들도 본인이 오타쿠라고 커밍아웃하기 시작했고, 스마트폰의 보급이 늘어나면서 오타쿠에 대한 저항감이 점차 사라지게 되었다. 따라서 어른들도 자연스럽게 만화를 읽게 되었고, 애니메이션의 관객층도 더 넓어지게 되었다. 


오타쿠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게임, 연예인, 영화, 드라마, 만화 등을 보면서 본격적으로 그 분야에 빠져드는데, 만화에서는 1995년에 방영된 ‘신세계 에반게리온’의 영향이 컸다. 이 만화는 기존에 아이들용 만화와 달라서 어른들도 빠져들게 만들었다. 특히 일반적인 스토리 전개와 다르게 그 끝도 충격적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1995년에 발생한 옴진리교의 지하철 사린 사건을 계기로 오타쿠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 편견이 다시 생겨났다. 


오타쿠의 문화는 95년 윈도우 발매와 인터넷의 보급 확대로 더 확산되었고, 지난 30년을 초, 중, 말기로 나눈다면 2000년 ~ 2010년 중기를 전성시대라고 한다. 이 책에서 문화 평로가인 생큐 타츠오와 요시다 히사노리는 오타쿠의 문화가 초기에는 일종의 레지스탕스 문화라고 하면 중기가 전성시대, 말기는 대중적인 문화에 흡수되었다고 한다. 


게임분야에서는 닌텐도의 슈퍼마리오, 포켓몬이 큰 역할을 했다. 여전히 이 시리즈는 계속되고 있다. 이렇게 만화, 게임문화가 발전하면서 동경의 아키하바라 전자상가는 오타쿠들의 성지가 되었다. 나도 여러 번 가봤지만 혼자서 쇼핑을 하거나 구경을 온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이들은 만화, 게임, 프라모델 등 다양한 아이템을 확인하고 구매한다. 그 유명한 AKB48 아이돌 그룹도 아키하바라에서 공연을 시작했고, 지금도 매일 공연을 한다. 


코스프레도 오타쿠들이 구축한 문화다. 이들이 참여하는 코믹마켓은 80년대부터 시작했는데 이 곳에서 본인들이 원하는 영화, 게임, 만화 등과 관련된 굿즈를 구매했다. 이 때 코스프레르 무대가 화려하게 펼쳐진다. 


결국 오타쿠는 큰 소비시장을 형성했다. 그리고 이들은 이전의 유아적인 성향에서 벗어나서 좀 더 어른스럽게 되었다. 오타쿠의 의미도 더 넓어졌다. 


“오타쿠는 확실히 장사가 됩니다. 음악을 팔든, 패키지를 팔든, 확실하게 분모가 확정되어 있죠. 다른 것에는 없는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수입의 메인이 되어주는 것은 이상한 현상이죠.” - p14 생큐 타츠오 


오히려 최근에는 ‘포식의 시대’라고 불린다. 

콘텐츠가 너무 많기 때문에 한 곳에 집중하기가 힘들게 되었다. 또한 뛰어난 기획력으로 인해서 이제는 기존의 틀을 뛰어넘는 콘텐츠가 잘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이전의 오타쿠들에게는 예전만큼의 흥미가 사라진 것이다. 모든 것이 오타쿠를 포함하여 기획되기 때문이다. 


“이유를 알 수 있는 것들만 나오게 되었죠. 가능하면 진짜로 뭔지 알 수 없는 일이 벌어졌으면 싶은데 말이죠” - 요시다 히사노리 


이전의 오타쿠들은 그 시절을 그리워한다. 

그 때는 마치 자신들이 라스트 사무라이이고, 하나의 문화를 형성해서 다른 사람은 쉽게 따라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정보양의 넘쳐나고 누구나 쉽게 전문가가 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압도적의 정보의 양으로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도 쉽지 않다. 


어쩌면 오타쿠 문화는 많이 희석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오타쿠의 대중적인 확대는 기업들에게 있어서 좋은 기회가 되었다. 특히 SNS가 일상화된 상황에서 이들이 소비 시장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이 책을 통해서 일본의 지난 30년간 오타쿠 문화를 살펴보고, 앞으로 이 문화가 어떻게 발전할지 궁금한 마음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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