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판
글로리아 오리기 지음, 박정민 옮김 / 박영스토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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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나의 실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평판’임을 알게 된다. 보통 어떤 새로운 일을 진행하기 위한 적임자를 찾거나 또는 조직 개편을 하거나 평가 시즌이 되면 우리는 보통 주변에 물어본다. 


“그 사람 어때요?”


이 때, 주변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면 나에게 여러모로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고, 반대가 된다면 아무래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을 처음 봤을 때, 우리가 평소에 간과하고 있는 중요한 주제를 다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파리에 살고 있는 철학자이면서 현재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주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는 ‘신뢰’와 ‘인터넷에 쓰는 글의 미래’이다. 


평판은 정말 광범위하게 쓰인다. 

회사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가 음식점을 선택하거나 또는 아이들을 위해서 학원, 학교, 병원 등을 선택할 때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스스로에 대한 타인의 의견에 대해 매우 신경을 많이 쓰며, 주위 사람들이 우리를 보는 시각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아무런 효과도 없는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기도 한다. 다른 한편에서 우리는 의시, 신문, 웹사이트, 아이디어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 평판에 의존한다.” - p7


그렇다면, 평판이 과연 이성적인 행동 동기인지, 정당한 방법인지에 대해서 저자는 의문을 제기한다. 이에 대해서 10개의 장을 통해서 평판에 대해서 분석을 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한다. 어떤 해답이 있다기보다는 여러 가지 관점에서 접근한 책이라고 봐야 될 것 같다. 


저자가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는 2개의 자아로 이루어져 있다. 

하나는 우리의 주관성으로서 고유 감각의 경험, 몸에서 기억하는 감각들로 이루어져 있다. 또 한 가지는 우리의 ‘평판’이다. 이 평판은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나의 이미지’다. 이러한 두 번째 자아는 하나의 이미지에 의해 생기기 않고, 다른 사람의 시각을 통해서 왜곡되고, 과장되며, 편집되고, 부풀려지는 경향이 있다. 


“이 두 번째 자아는 사실 우리 자신에게 속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 안에 살고 있는 우리의 일부이다.” - p6


비록 이 두 번째 자아는 ‘진짜 나’가 아닐 수 있지만, 우리는 감정적인 영향을 받고, 우리의 신체, 정신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서 누군가가 우리의 ‘명예’를 해치는 일이 발생하면 우리는 정신적으로 상처를 받는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 다르다. 평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도 있다. 


심리하지 리처드 니스벳의 실험에 의하면, 미국의 북쪽 지역에 성장한 학생들 보다 남쪽 지역에서 온 학생들이 자신의 평판, 즉 ‘명예’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한다. 또한 미국에서 발생하는 살인사건들 중 1/3 이상은 언어적, 고의적 모욕 등 사소한 이유에 의해서 발생했다. 


결국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자존심, 명예를 중요시한다. 나도 자신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니, 정말로 사람들의 평판을 신경 쓰고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물론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그 정도가 심하다면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자기 자신의 평판에 대해 강박적으로 걱정하는 유일한 존재인 것 같다” - p9


어느 정도 평판 관리는 필요하다. 저자를 이를 군비 확장 경쟁이라고도 표현한다. 요새 나 자신의 ‘브랜드화’가 중요한 화두인데, 이것도 결국은 자신의 평판 관리를 통해서 가치를 극대화하는 행위이다. 이러한 평판 게임은 끝이 없기 때문에 더 매력적이라고 한다. 얼마든지 나 자신을 포장할 수 있다는 말도 된다. 


또한 많은 기업들은 브랜드의 가치 제고를 위해서 많은 돈을 투자한다. 크리스천 디오르와 네슬레와 같은 기업들은 모니카 벨루치와 조지 클루니와 같은 유명 인사들의 ‘얼굴’을 사용하기 위해 수백만 달러를 쓴다. 이러한 유명 인사들은 롤 모델이 되어서 사람들이 따라하게 만들고, 심지어 요새는 SNS에서 활약하는 일반인들도 자신의 평판을 좋게 유지해서, 이를 매출로 연결시키고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그 정도가 심하면 문제가 된다. 

남들에게 보였으면 하고 바라는 모습, 그리고 실제 보이는 모습 사이의 차이가 심해질수록 더 고통스러워지기 때문이다. 


결국 평판이라는 것이 나의 수단인지, 아니면 최종 목표인지 확실히 해야 한다.

나는 평판은 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지, 목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평판이 목표가 되면, 이를 추구하기 위해서 우리는 더 극단적이고,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상대방의 평가에 따라서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는 삶을 살게 된다.


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평판을 활용한다면 여러모로 유리할 것이다. 저자도 이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동의한다. 


“평판을 얻고, 유지하거나 포장하고자 하는 니즈가 항상 비이성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자신의 사회적 이미지를 신중하게 관리하는 데에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게 되면, 거의 항상 긍정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다.” - p38


이와 같이 평판은 이 사회에서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았다. 

어쩌면 우리는 평생을 나의 평판을 올리기 위해서 살고 있는 것과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의 저자는 평판에 대해서 다양한 사례, 그리고 철학적인 접근을 통해서 분석했다. 내용이 쉽지는 않다. 시간을 들여서 차근차근 읽고, 사색하는 과정이 필요한 책이다. 프랑스 작가의 책은 오랜 만에 읽는데, 조금 더 호흡이 길고, 깊이가 있다. 이 또한 프랑스 작가에 대한 평판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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