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역사학자 유 엠 부틴의 고조선 연구 - 고조선, 역사.고고학적 개요
유리 미하일로비치 부틴 지음, 이병두 옮김, 유정희 해제 / 아이네아스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러시아 역사학자가 연구한 고조선의 역사라는 점에서 이 책은 흥미를 유발한다.

우리도 단군 할아버지 외에는 잘 모르는 역사를 어떻게 풀어냈을 지도 궁금했다. 


저자 유리 미하일로비치 부틴은 러시아의 역사학자, 고고학자, 경제학자이다. 그는 1931년 치타주 자바이칼군의 집단농장에서 출생했고, 2002년 11월 이르쿠츠크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어린 시절 스탈린의 강제이주정책으로 인해 중장아시아로 이주했고 그 곳에서 한국계 사람들을 많이 만나 한국 문화와 한국어에 익숙해졌다. 


이 후 그는 카자츠흐탄 위구르 연구소와 이르쿠츠크 민중경제 연구소에서 교수로 근무하면서 고조선과 한국 고대사에 대한 작업을 시작했고 1982년에 이 책을 발행했다. 그런데 이 책은 출간된 후 얼마 안 되서 절판이 되었고, 그의 이름은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게 되었다. 


책은 영토와 인종 구성, 문헌 자료에 나타난 고조선, 남만주와 한국 북부의 철기 시대, 사회 경제 구성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실 고조선에 대한 연구는 북한 사학자들에 의해서 먼저 일어났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이러한 역사 연구 결과 1969년에 평양에서 고조선에 관한 고고학 자료집이 최초로 간행되었다. 


“조선”이라고 불리던 이 나라는 러시아어로 보통 ‘아침의 신선함’ 또는 ‘신선한 아침의 나라’로 번역이 된다고 한다. 조선이라는 명칭의 한국의 명칭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며 이 나라에 살던 고대 종족 혹은 종족 연합이라고도 한다. 그리고 이 나라의 명칭은 기원전 2333년 시조인 단군이 통치할 때 나타났다고 신화에서는 전한다. 하지만 역사학에서는 기원전 7세기에서 기원전 2세기까지의 조선을 ‘고조선’이라고 부른다. 


고조선의 위치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다. 그 중에서 유력한 이론은 기원전 4세기부터 요동과 한반도 북부 지역에 청천강을 경계로 두 개의 국가, 즉 고조선과 마한이 존재했다는 견해가 최근까지 지속된다. 또한 마한도 고조선의 일부였다는 주장도 있다. 전자는 기원전 108년에 한나라에 멸망당했고, 후자는 4세기 초 고구려인에게 정복되었다. 


저자에 따르면 기원전 3세까지 고조선의 세력은 요서지역까지 뻗어나갔으나, 3세기 이후는 요동 지방이 중심이 되었다고 한다. 또한 레지 신부에 따르면 중국의 세력이 약했을 때, 이들은 산동반도와 장강 유역까지 공세를 이어가서 이 지역에 남긴 후손들이 춘추전국 시대까지 존속했다.


또한 고조선의 수도인 왕검성에 대한 위치는 의견이 분분한데, 이를 밝히는 것은 최종적으로 후대의 고고학자들의 몫이라고 저자는 얘기한다.


고조선의 역사는 크게 세 시기로 구분되는데 우리에게 익숙한 단군조선, 그리고 기자조선, 위만조선이 그것이다. 단군 조선은 기원전 2333년 ~ 1122년인데, 이 시기의 역사적 사건은 불명확한 회고에 의지한다는 단점이 있다.  이 때는 주로 청동기 시대였고, 기자조선 시대는 기원전 12~2세기로 청동기시대와 철기 시대로 나누어진다. 이 후 마지막 조선 왕조인 위만 조선은 짧은 기간 동안 번영하고 멸망했다. 


물론 한나라에서 기자를 보내 조선의 왕으로 보내 설립된 기자조선에 대해서는 한대에 이르러 조작된 것이라는 의견도 역사학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이를 통해서 중국인들이 조선 영토에 대한 권리 주장을 합법적인 것처럼 가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위만조선은 가장 짧은 기간 존속했는데, 연의 망명자 위만이 기원전 195년에 천여 명의 무리와 함께 조선의 준왕을 섬기기 위해 이주해 왔다. 위만은 결국 반란을 일으켜서 위만조선의 시조가 되었다. 기원전 109년에 한 무제가 대군을 보냈는데, 전쟁은 약 1년 동안 계획되었고, 한나라 군대가 여러 차례 패배했다. 위만의 손자, 우거는 이들의 침략을 잘 막았으나, 결국 내부에 배신으로 패배했다. 이 왕조는 86년간 계속 되었다. 


위만이 중국인이라는 이론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한다. 위만은 조선인 복장과 한국식 두발 형을 하고 조선에 왔다고 역사학자 리지린은 말한다. 그리고 준왕은 그에게 ‘박사’라는 작위를 주었고, 또한 위만이 반란을 일으켰을 때 아주 빨리 왕권을 장악했다고 한다.  


고조선의 인종은 알타이 계의 종족인 예와 맥이 조선 주민의 토대를 이루었으며 예는 조선의 동쪽 지역에, 맥은 그 서쪽 지역에 거주했다고 한다. 물론 이 당시 이 지역에는 워낙 다양한 인종들이 있었기 때문에 종족들 간의 융합과 새로운 공동체인 예맥족이 형성되었다고 본다. 거기에 추가로 중국의 이주민도 포함되어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한국어의 70%는 중국어를 어원으로 하고 있고, 30% 정도가 알타이어 및 고아시아 어의 어휘를 내포하고 있다. 


이 러시아 학자의 고조선에 대한 연구는 깊고 심오하다. 수많은 문헌들을 확인하고, 자신만의 가설을 세웠다. 과거의 역사를 아는 것이 뭐가 그렇게 중요하냐고 질문할 수 있지만, 그 나라와 민족의 뿌리를 이해하면, 현재와 미래를 돌아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 책의 내용이 쉽지는 않다. 많은 문헌을 인용하다보니, 한 번에 읽기보다는 반복해서 읽으면서 그 의미를 곱씹어 봐야 한다. 그래도 ‘고조선’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는 이 책이 필독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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