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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탄 - 실리콘밸리 거물들은 왜 우주에서 미래를 찾는가
크리스천 데이븐포트 지음, 한정훈 옮김 / 리더스북 / 2019년 7월
평점 :
“실리콘 밸리의 관심사는 더 이상 4차 산업혁명이 아니다”라는 타이틀 걸고 나온 이 책. 일론 머스크, 제프 베조스, 리처드 브랜슨, 폴 앨런의 우주를 향한 대담한 도전과 경쟁을 이 책에서는 묘사한다.
저자 크리스천 데이븐포트는《워싱턴 포스트》의 기자 겸 작가다. 금융 분야에서 우주 및 방위 산업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룬다. ‘방송계의 퓰리처상’인 피다비상을 수상했고, 세 번이나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불가능, 2부는 일말의 가능성, 3부는 필연성이다.
제프 베조스가 세운 블루 오리진, 일런 머스크의 스페이스 X는 최초로 발사 로켓을 회수하는 쾌거를 이뤘다. 그러면서 우주 비행의 비용을 낮추면서 장차 우주 여행과 화성 식민지 개척을 목표로 달리고 있다.
그 동안 나사(NASA)가 주도한 우주 탐사가 한계에 부딪히자 이들 민간 업체들이 나서기 시작했던 것이다.
“재사용 가능 로켓의 개발을 꿈꾸는 억만장자들의 지원하에 이들 민간 기업은 성배를 찾아 나섰다. 그 성배란 바로 우주여행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기술이었다.” - p10
이들 뿐만 아니라 리처드 브랜슨은 베조스처럼 우주관광객들을 지구 대기권 너머까지 데려가 우주에서 지구의 모습을 바라보고 몇 분 동안 무중력 상태를 경험할 수 있는 여행 패키지를 개발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 창업자 폴 앨런은 세계 최초의 상업용 우주선을 후원한 바 있으며 이제는 세계에서 가장 큰 비행기를 제작 중이다. 그리고 이 비행기에가 1만 미터 상공에서 로켓을 ‘공중 발사’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
제프 베조스가 다섯 살이었던 1969년에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은 달에 착륙했고, 그는 우주에 매혹되고 말았다. 이 후 그는 블루 오리진이라는 회사를 비밀리에 설립하고, 텍사스 주에서 1,300km2의 광활한 영토를 매입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 땅을 매입하려고 헬리콥터를 타면서 탐사하다가 사고로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다.
그는 친구이면서 과학소설 작가인 닐 스티븐슨과 우주항공사에 대한 꿈을 키웠다.
일런 머스크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공상 과학 소설 마니아였다. 우주에 대한 꿈을 키워갔고, 그에 앞서서 앤디 빌이 설립한 우주 항공 회사 부지를 인수했다. 앤디 빌은 빌 에어로스페이스 회사를 설립하여 우주를 향한 자유 경쟁 시대를 부르짖었지만 정부 주도의 우주 산업과 막대한 보조금로 운영되는 우주 산업이 부당하다며, 사업을 백지화 시켰다.
흥미로운 사실은 우주여행, 또는 식민지를 생각하는 사람 중에는 앞으로 발생할 지구의 종말을 걱정하고 있다. 환경오염과 식량부족 뿐만 아니라, 앞으로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하여 공룡과 모든 생물의 75%를 멸종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현재 NASA에는 행성 방위 조정관이라는 직함을 가진 특수 요원이 있는데, 이들은 지구에 충돌하면 엄청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새로운 물질들을 1년에 약 1,500개씩 찾아내어 등급별로 분류한다고 한다.
이들 억만장자들의 도전이 대단한 것은 이들이 수많은 사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자신의 신념을 믿고 일을 추진하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NASA의 수많은 관계자들마저도 머스크를 장난감 우주 회사를 설립한 또 한 명의 억만장자로 보았다. 전혀 성공할 수 없는 애호가쯤으로 여긴 것이다.” - p79
또한 이들은 NASA의 구시대 유물인 거대한 인맥과 네트워크, 계층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 노력했다. 이미 이전에 우주 사업을 진행했던 억만장자 앤디 빌이 이 벽에 부딪혀서 우주 사업을 포기했지만 말이다.
재미있는 것은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 X 회사와 제프 베조스의 블루 오리진 회사와의 대결 구도다. 2004년에 저녁 식사를 할 때, 일론 머스크는 제프 베조스에게 로켓 구조에 대해서설명을 하고, 그가 잘못된 방식을 갖고 있다고 충고했지만, 제프 베조스는 그의 충고를 듣지 않았다.
그것이 바로 베조스식 방식이었다. 이미 실패를 한 것이라도 직접 시도해서 실패하는 것을 즐겼다. 한 마디로 일론 머스크가 토끼라면, 제프 베조스는 거북이라고 한다.
이러한 성향은 두 회사의 모토에서도 드러난다.
스페이스 X의 모토는 “앞만 보고 전진해라. 길을 개척해라.”이고, 블루 오리진의 모토는 “한 걸음씩 담대하게”였다.
나도 개인적으로는 블루 오리진의 모토가 더 마음에 든다.
제프 베조스가 소중히 간직하는 또 다른 격언은 미 해병대 네이비실의 모토라고 한다.
“느림은 부드럽고 부드러움은 빠르다 Slow is smooth and smooth is fast”
그의 신중함과 여유로움은 외할아버지로부터 배운 것이다. 그의 할아버지는 정부 프로젝트에도 관여했고, 원자력 위원회에서도 근무했다. 어린 제프와 다양한 의견을 나누길 즐겼다. 그는 할아버지 집 근처의 도서관에서 공상과학 소설 읽는 것을 즐겼다. (이 부분은 일론 머스크와 비슷하다) 그의 집 차고도 다양한 부품이 있어서, 제프 베조스가 여러 가지 제품들을 만들어 볼 수 있었다. (이 부분은 스티브 잡스와 비슷하다)
그리고 그리 알려지지 않은 폴 앨런. 그는 빌 게이츠와 마이크로 소프트를 창업했지만, 자타가 공인하는 우주 마니아였다. 어렸을 때, 머큐리 7호 우주 비행사의 이름을 줄줄 외웠고, 제프 베조스, 일론 머스크처럼 공상과학 소설을 즐겨 읽었다. 더군다나 그의 아버지는 워싱턴 대학교 도서관의 부관장이었다.
버진 회사의 창립자인 리처드 브랜슨도 우주 비행에 대한 꿈을 키우고 있다.
이렇게 우주여행, 달, 화성 탐사는 민간 기업에 의해서 주도될 것이다.
인간의 단순한 지적 충적이나 욕구 만족을 위해서가 아니라 여기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좀 더 ‘진보’하기 위해서 인간은 더 노력할 것이다.
물론 현재 지구상의 빈부의 격차와 가난, 환경오염 문제 등을 해결하지 않은 채 이러한 도전을 무모하다고 받아들이는 사람도 많다. 나도 그 중의 하나다.
그런데, 이들은 몇십 년 후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몇백 년 후, 또는 몇천 년 후를 바라보고 준비를 하고 있다. 앞으로 이 지구상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알 수 없고, 지구도 점차 병들어 갈 것이다.
따라서 지구의 환경을 보존하면서, 다른 세상을 찾고, 그 곳의 자원을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솔루션으로 받아들여진다. 제프 베조스는 지구를 보호하고, 경공업 중심으로 발전시키고, 중화학 공업이나 자원은 외부로부터 개발해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일론 머스크는 아예 화성이나 다른 행성의 이주를 통해서 지구를 보존해야 한다고 말한다.
누가 맞든지, 인류를 종속시키기 위한 노력임에는 틀림없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삶을 보는 스코프가 더 넓어졌다.
그렇다고 내가 우주 항공이나 개발에 뛰어들 것은 아니지만, 정말로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이 책의 저자가 그 점을 더 일깨워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