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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의 미래 - 왜 중산층의 직업이 사라지는가
엘렌 러펠 쉘 지음, 김후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4차 산업혁명과 AI 시대, 그리고 심화되는 양극화.
저자는 ‘갈수록 벌어지는 격차에 대비하라’라고 말한다.
저자 엘런 러펠 셸은 저널리즘 교수이면서, 세계 경제, 환경 문제, 공공정책 등에 대해서 연구하고 제안하고 있다. 그는 이러한 연구를 통해서 사회적 문제를 이슈화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려고 한다.
그가 주목한 부분은 ‘일자리의 미래’인데, 이는 현재 많은 사람들이 제일 우려하는 부분이다. 더 이상 우리가 생각하는 질 좋은 일자리는 점차 사라지고 있고, 우리의 일자리는 극과 극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인간에게는 쉬운 일이지만 기계가 하기에는 어려운 작업이 있는 반면, 인간에게는 어렵지만 기계는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손톱이나 발톱에 매니큐어를 칠하는 일이나 식당 테이블에 물 잔을 놓은 일은 사람이라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지만 기계로서는 난이도가 높은 작업에 속한다.” - p13
논리적 사고와 복잡한 계산을 요구하는 부분은 AI가 쉽게 대신할 것으로 보이고, 반면 아주 단순한 테이블 정리나 디테일한 청소 등은 인간이 여전히 수행해야 될 것 같다.
이 책은 총 4부로 이루어져있다.
1부는 일자리 대란, 2부는 내가 선택한 일, 3부는 노동을 위한 교육, 4부는 새롭게 교육하기다.
일이라는 것은 중요하다. 우리는 일을 통해서 ‘정체성’을 찾는다.
우리의 먼 선조들은 생존을 위해서 사냥하고, 농사를 했다면, 이제는 더 복잡한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은 우리의 재능을 발휘하게 하고, 정체성을 찾고, 세상과 어울리게 한다.
특히 부모의 입장이라면 아이들의 일자리가 중요할 것이다.
영어 표현으로 “참 잘했어요”도 일자리와 관련된 “a job well done”이라고 한다.
저자는 오늘날 정치에서 ‘일자리’라는 단어가 그 어느 때보다 많이 인용되고, ‘자유’와 ‘정의’를 합친 것보다 더 빈번하게 사용된다고 말한다.
수많은 정치인들이 ‘더 많은 일자리’를 공약에 내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더 많은 공무원 자리가 생겼지만 말이다.
지금 발생하는 미중 무역 전쟁의 시발점도 결국 ‘일자리’에서 시작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쁜 행정’ 이민 정책들을 철저히 뭉개서 새로운 일자리 2,500만 개를 만들겠다고 공언한다.
이러한 호언장담에 혹하는 유권자들이 많다.
일자리는 우리의 생명선일 뿐만 아니라 삶의 활력소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자리 수’ 증가와 감소는 나라의 분위기를 바꾸고 금융시장을 좌우한다.
‘일자리 수’라는 지수는 온 국민에게 희노애락을 안겨준다.
당연히 일자리는 정치인들이 유권자들의 표를 얻기 위해서 사용하는 제일 첫 번째 카드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문제는 저자가 강조한 바와 같이 21세기 ‘디지털 경제’가 되면서 중산층 비율은 늘지 않고, 오히려 소수의 고소득 일자리와 다수의 저임금 일자리를 창출했다. 모든 것을 연결하는 디지털화가 인류 사회를 풍요롭게 만들기보다는 다른 결과를 야기하고 있다.
이제 자유시장 민주주의 대전제를 위협하는 불평등의 심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심지어 요새 아이들은 어떤 대학을 갈 건지에 대한 것보다 ‘무엇을 할 것’에 대한 걱정이 더 크다고 한다. 꿈을 꿔야할 나이에 현실을 바라보는 것이다.
“평균은 끝났다”라는 외침은 결국 중산층의 종말을 뜻한다.
미국의 경우 1971년 중산층 범위에 든 사람들의 비중이 61%였지만 지금은 50%로 떨어졌다고 한다. 1,600명의 사람들이 국민의 90%가 소유한 재산보다 더 많은 부를 소유하고 있다. 이러한 빈부의 극심한 격차로 인해서, 상향평준화를 기대하고 있지만 이는 벌어지지 않는 현실이다.
이러한 중산층이 되기 위해서 부모들은 막대한 돈을 아이들 교육에 투자한다.
일단 이력서에 넣을 만한 성과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학생들도 대학교에서 인문학을 선택하기 보다는 취직에 유리한 보다 실용적인 학문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또한 미국의 공식 실업률이 17년 만에 최저 수준이지만, 일자리의 ‘양’이 늘었지만 ‘질’은 향상되지 않았다고 한다. 미국 노동자 들 중 절반 정도가 연간 소득이 3만 달러가 안 되고, 25%만이 5만 달러 이상의 소득을 얻고 있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가계 비용이 상승하고 전국 65% 지역에서 주택 가격 상승률이 임금 상승률을 훨씬 앞지르고 있다. 대학 등록금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서 고용주에게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
삶의 주도권을 잃는다. 하지만 아주 가끔, 일부의 사람들은 스스로 원하는 일자리를 창출한다. 조리학을 공부하고, 제과회사를 설립한 에이미 코트먼이라는 분이 한 이야기다.
“우리가 어릴 적부터 배우는 모든 것들은 결국 성공에 관한 것들이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도 우리가 막상 성공했을 때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쏟아 부어야 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았어요. 늘 적합한 사람만 만나야 하고, 늘 올바른 생각만 해야 하고, 늘 똑똑한 사람이 돼야 하고, 늘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고... 이런 것들을 언제까지 계속해야 하는지 절대로 알 수가 없죠. 여기에서 벗어나게 됐을 때 내게 완전히 다른 세상이 열리더라구요. 그건 불안정한 삶이 아니에요. 오히려 그 반대죠.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그냥 하며 되고, 내 나름대로 잘하면 되거든요. (중략) 그래도 짜릿했어요. 난생 처음으로 내 삶을 내가 통제한다는 느낌이 뭔지 알게 됐으니까요. 일이 아니라 내 자신이 됐어요.”
저자는 지속 가능하고 가치 있는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는 혁신을 해야 된다고 강조한다.
그것은 단순한 효율성 증대가 아니다.
저자는 핀란드의 모델을 예로 든다. 핀란드에서는 서로가 마음을 열고 신뢰함으로써, 일자리 문제와 마주할 수 있는 길을 찾고자 노력한다. 소득 불균형이 크지 않고, 국민의 70%가 정부를 신뢰한다.
결국 기업, 정부, 교육계, 일반 시민 등 어디에서도 독불장군처럼 나서면 안 되고, 함께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가 말한 바와 같이 이는 단순히 한 국가의 생존 논리가 아니고, 전 세계의 생존을 위해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