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한 달을 산다는 것 - 여행 같은 일상, 일상 같은 여행
양영은 외 지음 / 세나북스 / 2019년 6월
평점 :
품절


20명의 저자와 함께하는 일본 한 달간 살기다. 

다양한 세대의 저자와 다양한 도시, 다양한 생활 방식을 다룬 것이 무엇보다 인상적이다.


어떤 작가는 친절한 일본인을 만나고, 어떤 작가는 그렇지 못했다. 

어떤 작가는 아름다운 추억을 갖고 떠났고, 어떤 작가는 힘든 일을 많이 겪었다. 

그래도 대체로 일본에서의 기억을 좋게 갖게 되었고, 일본과 관련된 업무를 한다. 


나도 2014년에 일본 동경에서 4주간 생활했다.

물론 업무차 일본에 갔기 때문에 매일 일을 하고, 매일 술을 마셨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나도 20년 전에 사귄 일본 친구가 있어서 그 친구가 운영하는 이자카야에 가서 외로움을 달래곤 했다. 


주말에는 오사카에 사는 역시 20년 지기 일본 친구를 만나고 그 친구 집에서 잤다. 

30일간의 거주 기간 동안 28일간 술을 마셔서, 집에 오는 날 눈 밑에 다크 서클이 졌던 것 같다. 하필이면 내가 거주하던 레지던스 지하 마트가 24시간 운영해서 더 그랬다.


이렇게 나만의 추억에 빠지면서 이 책을 금방 읽었다. 


무엇보다 부러웠던 직업은 프리랜서였다. 

물론 일과 생활을 병행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부분이다. 

영한 번역가 양영은 작가가 보낸 하마마츠쵸의 82 에일 하우스도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김민주 작가가 오키나와에서 보낸 느긋한 일상도 부럽다.

물론 차가 없이 오키나와에서 생활하는 것은 아주 불편했다고 하고, 

처음 숙소에서 오해로 생긴 갈등도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도 이토만 항에서 여유있게 따사로운 햇살을 맞으며 낚시를 하고 싶다. 


익숙하지 않은 히로시마에서 아름다운 자연을 마주한 김일숙 작가. 

지금은 일본어 번역가로 1년째 활동 중이다.


도쿄에서 한 달 동안 홈스테이를 한 임지현 작가. 

그 곳에서 발견한 저렴한 빈티지 숍, 그리고 일본인 친구 유미와의 우정도 인상적이다.

예전에 친구 집에서 했던 다코야키 파트도 재미있어 보인다. 


여름 한 달 동안 도쿄에 교환학생을 다녀온 한정규 작가. 

일본에서 한국 사람들이 제일 많이 충격을 느끼는 목욕탕 경험, 그리고 지진의 경험을 고스란히 전한다. 


도쿄 외곽인 ‘신유리가오카’에서 7주 동안 나만의 시간을 가진 조은혜 작가.

디자이너로서 프리랜서의 삶을 살지만 항상 일에 쫓기면서 업무 알람 메일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을 보고, 역시 쉽지 않은 삶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가끔씩 스스로 갖는 휴식. 말 그대로 일본에서의 생활을 고스란히 전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전지혜 작가가 경험한 쉐어하우스다. 

일본 드라마를 통해서 봤던 곳인데, 실제로 이 곳을 선택한 용기가 대단한다. 

그것도 한국 사람이 없는 지역을 선택했고, 한국 언니와도 서로 일본어를 하는 노력이 대단해 보였다. 


그녀는 쉐어하우스에서 다른 일본인 친구들과 우정을 쌓으면서, 일본어 번역가가 되었다. 

자신의 꿈을 일본에서 찾아서 마침내 꿈을 이룬 것이다. 


교토에서의 삶을 그린 이다슬 작가.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 이쁜 골목길도 많이 찾고, 단골 술집에서의 추억도 인상적이다. 


대학에서 건축 공부를 한 박장희 작가. 역시 건축을 전공해서 그런지, 오사카의 다양한 건축물을 방문하고 건축 양식을 공부했다. 


이 외에도 다양한 도시, 다양한 시간 대에 이들은 일본에서의 생활을 경험했다.


대표적으로는 도쿄, 오사카 지역이 제일 많았고, 교토, 고베, 대마도, 히로시마 등 다른 도시들도 있다. 


언젠가 다시 일본에서 한 달을 산다면 나는 어디에 있을까?


그 때는 일본어를 제대로 공부하면서 일본에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 곳에서 일본책도 읽고, 글도 쓰고 싶다. 


마음이 참으로 훈훈해지는 책이다. 

다시 한 번 꿈을 꾸게 해줘서 이 책이 고맙게 느껴진다. 

갑자기 일본의 조그만 선술집에서 생맥주 한 잔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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