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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와 나오키 1 - 당한 만큼 갚아준다 ㅣ 한자와 나오키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6월
평점 :
저자 이케이도 준은 은행과 기업을 문대로 벌어지는 미스터리, 이야기 등을 쓰는 소설가이다. 특이한 점은 저자 본인이 명문 게이도 대학을 졸업한 후에 대형 은행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이 후 독립해 비즈니스 책을 집풀, 출간하고, 미스터리 소설에도 도전한다.
1998년에는 《끝없는 바닥》으로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했다. 이 때 그의 나이가 35세였다. 그는 자신이 잘 아는 은행을 배경으로 ‘은행 미스테리의 탄생’으로 주목을 받았다.
현재까지 무려 30여 편의 작품을 출간하고, 많은 작품들이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되었다.
《한자와 나오키》도 드라마로 일본에서 히트를 쳤다고 한다.
책을 다 읽고 나서 꼭 보고 싶은 드라마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일본의 거품 경제 시대에 입사한 주인공과 그 친구들을 통해서 사회의 부조리와 경제의 왜곡 현상을 보고, 현재 일본 경제 상황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직장인들의 애환과 슬픔도 잘 그렸고,
각각의 캐릭터에 대한 저자의 입체적인 접근 방식도 좋았다.
한 마디로 우리 주변에서 언제든지 볼 수 있는 인물들이다.
특히 대기업이나 은행, 공기업 등을 다니면서 그 간판에 의지하고 살다가
간판이 사라졌을 때 만나는 민낯의 세상은 나에게도 언젠가 닥칠 미래다.
“적어도 전 은행원의 경력을 살려서 독립하려면 책이나 잡지에 실릴 만큼 글을 잘 쓰든지, 몇 번 있는 강연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재강연 요청이 들어올 만큼 말을 잘하든지 해야 한다. (중략) 아무런 준비 없이 컨설턴트가 된 사람은 얼마 버티지 못한 책 그대로 무너지게 된다.” - p247
책의 시작은 버블 시대다.
버블 시대에 은행은 그야말로 ‘신의 직장’이었다.
아무리 부채가 많더라도 정부에서 은행을 보호했고, 은행도 중소기업한테 부채를 돌려받지 못하더라도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버블 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경제 침체기에 들어서면서, 은행들도 부도가 나기 시작했다. 더 이상 정부가 은행을 보호하지 않으니, 이제는 극한 경쟁의 시대가 된 것이다.
은행들은 더 이상 중소기업에게 돈을 빌려 주지 않고, 빌려주더라도 확실한 담보가 있어야 한다.
“날씨가 좋으면 우산을 내밀고, 비가 쏟아지면 우산을 빼앗는다. - 이것이 은행의 본모습이다.” - p218
결국 돈이 있는 사람은 돈을 빌릴 수 있고, 없는 사람은 빌릴 수 없는 사회적인 현상이 생겼다.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주인공 한자와 나오키도 명문대를 나온 엘리트로 그의 아내에게 자신은 최소한 ‘부장’은 될 수 있다고 안심시켰다. 하지만, 막상 버블 경제가 꺼지고, 침체기가 다가오자, 그는 본사에서 오사카 지점으로 발령이 났다.
물론 여기에서 실적을 잘 올리면, 지점장도 바라볼 수 있지만, 상황은 녹녹치 않았다.
자신의 지점장의 욕심, 그리고 부지점장의 무능함으로 인해서, 큰 사건이 터진다.
지점장의 무리한 실적, 즉 대출을 유치하려고 서부오사카철강에 담보도 없이 신용 대출을 줬다가 회사가 부도가 난 것이다.
항상 그렇듯이 사건이 터지면, 재빨리 숨어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지점장과 부지점장은 이 사건에 대한 책임을 융자 과장 한자와에게 모두 덮어 씌우려고 한다.
물론 한자와는 이 융자건을 더 신중히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결국 지점장에게 등이 떠밀려서 어쩔 수 없이 승인을 한 책임이 있다.
이 책의 스토리는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부당하게 모함을 받은 그가 어떻게 이 난관을 헤쳐나가는가?
한자와는 명석한 두뇌, 그리고 꽤 다혈질이다.
그의 통쾌한 한 마디로 많은 직장인들의 쌓인 체증이 풀린다.
어떻게 보면, 그는 전 세계 수십 억명의 직장인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이다.
물론 한자와도 평범한 회사원이다.
그에게는 아내와 아이가 있고, 자신도 동기들과 마찬가지로 큰 야심을 갖고 회사에 입사했다. 하지만, 부조리한 현실에 부딪히면서, 어려움을 겪지만 그는 피하는 대신 이에 맞서 싸운다.
현실에서 한자와와 같은 회사원은 찾기 힘들다.
대부분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 입을 다물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소설이 더욱 인기를 끄는지 모른다.
현실에서 할 수 없는 것을 한자와가 대신해주기 때문이다.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는 이 소설 책.
그리고 빠른 전개와 은행의 어두운 면, 다양한 재무상식도 배울 수 있다.
오랜만에 소설 책을 손에 집어들었지만, 손에서 책을 떼지 못했다.
정말 좋은 소설 책이라서 많은 직장인들에게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