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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읽다, 타이완 ㅣ 세계를 읽다
우 링리. 크리스 베이츠 지음, 정해영 옮김 / 가지출판사 / 2019년 5월
평점 :
책의 겉표지가 아주 강렬하다.
탈을 쓴 배우가 부채 같은 것을 두고 춤을 추는데, 주변에 빨간 가루 같은 것이 날린다. 배우의 강한 기운, 어쩌면 이것이 오늘날의 대만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대만은 예전에 우리나라가 벤치마킹하고 싶을 정도로 산업이 골고루 발전한 경제 대국이다. 지금도 IT 기술의 중심이고, 풍부한 자연자원을 가진 대국이다. 따라서 대만인들의 자긍심은 대단하다. 예전에 미국에서 만난 대만 친구에게 Chinese라고 얘기를 했다가 그 친구는 자신이 Taiwanese라고 강조했다.
대만은 내가 나중에 해외에서 거주하고 싶은(적어도 3개월 이상) 지역 중 하나다.
베트남, 말레이시아, 태국에 이어서 대만이 그곳이다.
출장 차 대만을 종종 가는데, 그 때마다 대만의 맛있는 음식, 친절한 사람들, 좋은 날씨에 매력을 느낀다. 이 책의 저자 우 링리, 크리스 베이츠는 대만인과 미국인 부부인데, 결혼 후 미국에서 1년, 대만에서 18년, 싱가포르에서 15년간 생활했고, 다양한 문화를 체험했다.
대만인뿐만 아니라, 서양인의 관점에서 바라본 대만은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 책은 총 10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대만의 역사, 사람들, 사회, 살아보기, 음식, 즐기기, 언어, 일하기, 속성 노트로 구성되어 있다. 한 마디로 이 책 한 권을 읽으면 타이완을 통째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먼저 책의 1장에 저자의 남편인 크리스가 1970년대에 바라본 대만과 현재의 대만을 비교한 것이 흥미로웠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만, 1970년대의 대만은 이제 막 산업화로 접어들고 있었고, 집에는 에어컨이 없고, 정치도 불안정한 상태였다. 지금의 대만에는 타이페이 101과 같은 고층 빌딩이 즐비하고, 복합 쇼핑몰이 들어섰다. 또한 대만은 IT 강국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와 종종 경쟁을 벌이고 있어서, 대만 사람 중에는 한국 사람들을 싫어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들의 주력 사업이 침범을 당했으니, 당연히 그렇게 느낄 만하다고 생각한다.
대만은 사실상 열대섬이고, 해발 3000미터 고봉이 무려 100개 넘게 늘어서 있다. 또한 환태평양 지진대, 일명 ‘불의 고리’에 속해있기 때문에 화산 활동이 활발하고 지진도 종종 발생한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심심치 않게 대만에서 지진이 발생했다는 보도를 보게 된다.
초기 정착민은 필리핀, 말레이시아, 오세아니아 사람들 같은 인종 집단으로 무려 여덟 개의 언어 집단이 있다고 한다. 현재 25만 명의 원주민 정도가 남아서 정부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한다.
현재 대만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인종은 중국인들이다.
먼저 17세기에 명나라의 정성공은 선박 3000척을 보유한 부유한 무역상이었는데, 1662년 네덜란드 인들을 몰아내고, 자신의 나라를 세웠다. 하지만 1683년 청나라에 의해서 무참히 진압되었다. 이후 청나라에 세금을 납부했지만, 청나라는 이 나라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1895년 시모노세키 조약에 일방적으로 대만을 일본에 양도했다. 우리나라와 같은 아픔을 겪은 것이다.
이 후 중국에서 중화인민공화국이 설립되자 장제스를 비롯한 200만 명의 중국 본토인이 대만으로 건너왔다. 이들은 전쟁의 패전으로 사기가 저하되어 있어서 언제든지 그 불만이 표출될 수 있었다. 기회에 강한 장제스는 이를 경제 개발을 통해서 무마시키고, 언론과 사상의 자유를 억압시켰다. 마치 우리 나리의 ‘삼청 교육대’와 같이 ‘뤼다오’라는 섬에 정치범 수용소를 운영했다. 여기에서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부지기수라고 한다. 대만 역사의 어두운 그림자가 우리나라의 역사와 겹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성장한 대만, 한국 전쟁과 베트남 전쟁을 통해서 더욱 경제를 발전시켰지만, 반면 외교적으로 왕따를 당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중국과 대등한 대접을 원했지만, 세계의 국가들은 더 큰 대국인 중국을 지지했다. 물론 우리나라도 동참을 해서 많은 대만인들의 원성을 샀다. 당시의 상황은 이해가 가지만,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든다.
중국인과 마찬가지로 대만인들은 체면을 중시한다.
물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체면을 잃지 않기 위해서 노력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주위에 사람이 없으면, 체면을 신경쓰지 않고 마음대로 행동한다는 점이다. 어쩌면 너무 주위의 시선만 의식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특히 ‘그럭저럭 만족하기’의 문화가 인상적이다.
“그건 중요하지 않아. 중국에서 절대적인 것은 없다네” - p56
한 중국인 선생이 저자의 남편인 크리스에게 권투를 가르칠 때 한 말이다.
중국어로 마음대로, 편하게는 ‘suibian’인데, 이런 말을 종종 쓴다고 한다.
무엇을 먹고 싶냐고 물으면, ‘suibian’, 어디 가고 싶냐고 물어도 ‘suibian’이다.
물론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차린 게 별로 없어요’라고 말하지만 사실 엄청나게 진수성찬으로 접대할 때가 있다. 대만도 마찬가지 문화가 있다.
특히 대만에서 사람들이 보통 칭찬의 말을 많이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말라고 한다. 일종의 겸양이기 때문이다.
선물의 문화도 중요하다.
졸업이나 결혼할 때는 1000~2000타이완 달러를 넣은 붉은 봉투(홍바오)를 준비한다.
대신 시계, 손목시계, 손수건, 수건은 눈물과 장례식을 연상시켜서 불길하게 받아들이다.
대만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교육열이 강하다.
학교에서는 체벌이 금지되어 있지만, 집에서는 아이들이 공부를 안 하거나 말을 안 들으면, 자로 손을 때리거나 주판 위에 무릎을 꿇게 한다고 한다. 물론 이런 부모들이 많은 것은 아니고, 오히려 당근책으로 시험 성적이 좋으면 오토바이를 사주는 부모도 있다고 한다.
또한 이 책에서 저자는 대만에서 살기 위해서 필요한 다양한 조언을 해준다.
집을 구하는 방법, 가사 도우미를 사용하는 것, 장보러 가는 방법 등 아주 세세한 것까지 친절하게 가르쳐 준다.
대만은 무비자로 3개월간 지낼 수 있지만 그 이상 거주하려면 정부가 인정하는 학원의 언어 과정에 등록해야 한다고 한다. 앞으로 현지에서 중국어를 배우고 싶은 나에게 도움이 되는 조언이다.
물론 대만에서 운전은 쉽지 않다. 도로는 좁고, 차들은 많다. 더군다나 수많은 오토바이 부대를 만나게 되면 당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주요 교통수단으로 오토바이는 필요할 것 같다. 국제 운전면허 증이 있다면 30일간 오토바이를 이용할 수 있다고 하고, 그 이상이 되면 면허를 취득해야 한다.
이 외에 이 책에서 저자는 대만의 관광지와 다양한 음식도 소개한다.
눈이 호감함을 느낀다.
이 책의 좋은 점은 대만의 역사, 문화, 사람뿐만 아니라, 관광지, 거주하는 법, 음식 등 모든 주제를 다룬다.
책을 덮으며 상상해 본다.
오토바이를 타고, 대만 거리를 누비며, 어학원에 공부하러 가는 나의 모습을.
이 책은 나에게 기분 좋은 상상을 불러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