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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어머니
데일 살왁 지음, 정미현 옮김 / 빅북 / 2019년 5월
평점 :
작가의 어머니라는 주제가 흥미롭다.
결국 작가를 낳은 것은 어머니가 맞지만, 작가로서 성장하도록 도운 것도 어머니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성장을 돕지 않더라도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나도 어렸을 때, 어머니가 대백과 사전과 위인전을 사주지 않으셨다면 책에 대한 흥미를 갖지 못했을 것이다.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셨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게 되었다.
저자 데일 살왁은 영문학 교수이다.
영문학 교수답게 이 책은 주로 영어권 작가들과 그들의 삶에 영향을 미친 어머니에 대해서 기술한다.
이 책에는 가모장적인 셰익스피어의 어머니, 존 러스킨의 어머니 등, 유명한 작가들의 어머니에 대한 얘기가 주를 이룬다.
이 에피소드들 중에서 가장 인상 깊게 읽은 부분은《작은 아씨들》의 저자 루이자 메일 올컷와 그녀의 어머니 에바에 대한 부분이다.
《작은 아씨들》의 작가 루이자 메일 올컷(1832~1888년)은 당시 여성의 사회적 활동이 제한된 상황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꿋꿋하게 자신의 글을 썼다. 마침내 그녀는 작가로 성공을 거두고, 그녀의 여동생도 화가가 되었다.
그녀가 《작은 아씨들》로 큰 성공을 거두었을 때, 나이는 38세였다.
당시 보수적인 사회적 분위기를 이겨내고 이러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어머니의 전폭적인 지지 덕분이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다음과 같은 격언을 남겼고, 작가 루이자는 이 쪽지를 자신의 인생의 중요한 가르침으로 삼았다.
“자신의 의무를 사랑하라. 그러면 행복해질 것이다. 희망을 품어라. 그리고 바쁘게 지내라.” - p45
그녀의 어머니 애바는 여성의 가치와 독립에 대해서 관심이 많고, 자립심이 강했다.
사실 아버지 브론슨 올컷은 진보적인 교육관을 펼쳤지만 경제적인 능력 없는 철학자였기 때문에 혼자 여행을 다니고, 어머니가 생계를 책임져야했다.
소설 《작은 아씨들》의 내용과 상당히 유사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작가 루이자가 어렸을 때, 자연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게 했고, ‘너는 커서 셰익스피어처럼 될 거야!’라고 지속적으로 격려하고 글쓰기를 독려했다.
단순히 말 뿐만 아니라, 물질적으로도 그녀를 서포트했다.
그녀에게 만년필을 사주고, 책상을 사주고, 심지어 독방을 갖게 해줬다.
어머니의 사랑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그녀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서 작가 루이자는 자신의 첫 장편 소설《우울》을 어머니에게 선물했다. 결국 1869년 《작은 아씨들》은 무려 36,000부가 팔렸고, 그녀를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의 반열에 올렸다.
그녀는 평생 독신으로 살았고, 글에 대한 열정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삶의 동력을 잃었다.
“거대한 온기가 깡그리 사라진 느낌이다. 이제 앞으로 나아갈 동기가 바닥이 나버렸다.”
그녀는 유명한 작가가 되었지만, 자신의 첫 번째 독자이면서, 지원해줄 동반자가 사라지자, 결국 10년 남짓 더 살다가 세상을 떠났다. 불과 56세였을 때다.
어떤 비평가는 이들 모녀의 관계를 ‘미국 문학사에서 아마 가장 유명한 모녀일 것’이라고 묘사했다.
미국의 ‘자유시의 아버지’로 불리는 시인이자 수필가인 윌트 휘트먼은 어머니를 끔찍이 생각하는 효자였다.
“사랑하는 어머니. 점점 더 쇠약해지신다. 나는 그런 어머니를 밤낮으로 생각하며 산다.”
그는 어머니가 끊여준 커피, 그리고 메밀 음식이 제일 맛있다고 했다.
그는 항상 어머니와 안부를 주고받았는데, 나중에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큰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심지어 자신의 일부를 상실한 것처럼 보였다.
이렇게 모자간의 관계가 돈독한 경우도 있지만, 프랑스의 소설가 겸 극자가인 사무엘 베케트는 그 반대였다. 이 작가는 《고도를 기다리며》의 명작을 남겼는데, 어머니와의 관계는 전투적이었다고 한다.
심지어 ‘나는 그녀의 난폭한 사랑이 만들어낸 결정체다.’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그녀는 독실한 개신교도였고, 자유분방한 아들의 글을 좋아하지 않았고, 심지어 소리치면서 그를 내쫓았다고 한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에게 끊임없는 창작성을 불러일으켰고, 그의 작품 안에는 어머니와의 추억과 경험들이 녹아들어갔다.
역설적으로 어머니와의 갈등이 그에게 끊임없이 창작의 자극을 주었던 것이다.
이 책의 첫 머리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적혀있다.
“이 땅에 존재하는 작가의 어머니들께 바칩니다”
정말로 공감할 수밖에 없는 말이다.
작가에게 있어서 어머니, 또는 아버지의 영향성을 무시할 수 없다.
다시금 아이들의 독서 습관을 잘 길러줘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영어권 소설과 작가에게 관심 있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다.
주로 미국, 프랑스, 영국의 작가들인데 내가 잘 모르는 작가 분들도 많았다.
그래도 문학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내가 좋아하는 작품의 작가가 어떻게 해서 성장을 했는지 알 수 있다.
다시 한 번 부모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