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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시장을 이겼나 - 월가를 정복한 수학자 퀀트투자의 아버지 에드워드 소프
에드워드 O. 소프 지음, 김인정 옮김, 신진오 감수 / 이레미디어 / 2019년 4월
평점 :
2008년 <21>이라는 영화가 개봉했다. 이 영화는 MIT 천재들이 수학적인 확률을 모델로 라스베가스에 도전하는 줄거리다. 상당히 신선한 스토리이고 접근이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 그 영화의 롤모델인 에드워드 소프라는 물리학자, 수학자에 대한 책이다.
왠지 딱딱한 수학이론이 나오고, 책의 두께도 500페이지가 넘어서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나의 예상과는 너무 다르게 이 책은 너무나 흥미진진했다.
특히 에드워드 소프가 어렸을 때, 벌이던 수많은 장난(?), 그리고 화학과 물리학, 수학에 빠진 학자의 모습을 보면서, 이 분은 정말로 공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어느 시골의 고등학교에서 선생님들의 도움 없이 혼자서 화학, 물리학 경시대회에 나가서 각각 4등, 1등을 하는 것을 보고 ‘정말 천재구나’라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저자는 누구보다 ‘호기심’이 많고, 자신이 궁금한 것은 꼭 실험을 해봐야 직성이 풀렸다.
“세살 때 어머니가 손을 델 수 있으니 뜨거운 난로를 만지면 안 된다고 했을 때도 나는 열기가 전해질 만큼 난로 가까이에 손가락을 가져갔고 급기야 손이 난로에 닿았다. 화상을 입은 후에야 다시는 이런 짓을 하지 않았다.” - p36
또한 개구쟁이 성향도 있어서, 자신이 발견한 실험의 결과로 사람들을 골탕 먹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행위는 모두 자신의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의 집안은 가난해서 장학생이 되어서 버클리, 그리고 UCLA로 전학을 가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나중에 수학도 공부하면서 학자의 길로 들어서려고 한다.
그러다가 그는 우연히 라스베이거스에 갔다가 룰렛을 이길 방법을 연구하기 위해서, 이와 비슷한 모형을 만들어서 하루 종일 구슬을 굴려서, 체크를 하고 확률을 계산했다.
그는 유태인계인 부인, 비비안과 결혼했지만 돈과는 다소 거리를 두고, 자신의 학문적인 호기심에 푹 빠졌다. 정말 대단한 것은 그와 비슷하게 책을 읽고, 사색하길 좋아하는 부인이 그의 이러한 괴짜 성향을 충분히 이해해주고 옆에서 도와줬다는 점이다.
마침내 그는 블랙잭에 대해서 연구를 하고,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다. 그는 당시에 큰 액수인 1만 3,000달러를 벌어들인다. 그의 이러한 천재적인 솜씨에 카지노의 사장, 직원들은 그가 속임수를 쓴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나는 안경을 쓰고 있었지만 딜러는 내가 유난히 시력이 좋아서 카드 뒷면의 미세한 흠을 구분한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다음에 나올 카드를 알아낸다는 주장이었다. 나는 비웃었지만 공황 상태에 빠진 사장은 5분 뒤 새로운 카드 4벌을 더 가져왔다.” - p165
그는 마침내 자신이 배운 경험과 이론을 정리해서 《딜러를 이겨라》로 자신의 군대를 조직했다. 많은 카지노 팬들이 그 책을 읽고, 딜러들과 대결을 했다. 카지노도 이에 맞서서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하거나 대응을 했고, 결국 블랙잭의 규칙도 바뀌었다.
그가 고안한 ‘카드 카운팅’을 기반으로 카지노와 플레이어의 위대한 블랙잭 전투는 계속 된다고 한다.
저자가 더욱 대단한 것은 그가 단순히 자신이 배운 지식을 활용해서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니라, 이를 학문적으로 승화하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한 것이다.
그는 카지노에서 돈을 긁어모으는 것을 보고, 이른바 ‘희생양’들을 구하기 위해서 노하우를 ‘기브’했다. 당연히 그는 경계 대상이 되었고, 그는 카지노에 출입할 때, 가발을 쓰고, 변장을 해야 했다.
어릴 적부터 호기심이 많고, 장난기가 많은 그의 기질이 다분히 발휘된 것이다.
또한 그는 룰렛 게임에서도 확률을 찾기 위해서, 실제 룰렛을 구입해서, MIT 실험실에서 연구를 했다. 사실 룰렛은 불규칙한 요소가 너무 많아서 많은 수학자들이 ‘룰’을 찾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그의 호기심은 멈추지 않았고 계속 연구하고, 또 연구했다. 그는 결국 작은 기기를 만들어서 몸에 부착하고, 이길 수 있는 확률을 높였다.
“컴퓨터는 성공적으로 작동했다. 더 굵은 선을 이용하고 머리를 길러서 목을 따라 올라오는 선과 귀를 감추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 p225
그는 라스베가스를 떠나서 투자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자신의 수학적 이론을 또다시 시험했다. 마침내 1975년, 그는 백만장자가 되었다.
그는 더욱더 실용적인 수학에 매달렸고, 자신의 호기심과 게임을 ‘월스트리트’로 돌렸다.
누구보다 ‘돈’에 대해서 전문가인 그가 충고한 말이 인상적이다.
“자신의 시간이 지닌 가치를 파악하기 위해 자신이 얼마큼 일을 하고 있으며 수고의 대가로 얼마를 버는 지 생각해보자.” - p448
그는 ‘시간, 돈, 건강’의 비교가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고, ‘신체단련에 투자하는 1시간이 병원생활을 1일 줄여준다’고 믿는다. 이는 공감이 가는 내용이다. 보다 가치 있는 곳에 시간을 투자하라는 이야기다.
“미국인들의 평균 TV 시청 시간은 주당 40시간 이상으로 추정된다. 운동이나 신체 단련 프로그램으로 대체할 수 있는 ‘부실한 시간’이 많다는 뜻이다. 주당 5시간씩 운동 및 신체 활동을 하면 건강한 삶을 5년 더 연장할 수 있다.” - p449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금 이 순간의 쾌락을 추구한다. ‘이연된 혜택’을 저평가하는 데, 이러한 성향은 투자에서 흔히 일어나는 실수이고, 인간의 기본적인 기질의 문제라고 한다. 따라서 비싼 이자를 주면서 신용카드로 대출을 하는 것보다 이를 빨리 갚는 것이 미래에 더 큰 이득이라고 한다.
또한 그는 지수 펀드가 대부분의 투자자를 이긴다고 충고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미래의 세대를 위해서 확률 및 통계 교육, 기초 재무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카지노가 이기는 원리를 사람들이 이해한다면 도박을 줄이고, 단순히 즐기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이 책을 읽고 나니, 확률과 통계라는 분야가 머리가 아픈 것이 아니고, 상당히 흥미로운 분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아주 흥미진진하지만, 수학적인 내용이 때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도 이 책은 꼭 한 번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의 인생 자체가 결국 ‘확률의 게임’이기 때문이다.
그가 책에 남긴 마지막 말로 이 글을 마무리 한다.
“인생은 소설을 읽거나 마라톤 경주를 하는 것과 같다. 인생은 목표에 도달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여정 그 자체이고 그 과정에서의 경험이다.” - p5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