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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발 - 포스트 코로나 시대 특별판
로버트 터섹 지음, 김익현 옮김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19년 3월
평점 :
‘증발’이란 말 그래도 증발된다는 의미다.
그 동안 고체화되어 있었던 많은 것들이 사라지고 있다.
이제 ‘기체’ 즉, 인터넷을 통해서 모바일 기기로 모두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날로그의 대표 주자였던 LP, CD 등이 사라지고, 우리가 어렸을 적에 자주 빌리던 비디오 테이프(Z 세대는 아마 본 적도 없을 것이다.)는 사라진지 오래고, 한 동안 유행했던 DVD 및 DVD 플레이어도 자취를 감추고 있다. 또한 한 때 5.1 채널 스피커가 유행하면서 DVD 플레이어와 같이 구입하던 시대가 있었다.
물론 지금도 예전의 것을 그리워하면서 고체 방식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젊은 층들은 다소 화질이 떨어지더라도 유튜브, 스트리밍 등으로 영상물을 관람하고 있다. 누구나 영상물을 제작할 수 있고, 배우가 되고, 연출자가 될 수 있다.
엔터테이너가 되고,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다.
연예인들도 전통적인 TV나 영화에서 벗어나 유튜브나 SNS로 팬들과 소통한다.
책이라는 ‘고체’도 마찬가지다.
책의 판매량은 더 이상 늘지 않고, ebook 또는 유튜브에 독자들을 빼앗겼다.
그래도 가끔씩 ‘고체’ 물질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책은 계속 팔리고 있다.
저자는 책이라는 것도 결국 환경을 오염시키는 (나무가 줄어들기 때문) 주범으로 단정하고 앞으로 사라질 것이라고 하지만, 이 점은 솔직히 동의가 되지 않는다.
아무리 ebook이 편하다고 해도, 나는 내가 좋아하는 책을 만지고 싶고, 그리고 그 책에 내가 느낀 점을 기록해 두고 싶다. 물론 앞으로 공유 경제가 더 활성화되어서 책을 서로 교환해서 보는 것은 활성화될 수 있지만 말이다.
영상물, 음악, 책뿐만이 아니다.
아마존 고에는 편의점에 무인카메라만 있다. 점원이 없기 때문에 손님들은 본인이 원하는 물건을 집어서 나가면 되고, 결제는 자동적으로 된다. 즉 편의점에 점원들도 ‘증발’할 것이다.
에어비앤비는 또 어떤가?
이제 내 집의 남는 공간을 빌려주게 되면, 호텔은 필요없게 된다.
숙박업체는 증발하고, 일하던 사람들도 증발할 것이다. 심지어 일본에는 로봇 호텔도 등장하고 있다.
이렇게 증발 기업이라고 불리는 업체들은 전통 기업보다 훨씬 빠르고 거대한 규모로 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 구글, 아마존, 에어비앤비, 우버, 유튜브, 페이스북 등이 그렇다. 이들 업체에게 물리적, 지리적, 인종적 제약은 더 이상 없다. 전통적인 마케팅 논리로는 설명하기 힘들다.
저자가 언급한 바와 같이 증발 경제에서 거래는 더 빨라질 것이다. 이는 기체가 액체 입자보다 빠른 것과 같은 원리다. 더 무서운 점은 소비자들이 이들 업체에 익숙해지면 더 이상 아무런 의식 없이 습관적으로 이들 기업의 서비스를 이용할 것이라는 점이다.
공유경제의 출현으로 우버와 같은 차량 공유가 늘어날 것이고, 이러면서 택시들도 점차 증발할 것이다. 또한 인공지능의 출현으로 자동차는 점차 자율 주행화가 되면서, 개인용 자동차들도 점차 사라질 것이다. 이제는 굳이 차가 없어도 언제든지 검색해서, 차를 빌려쓰면 된다.
사실 회사 주변에 보면, 너무나 많은 차들이 8시 ~ 10시간, 주차장에 방치되어 있다. 만약 이 차를 빌려서, 잠시 사용할 수 있다면, 주차장도 점차 줄어들게 될 것이다.
앞서 언급한 로봇도 마찬가지다.
이미 산업용 로봇이 곳곳에 설치되고 있고, 공장도 점차 자동화로 발전하고 있다.
독일의 신규 아디다스 생산 라인은 일부 감독관을 빼놓고는 완전 자동화로 운동화를 생산한다고 한다. 결국 공장에 노동자들도 증발할 것이다.
교육은 어떠한가?
미국의 대학교육비는 갈수록 올라간다. 이는 종신 교수제 도입의 부작용이라는 의견도 있다. 많은 학생들이 빚을 지고, 일자리를 찾아 나선다.
그런데, 앞으로 이러한 대학 교육이 과연 필요할까?
현재의 교육이 과연 앞으로의 새로운 일자리와 적합할까?
만약 인터넷이나 쌍방향 교육으로 온라인에서 학위를 훨씬 더 저렴하게, 또는 무료로 취득할 수 있다면, 누가 수억원을 들여서 대학에 입학할 것인가?
결국 일부 대학, 교수, 교직원들도 증발할 것이다.
이미 많은 것들이 증발되었다.
카세트 기기, 테이프, DVD, 사전, 전자사전, 카메라, 디지털카메라, 등등.
그리고 앞으로는 자동차, 학교, 일자리, 애완견 등이 증발할 것이다.
이러한 증발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까?
아직 결론은 못 내렸지만, 그래도 역시 공부하는 수밖에 없다.
이미 내가 아는 지식에만 안주하지 말고 계속 공부하고 사색하고, 더 많은 책들을 읽어야한다.
이것이 ‘증발의 시대’를 살아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가장 근본 가치인 ‘사고’와 ‘인간미’는 당분간 AI가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AI가 인간미를 가질 날도 올 것이다.)